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호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지호영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월 22일 장중 5000 선을 터치하더니 2월 25일 6000 선도 돌파했다. 하지만 2월 23일 만난 황정호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코스피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관한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서 유럽 주식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 시작해 국내 및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200조 원 자산을 운용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오르며 30여 년간 다양한 투자를 경험했다.
최근 일반 투자자를 위한 안내서 ‘부의 초가속’을 펴낸 그는 “진짜 투자자는 돈이 스스로 불어나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자산의 70%(핵심)는 미국 S&P500에 투자하고, 나머지 30%(주변) 내에서만 투자 경험을 쌓는 투자 법칙”을 제안했다.
변동성 높은 코스피, 핵심 자산 될 수 없어
코스피 투자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주식투자는 필수라고 했는데.“우리가 경제 활동을 하는 데는 소득은 물론, 미래에 필요한 자산 형성을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데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족하니 무엇으로든 보완해야 하는데, 지금 거의 유일하게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주식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혁명이 지속될 경우 노동가치는 떨어지고 자본가치는 올라갈 것이라서 자본을 대표하는 주식의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주식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 있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주식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시장 자체도, 참여자들이 주식투자를 보는 관점도 잘못돼 있다. 내가 입사한 1989년 코스피는 1000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1000 선을 회복하는 데 16년이 걸렸고, 거기서 2000까지 가는 데 또 15년이 소요됐다. 그다음은 모두가 알다시피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3300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2024년 8월까지 2300 선에 머물렀다. 말하자면 약 35년간 시장이 1000에서 2000 사이에 갇혀 있었고, 이런 박스권 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투자자도 단기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말하는 주식투자는 그런 게 아니다. 외국에서 주식은 단기매매 상품이 아니라,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고 미래 자산을 형성하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핵심 자산은 투자를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 굉장한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
장기 복리 최적 자산으로 S&P500을 추천했는데.
“정확히는 복리 마법을 가진 주식이어야 한다. 지난해 은퇴한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이 부자가 된 이유로 미국에서 태어난 것,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 복리 효과를 알았다는 것을 꼽았다. 1930년생인 버핏은 14세부터 95세까지 투자를 했는데 그가 이룬 성과의 99%는 65세 이후 만들어졌다. 만약 그가 60세에 투자를 그만뒀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복리 마법이 작동하려면 연간 수익률이 일정 이상 돼야 하고, 변동성이 작아 원금 손실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며, 오래 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안정성이 검증된 상품이 바로 S&P500이다.”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50~60% 차지하는 미국

“먼 훗날 다른 상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2가지 근거로 가장 추천할 만하다. 하나는 데이터가 입증한다. 미국시장은 10년으로 보든 20년, 50년, 100년으로 보든 연간 8~10%씩 상승해왔다(표 참조). 세계에서 이런 시장은 미국 말고 없다. 물론 미국이 GDP(국민총생산)로만 보면 25%로 전 세계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미국은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50~60%를 차지하고 이런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세계경제를 견인한다. S&P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으로 구성되는데, 이것도 10년마다 30%씩 교체된다. 또 지금 1등 기업인 엔비디아가 10년 뒤에도 1등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때도 그 자리를 또 다른 미국 혁신 기업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S&P500이 올해 글로벌 대비 수익률이 낮지만, 그럼에도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축적된 힘이 발휘될 것이다.”
S&P500 적립식 투자로 부를 쌓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연 600만 원씩 저축하면 소득에 따라 최대 16.5%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그러면 연말정산 시 100만 원 넘는 돈을 돌려받아 그다음 해부터는 사실상 500만 원으로 600만 원을 저축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이들 계좌는 55세 이전에 인출하면 페널티가 있어 강제로 장기투자가 되니 여기에 일정 돈을 적립식으로 자동이체해 놓은 뒤 잊고 있으면 된다. 물론 S&P500도 주가가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더 많이 사서 평균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4000만~5000만 원이니 연 400만 원씩만 저축해도 30년 뒤 은퇴할 때쯤에는 4억5000만 원 이상, 부부 기준 10억 정도가 될 테고, 그 정도면 순자산 기준 상위 10% 안에 들어간다.”
주변 투자 상품으로는 개별주식, 섹터/테마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예로 들었는데.
“개별주식이나 현재 유행하는 섹터 ETF, 테마 ETF 모두 사실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한국 투자 문화에서 관심을 갖지 않기 어려우니 최대 30% 이내에서 해보라는 뜻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군 복무 기간 평균 2000만 원 정도를 모아 사회에 나오지만 평생 금융교육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대부분 코인이나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다가 다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에 대한 욕심과 조급함에 전부 투자해 잃지 말고 30%만 가져가라고 얘기한 것이다.”
개별주식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은 없나.
“개별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면 먼저 주식투자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기업의 주인이 돼 공동 경영을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단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경영진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주식을 무조건 싸게 사야 한다. 내가 투자하려는 시장의 속성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사실 한국시장은 상장된 기업 상당수가 변동성이 심하고 시장 자체도 불공정한 측면이 많아서 장기로 투자하면 돈을 벌기 어렵다. 물론 지금은 코스피가 2300에서 6000까지 왔으니 신규로 들어온 사람은 다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뒤에도 이분들이 다 돈을 벌었을까는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불고 있는 ETF 투자 열풍은 어떻게 보나.
“지금 개인투자자에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사라고 하면 너무 비싸서 못 산다. 그런데 주당 가격이 그보다 낮은 반도체 ETF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시다. 어차피 반도체 ETF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들 주가가 하락하면 다 같이 빠지게 돼 있다. 더욱이 한국은 기업 수가 많지 않아 위험 분산이 어렵다. ETF를 처음 만든 존 보글(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창업자)이 생각한 것은 섹터, 테마, 액티브 ETF 같은 게 아니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지수 ETF로 일반인도 자본시장 혜택을 누리며 부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최근 내 주변을 보면 퇴직 후 창업을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이가 많다. 60대 이상은 손실을 회복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위험한 투자는 금물인데도 말이다.”
60대 잘못 투자하면 노후 파산 직면
연령대별로 달라야 하는 투자전략을 설명한다면.“20~40대는 복리라는 시간의 힘이 충분하니 S&P500이나 나스닥100에 70%를 투자하고, 남은 30%로 다양한 투자에 도전해도 된다.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투자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사실 미국인은 저축하듯이 S&P500에 장기투자를 하지, 개별주식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50대가 되면 흔히 이직이나 퇴직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에 복리로 불려온 자산을 절대 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도 필요하니 채권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60대 이상은 잘못 투자했다가 노후 파산이라는 엄청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변동성이 큰 개별주식, 특정 섹터 ETF 투자는 금물이다. 내 경우에는 S&P500을 중심으로 현금흐름이 필요해 월배당 ETF를 갖고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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