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4

2000.07.27

발가벗긴 일본의 性 “오! 놀라워라”

‘충격 도쿄 X파일’ 인터넷 통해 공개…성행위 엿보기·라이브 섹스 등 적나라한 장면 가득

  • 입력2005-08-03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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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벗긴 일본의 性 “오! 놀라워라”
    충격적인 일본의 성 문화를 영상에 담은 비디오의 일부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이 비디오는 일본문화의 3차 개방과 맞물려 성인문화의 개방시점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다. ‘충격 도쿄 X파일’이라는 가제가 붙은 이 비디오를 제작한 주인공은 국내 방송사 PD출신의 다큐 감독 이원도씨. 그는 ‘일본 섹스산업의 실체를 알리고 대응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비디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표현의 위험수위 때문에 아직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일대의 유흥가 곳곳을 돌며 감춰진 일본의 뒷골목 문화를 담은 ‘충격 도쿄 X파일’은 원래 97년도에 완성된 것이다. 국내 모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의뢰를 받아 추진된 이 작품은 그러나 방영이 좌절됐다고 한다. 너무 적나라한 내용이 담겨 있어 공중파로선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비디오로 제작… 심의서 잇단 제동

    하지만 제작진은 일본문화 개방을 앞두고 있는 시점(1차 98년 10월)에서 자꾸만 감추려고 하는 분위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98년 5월 1차 심의를 넣었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제작진은 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98년 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보강취재를 했다.

    그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출범에 맞춰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다시 심의에 도전했다. 그러나 99년 6월 3개월 보류, 그해 10월 또 3개월 보류 판정을 받았다. 한 세기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올해만 해도 두 차례 심의를 받으면서 작품은 누더기가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충격 도쿄 X파일’에는 도대체 어떤 장면들이 담겨 있는 것일까. 감독 스스로가 ‘손가락을 잘릴 위험부담을 각오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 작품의 심의용 가편집본은 90분 분량이다.



    영상의 80% 이상을 몰래카메라로 담아냈기 때문에 화질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남성용 손가방 안에 소니6mm 카메라를 감추고 직경 0.1mm의 구멍을 뚫은 뒤 광각렌즈를 이용해 취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현재까지 일본의 성문화를 담아온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사실적인 화면이 꿈틀댄다.

    일본 최대의 환락가라는 가부키조의 엿보기 쇼장(노조키 베야-노조키는 구멍, 베야는 방을 뜻하는 말로 타인의 성행위를 구경하는 곳이라고 한다), 여종업원들이 노팬티로 커피를 파는 다방(노빵 키사) 등 한국인의 상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본 특유의 성문화들이 가감 없이 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손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인 즉흥섹스를 펼치는 라이브 쇼장, 여종업원이 손님의 발가락까지 입으로 빨아주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란도의 영업광경에 이르면 보는 사람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콘돔마니아라는 섹스숍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콘돔을 고르는 모습이나 혓바닥 콘돔, 사탕 콘돔, 월드컵 기념 콘돔까지 버젓이 전시돼 있는 장면은 성의 천국 일본의 진정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

    시부야에 있는 러브호텔 취재도 눈길을 끈다. 연인들만을 위해 꾸며진 방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투명유리로 제작된 대형 풀장이 있는 방은 압권이었다. 러브호텔 운영자들은 자신의 호텔을 홍보하기 위해 비디오까지 제작한다고 한다. 홍보비디오의 내용은 물론, 풀장이 있는 방에서 연인들이 어떤 성적 놀이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이다.

    ‘충격 도쿄 X파일’은 일본의 성문화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도 한다. 그것은 일본의 여성들이 원래 포르노 등 성적인 부분에 개방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방송가에서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는 ‘이지마 아이’(飯島愛). 바로 그녀가 포르노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을 한번에 씻어낸 주역으로 평가된다. AV(adult video)라고 불리는 일본 성인 포르노 영화에 50여 편이나 출연했던 전력을 가진 그녀가 방송가의 스타로 거듭나자 일반인들의 포르노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프트 온 디맨드’라는 일본의 유명 포르노영화 제작사의 이벤트 현장으로 달려간다.

    ‘전라 선수권대회 64’라는 이름이 붙여진 행사장에는 64명의 여성들이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옷을 하나씩 벗어 던지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최후까지 전라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 우승자에겐 포르노 배우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일본인들조차도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원도 감독은 “우린 일본을 잘못 알고 있다”고 단언한다. 특히 ‘포르노 왕국’이라든지 ‘섹스산업의 천국’이라는 선입견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의 섹스산업은 철저한 관리하에 블록화돼 있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또한 섹스산업 업계의 자율규제가 무서울 만큼 철두철미하다고 설명한다.

    올 누드 공연 자체가 불법이고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포르노 역시도 불법이다. 그렇다면 왜 뒷골목 문화에는 그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일본 전통의 폭력조직인 야쿠자에 의해 성인들만의 문화공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찰 역시 유흥가를 순찰할 때는 먼저 야쿠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엔 한국처럼 전국 곳곳의 주택가까지 침투하는 섹스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창녀촌에는 원칙적으로 일본 여성이 없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 중 하나다. 대부분의 창녀촌 역시 야쿠자들이 관리하는데 윤락여성은 러시아 중국 한국 등 외국여성들에 한정된다고 한다. 매춘산업에서조차 최소한 자국 여성들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충격 도쿄 X파일’에 등장하는 일본의 섹스산업 중 상당수는 이미 사양화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한다. 유행이 변해가듯 일본의 섹스산업들은 발빠르게 대중의 욕구에 맞춰나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카플 카페’가 인기라고 한다. 한국의 룸카페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이곳은 연인들만 입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놀랍게도 스와핑(연인, 부부 등이 파트너를 바꿔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원도 감독은 ‘충격 도쿄 X파일’의 주제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한다. 지난 6월27일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3차 개방이 이루어졌다. 포르노만 제외하고는 빗장이 모두 풀린 셈이다. 그러나 포르노 등 일본의 성인문화가 영원히 묶여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일반 영화나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은 정서의 장벽 상 일본문화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성인산업, 섹스산업이 개방될 경우 순식간에 국내시장을 휩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성인비디오 업계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 쯤 일본 성인문화가 개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성인문화가 개방되지 않더라도 국내 성인영화에서 최소한 여성의 정면 음모노출 정도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 일부 성인비디오에서 여배우의 음모가 수초간 노출된 작품들이 심의를 통과한 사례는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충격 도쿄 X파일’은 97년 개봉돼 전국에서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쇼킹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쇼킹 아시아’보다 훨씬 덜 선정적이다. 또한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 역시 눈요기를 위주로 한 노골적인 성 표현보다는 일본의 섹스산업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씩이나 심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성의 이중적 잣대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일본의 성문화는 안되고 이름도 모르는 외국 제작사가 만든 다큐 영화는 버젓이 상영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원도 감독은 결국 볼 권리와 보여줄 권리를 그나마 담보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더 이상 일본 섹스산업의 실체를 덮어둘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감독은 “확실한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두루뭉실한 선정성이란 기준은 창작 의욕 자체를 꺾어버리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섹스산업은 문을 닫아놓았다고 해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섹스산업은 뒷문을 통해 벌써 우리들 일상 속으로 파고 들어와 있다. 전화방과 증기탕, 원조교제 등 그 증거는 수없이 많다.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문화적 겁탈을 당하기보다는 먼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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