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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여성 상위시대’로 간다

문화대혁명 이후 여성 지위 급속 신장…가사일은 부부 공동·매맞는 남편도 허다

중국은 지금 ‘여성 상위시대’로 간다

중국은 지금 ‘여성 상위시대’로 간다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서양보다도 앞서 있다는 말을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일부 외국인 중에는 중국 가정의 모습만을 본 채 ‘중국이 이미 여성 우위의 사회로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며 ‘침소봉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천년의 유교적 토양을 가진 중국 사회가 60년이 채 안 되는 사회주의 경험 속에서 급작스럽게 ‘남존여비’를 탈피했다는 것은 금세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중국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 유교와 불교문화권의 여러 나라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런 차이점은 중국의 일반 가정에 초대받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부인은 손님과 담소하고, 앞치마 두른 남편이 음식을 장만한 뒤 손수 상을 차리는 광경은 가정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최근 중국의 ‘전국부녀연맹’에서 실시한 ‘민의(民意)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구의 45.9%가 부부 공동으로 가사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자가 가사일을 완전히 도맡아 하는 경우도 10%에 가깝게 나타났다. 특히 상하이의 경우에는 부부 공동으로 가사일을 하는 경우가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만약 남편에게 여자친구가 생겨 당신에게 냉담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설문에 많은 여성들이 “이성친구가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남편이 냉담해졌다면 먼저 본인이 반성해야 한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중국 여성들의 개방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여성들의 기세에 눌려서인지 젊은 총각들도 한국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여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오히려 여자들이 남자에게 먼저 접근하는 것은 물론, 연애과정의 주도권도 단연 여성들이 쥐고 있다. 특히 3고(三高) 여성(학력, 소득, 직장의 지위가 높은 여자를 가리키는 말)들의 ‘도도함’은 외국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중국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는 아파트촌에서 일어나는 일상사 속에서도 보인다. 부부싸움에서 훈계하는 듯이 큰 목소리를 내는 쪽은 거의 여성들의 몫이며, 잦아드는 듯한 남성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새어나올 뿐이다. 심지어 부인에게 매를 맞아서 코피가 터지고 적지 않은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베이징이나 동북지방 등 북방지역에서 이런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노동 강도면에서는 남녀 평등을 내세우며, 사회나 가정에서의 지위나 역할 면에서는 불평등한 양상을 보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면이 많다.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의 윗자리에 있는 경우에도 남자의 ‘자존심’을 내세워 협조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지휘’를 받는 남성들이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중국 여성들의 그러한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한국 남성들의 태도는 곧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조직’되고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 남자들의 이러한 남성 중심 사고는 중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모습으로 ‘대남자주의’(大男子主義)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사실 옛날 중국의 소설책이나 역사 문헌을 읽어보면 당시 여성의 지위는 현재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전족’으로 상징되는 중국 여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고, 심지어 재산과 물건처럼 선물로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 여성들의 목소리는 언제부터 커지기 시작했을까. 사실 명(明)-청(淸) 시대를 거쳐 중국 근세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지위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다 최근세에 와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는데,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문화대혁명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중국인들 스스로의 분석이다.

문화대혁명은 그 본질이 마오쩌둥의 권력 유지 수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과정은 한마디로 기존 질서를 모조리, 그것도 극단적인 폭력적 방법으로 뒤엎어버리는 사변 그 자체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 수난을 당했던 것이 마오쩌둥과 4인방 등 소수 권력자들을 제외한 광범한 기득권층과 지식인들이었다. 문화대혁명은 혁명과정에서 중국의 문화 그 자체를 철저히 유린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 사회에 미친 문화대혁명의 영향은 심대한 것으로서 중국인들 스스로 30년 이상 경제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감추치 않고 있다.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풍조와 언로 통제, 강화된 관료주의, 각 민족의 풍속 및 전통 말살,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사회적 경시를 가져왔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는 비약적으로 제고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화대혁명 시기는 남성들의 ‘수난시대’라고 표현될 수 있다. 당시 유교와 공자를 철저히 비판하고 척결하려던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대혁명은 기존의 모든 관습과 전통을 철저히 부정했다. 당연히 역사적으로 중국 사회를 지탱해왔던 전통적인 가부장제도 역시 혹독한 비판대상이 됐으며, 당시 마오쩌둥은 아직 어리고 대부분 문화수준이 낮은 홍위병을 선동 동원하여 문화대혁명의 추진력으로 삼았다.

동시에 마오쩌둥이 중시하고 동원대상으로 삼은 또 다른 계층이 바로 여성들이었다. 특히 기득권층은 남성 위주였기 때문에 그 ‘기득권적’ 남성들을 공격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가질 수 없었던 여성들이 많은 ‘활약’을 보였던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마오쩌둥의 처인 장칭(江靑)이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다는 사실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기득권이 무너지는 10여 년의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기껏 ‘반쪽의 권리’라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최고위직은 모두 남자들의 전유물로서 정치참여라는 차원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턱없이 낮기만 하다. 전체 사회의 권력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여성들은 피동적 위치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래서 중국 여성들의 지위는 ‘단지 가정 내에서만 높은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까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중국 사회의 남녀평등, 아니 ‘여성우위’의 성격은 어쩌면 중국 개방 이전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마지막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개혁개방의 추세와 함께 거대한 자본주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남성들의 지위가 다시 강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남성들의 소득이 여성들의 소득을 능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정에서의 남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고 있다. 중국 사회의 변화가 향후 여성의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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