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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아내 치마폭에 담은 자녀사랑

정약용의 ‘하피첩’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아내 치마폭에 담은 자녀사랑

아내 치마폭에 담은 자녀사랑

1810년 정약용이 전남 강진 유배지에서 두 아들을 위해 쓴 ‘하피첩’ 1, 2, 3첩(오른쪽부터).[사진 제공 · 국립민속박물관]

아내 치마폭에 담은 자녀사랑

[사진 제공 · 고려대박물관]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큰 인물이다. 고금을 뛰어넘는 해박한 지식으로 유교 경전을 새롭게 해석한 업적도 놀랍지만, 백성의 고통스러운 삶과 어지러운 나라를 건져내려고 고민 끝에 제시한 경세론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올해 다산 서거 18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은 색다른 방법으로 다산을 기린다.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이라는 제목으로 다산이 아내의 치마에 쓴 글씨와 그림, 하피첩을 전시한다. 하피첩에는 다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1801년 40세에 시작된 다산의 전남 강진 유배살이는 18년간 이어졌다. 어느 해 부인이 남편을 그리며 쓴 시와 함께 시집올 때 입고 온 붉은 치마를 보내왔다. 세월이 흘러 치마는 빛이 바래 있었다. 그의 아내는 명문가 규수인 홍혜완(洪惠婉·1761~1838). 다산은 15세 때 한 살 많은 홍혜완과 혼인해 6남3녀를 낳았다. 그러나 병으로 잃고 남은 자녀는 2남1녀였다.

49세 때 다산은 그 치마폭을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 위에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전하는 글을 썼다. 집안 경제를 이끄는 문제와 사람답게 사는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 경계하라는 좌우명도 썼다. 말을 조심하고, 당파심을 없애며, 근면하고, 학문에 매진하라고 했다. 또 벼슬이 없어 물려줄 농장도 없으니 그 대신 부지런할 ‘근’ 자와 검소할 ‘검’ 자 두 글자를 남긴다면서 “이 둘은 좋은 전답보다 나아 한평생 쓰고도 남는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 서첩을 노을빛 치마, 즉 ‘하피()’라고 했다.

1813년에는 남은 치마로 족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막 꽃을 피운 매화 가지에 앉은 다정한 새 두 마리를 그리고, 그 아래 “꽃이 이미 활짝 피었으니 그 열매 무성하리라”고 적었다. 자식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라는 간절한 당부였다. 원래 매화와 새는 딸이 시집갈 때 그려주는 그림이었다. 이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 아래 “내가 강진에 유배되어 여러 해가 지났을 때 부인 홍씨가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보내오니 세월이 오래되어 홍색이 바랬다. 재단하여 네 권의 첩을 두 아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작은 가리개를 만들어 딸에게 보낸다”라고 썼다.

이 하피첩의 이력도 다산의 삶처럼 힘에 겨웠다. 6·25전쟁 중에 후손들이 잃어버린 후 행방을 알지 못했는데, 5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타났다. 2004년 경기 수원에서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의 손수레 안에서 기적처럼 발견된 것이다. 이 하피첩은 2006년 KBS TV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나와 진품으로 인정받았고, 2010년 문화재청은 이를 보물로 지정했다. 다시 이 하피첩은 부산저축은행 대표의 압류품 속에 포함됐다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낙찰받아 수장하게 됐다. 낙찰가는 7억5000만 원.



5월 4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에서 ‘하피첩’과 ‘매화병제도’를 볼 수 있다. 4첩 가운데 3첩만 확인된 하피첩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각 첩 순서를 확인하는 성과도 얻었다. 하피첩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첩은 가족공동체와 결속하며 소양을 기르라는 내용이다. 효제(孝悌)가 인(仁)을 실행하는 근본이다. 2첩은 자아 확립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으며 근검하게 살라는 내용이다. 경(敬)으로 마음을 바로잡고 의(義)로 일을 바르게 하라는 경직의방(敬直義方)을 제시했다. 3첩은 학문과 처세술을 익혀 훗날을 대비하라는 내용이다. 온 마음을 기울여 아버지 다산의 글을 읽어 통달하기를 당부했다.






주간동아 2016.05.18 1038호 (p78~)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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