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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조작, 심판 매수… K리그, 벼랑 끝에 서다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대로 가면 공멸”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승부 조작, 심판 매수… K리그, 벼랑 끝에 서다

승부 조작, 심판 매수…  K리그, 벼랑 끝에 서다

승부 조작이라는 검은 유혹은 범죄 특성상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특정 종목, 특정 포지션을 타깃으로 하기도 한사다진( 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스포츠동아]

2011년 5월 창원지방검찰청은 불법 스포츠도박 브로커로부터 ‘검은돈’을 수수한 혐의로 K리그 현역 선수 2명을 체포했다. 그 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해 돈을 챙겼을 뿐 아니라, 승부 조작에도 직접 가담했다는 점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연루자는 늘어났고, 이들은 줄줄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승부 조작이라는 광풍 속에서 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공시된 K리거 648명 가운데 10%에 가까운 50여 명의 전·현직 선수가 검찰에 기소됐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6년 5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현대모터스가 심판 매수를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축구계는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부산지방검찰청(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2013년 심판 2명에게 각각 2차례와 3차례에 걸쳐 회당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을 건넨 전북현대 A스카우트를 불구속 기소했다. A스카우트로부터 돈을 받은 심판 2명도 마찬가지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북발(發) 심판게이트’는 지난해 말 경남FC의 심판 매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지검은 경남FC의 용병 비리를 수사하다 안종복 전 사장이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건네는 등 조직적으로 심판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연루된 심판 4명은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4명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2명의 심판이 A스카우트로부터 현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결국 불구속 기소에 이르렀다.



여론의 뭇매 맞은 전북현대

경남FC 사건을 통해 소문으로만 나돌던 프로축구의 심판 매수가 처음으로 확인된 데 이어, 클래식 ‘리딩클럽’을 자임하던 전북현대도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축구계와 팬들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공정성을 첫 번째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에서 심판 매수는 리그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승부 조작과 함께 가장 죄질이 나쁜 행위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심판 매수 행위가 알려진 뒤 전북현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납득할 수 없는 해명으로 일관해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전북현대는 부산지검의 불구속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스카우트가 구단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구단 윗선이나 감독의 지시 없이 스카우트가 개인적으로 자기 돈 500만 원을 써가며 비위를 저질렀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전북현대는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스카우트는 연봉 1억 원이 넘는다”며 “개인적 판단으로 500만 원을 전달할 만큼의 재정적 능력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더 매서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일종의 ‘선 긋기’로 검찰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닌 데다, 법적 판단이 남은 상태에서 서둘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전북현대 측 주장대로 심판 매수가 ‘해당 직원의 단독 범죄’일지라도, 구단은 구성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그 행위가 구단이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면 수뇌부는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다. 전북현대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나서면서 한국 축구는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검찰 수사 확대될까

승부 조작, 심판 매수…  K리그, 벼랑 끝에 서다

5월 24일 전주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모터스와 호주 멜버른 빅토리FC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앞서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이번 사건의 초점 가운데 하나는 심판 2명에게 건넨 500만 원의 출처. A스카우트는 완강하게 “내 연봉을 쪼개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인이 (구단이나 다른 관계자의 연루를) 극구 부인하면서 자기 스스로 한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금이 오간 것이라 더 수사하기가 어려워 불구속 기소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구단이나 심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만한 단서는 없다”며 현재로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한국 프로축구계를 강타한 ‘경남발 심판 매수’ 사건과 동일선상에 있지만, 여파는 훨씬 더 강하다. 전북현대는 2014년과 지난해 K리그 클래식을 2연패한 명문구단이다. 올해도 FC서울과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구단과 심판의 ‘유착관계’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 일종의 ‘떡값’을 통해 몇몇 구단이 정기적으로 심판들을 ‘관리’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검찰이 ‘전북발 심판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망을 확대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정확히 5년의 시차를 두고 불거진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는 K리그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아니면 현 상태에서 마무리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K리그는 이미 팬들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믿음도 깨졌다. 한 축구인은 “참담한 심정이다.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고, 모 구단 관계자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고 절규했다.

이번 사건을 K리그 구성원 모두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강력하고 합당한 징계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개최될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한국 축구의 앞날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심판 매수 등 비위행위에는 무거운 징계가 따른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남FC는 벌금 7000만 원과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현대의 심판 매수 혐의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모든 징계 수위를 검토해 합당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를 넘어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간절한 자세가 지금의 한국 축구에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6.06.08 1041호 (p60~61)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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