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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선진기술 품 안에 중국 M&A 질주

올해 넉 달간 2015년 전체 규모 추월…한국에겐 ‘양날의 칼’

  • 션지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shen@lgeri.com

선진기술 품 안에 중국 M&A 질주

선진기술 품 안에 중국 M&A 질주

3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 이스북 최고경영자(왼쪽)와 대담을 나누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신화=뉴시스]

최근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불붙기 시작한 중국의 해외 M&A는 올 들어 더욱 가속도가 붙어 지난 넉 달간 규모가 벌써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연간 실적 전체를 넘어섰다. 특히 같은 기간 글로벌 M&A 규모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반면, 중국 기업들의 ‘나 홀로 약진’은 ‘골드러시’ 열기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해외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원인으로는 크게 △기업 내부의 전략적 요구 △유리한 외부 거시경제 환경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유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성장 둔화와 치열한 시장 경쟁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에게 해외 M&A는 단기간에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경쟁자를 추월하는 지름길이자 과잉생산 능력을 해소하는 돌파구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고평가된 중국 기업의 자산가치 등 외부 요인, 해외 M&A를 산업고도화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격상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있다.



사모펀드 등에 업고 민영기업 공격적 행보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 M&A에서는 새로운 패턴과 특징이 나타난다. 먼저 기술과 브랜드 확보가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자 주요 투자 대상국이 자원국에서 기술선진국으로 바뀌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의 M&A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기존의 5분의 1로 급감한 반면, 북미·서유럽지역에서의 M&A 규모는 같은 기간 3.5배가량 늘었다.

투자 대상 산업도 달라졌다(그래프 참조). 2015년 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의 해외 M&A 비중은 전체의 약 20%로 2011년 5.7%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산업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첨단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한 데다, 정부도 ‘인터넷 플러스’ 등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가 신(新)성장 산업으로 쏠리면서 이 분야에서 주류를 이루는 민영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래 건수 기준으로 보면 2015년 민영기업의 해외 M&A는 207건으로 같은 기간 국유기업의 2.6배에 달한다. 특히 알리바바나 완다(萬達)그룹 같은 거물급 민영기업들이 국유기업에 비해 명확한 소유지배구조, 높은 효율성과 시장 적응력 등의 장점을 내세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심사 절차 간소화 같은 규제 완화 조치도 중국 민영기업의 해외 M&A 열풍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M&A 방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은 동종산업 내에서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수평적 확장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 전후방 사업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거나 사업다각화를 추구하는 M&A도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기내식업체 게이트그룹과 항공화물 처리업체 스위스포트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하이난항공(HNA)이 대표적이다. 한국 알리안츠생명,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등을 사들여 글로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안방보험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M&A 자금 조달 경로도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특히 기업이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와 공동출자해 인수를 추진하는 투자 패러다임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자가 참여한 중국 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2013년 25건에서 2015년 95건으로 급증했고, 거래액도 이미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설립한 각종 해외 M&A지원 펀드도 기업의 ‘해외기업 사냥’을 위한 실탄으로 투입되고 있다. 최근 중국화공집단공사(CHEMCHINA)가 한국 기업 전체의 연간 해외 M&A보다 4배 큰 430억 달러(약 51조 원)의 거금을 들여 스위스 종자기업인 신젠트의 인수를 추진한 것 역시 중국 정부가 출자한 실크로드 펀드, 국부펀드(CIC) 등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눈으로 보면 중국 기업의 거침없는 해외 M&A는 양날의 칼과 같다. 중국이 해외  M&A를 통해 산업고도화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시장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이러한 시장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다. 정체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 대상인가 경쟁자인가

선진기술 품 안에 중국 M&A 질주
특히 인터넷과 문화 콘텐츠처럼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한중 간 보완적 관계를 살려 윈윈(win-win) 효과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영화배급사 NEW와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화처(華策)미디어의 협업이다. 2014년 10월 화처미디어는 535억 원으로 NEW 지분의 15%를 매입해 제2대 주주가 됐고, 화처의 도움으로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어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와 43억 원에 판권 계약을 체결, 판권료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자본은 ‘흑기사’가 되기도 한다. 2014년 넷마블게임즈는 CJ E&M과의 지분정리를 앞두고 최소 4000억 원 이상 외부자금이 필요했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투자처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텐센트의 투자 제의를 받아들인 넷마블게임즈는 자금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 진출 통로 확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외 M&A로 경쟁력이 강화된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은 단연 부정적인 측면에 해당한다. 레노버, 하이얼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한 선두기업들은 첨단기술을 신속히 빨아들이며 시장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이들이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경우 해외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중국 기업들이 M&A를 통해 핵심 기술과 콘텐츠, 제조(제작) 노하우를 갖춘 인력을 대거 확보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 M&A와 기술 추격은 사실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한국 역시 과거에는 가전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영역에서 일본이나 미국 기업들의 시장을 빼앗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을 통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16.06.08 1041호 (p48~49)

션지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shen@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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