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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돌담 쌓기

그림 같은 돌담 쌓고 동네 한 바퀴

  • 김성원 적정·생활기술 연구자 coffeetalk@naver.com

마른 돌담 쌓기

마른 돌담 쌓기

캐나다 돌담협회 ‘더 스톤 트러스트’의 돌담 쌓기 워크숍 모습. [사진 제공·The Stone Trust]

돌담길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돌담길을 보려고 제주도나 전남 청산도같이 먼 곳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이도 있다. 그럴 바에야 내 집, 내 동네, 내 아파트 담장을 돌담으로 쌓고 일상으로 즐기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돌담을 만드는 게 여간 돈 들고 품 드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직접 돌담을 쌓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렇다 해도 제 손으로 돌담을 쌓을 줄 아는 이가 늘어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마을 만들기’가 유행인 요즘 이웃끼리 모여 돌담 쌓기 워크숍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문제는 제대로 돌담을 쌓을 줄 아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돌담 쌓기가 기본 생활기술이었다. 돌이나 자갈은 단단할 뿐 아니라 구하기도 쉬워 자연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다.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돌로 담을 쌓고, 집을 짓고, 길을 놓았다. 농민들은 돌로 산비탈이나 경사지에 옹벽 또는 축대를 쌓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다랑이 논밭을 만들었다. 농수로를 만드는 데도 돌을 사용했다.



마찰력을 이용한 마른 돌담 쌓기

마른 돌담 쌓기

<그림1> 돌담의 적정 폭과 높이. [사진 제공·DSWA]

마른 돌담 쌓기

<그림2> 마른 돌담 쌓기의 기본과 구조, 돌의 용도별 명칭. [사진 제공·DSWA]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결성된 돌담협회가 돌담 쌓기 워크숍을 열고 있다. 특히 영국 DSWA(Dry Stone Walling Association of Great Britain)나 캐나다 더 스톤 트러스트(The Ston Trust)의 활동이 주목할 만하다.

옛 토담벽이나 돌담은 대개 차진 논흙이나 진흙 반죽으로 돌을 접착하며 쌓았다. 중국 만리장성은 찹쌀풀을 섞은 회반죽으로 돌을 쌓았다. 요즘은 시멘트 반죽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방법은 번거롭다. 넓디넓은 논밭이나 들판의 옹벽, 축대, 경계 돌담은 대부분 접착 반죽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마른 돌담 쌓기다.



먼저 돌담 쌓기 기초부터 알아보자. 마른 돌담 쌓기는 접착제 대신 돌끼리 마찰력을 활용한다. 마찰력은 최대한 넓은 면적에 걸쳐 주변의 많은 돌과 서로 맞대고 있을 때 커진다. 돌담은 위아래 좌우로 돌을 맞물려 쌓아야 한다. 벽돌 ‘어긋쌓기’와 같다. 돌담 안팎으로 돌을 마주 보게 해 안쪽으로 경사지게 쌓는다. 만약 돌을 바깥으로 경사지게 쌓으면 결국 무너지게 된다. 크고 널찍한 돌 위아래로 작은 돌 2~3개를 받쳐 마찰력이 커지게 쌓는다. 무엇보다 돌담 중심선이 완벽하게 수직으로 세워져야 한다. 구조가 잘 짜인 돌담은 겹쳐 쌓은 돌의 무게를 땅바닥에 고스란히 수직으로 전달한다. 돌담 기초는 위보다 폭이 넓어야 하므로 크고 넓은 방석돌을 사용한다.

제대로 돌담을 쌓으려면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돌담의 구조와 돌의 용도별 명칭을 알아야 한다(그림2 참조). ‘모서리돌’은 돌담 모서리에 놓는 묵직하고 크며 노출면이 각진 돌이다. ‘세움돌’은 벽돌로 치면 두세 단 높이로 세울 수 있는 키 큰 돌이다. ‘묶음돌’은 돌담 안팎으로 가로질러 놓는 길고 판판한 돌이다. 위로 40~50cm 높이마다 묶음돌을 놓아 안팎으로 쌓은 돌들이 벌어지지 않게 한다. ‘잡음돌’ 역시 돌담 안팎 면을 서로 잡아준다. 돌담 폭의 3분의 2 정도 길이인 길고 판판한 돌을 안팎 양쪽에서 서로 어긋나도록 마주 보게 놓아 묶음돌을 대체할 수 있어 ‘맞잡음돌’이라고도 부른다.

‘덮개돌’은 돌담 맨 위에 올려놓는 머리 돌이다. 정초석을 뜻하는 머릿돌과 자칫 헷갈릴 수 있어 덮개돌 또는 돌머리라고 부른다. 덮개돌을 놓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잔돌을 세우거나, 닭벼슬 모양으로 놓거나, 기와를 얹거나, 시멘트 모르타르를 얹어 덮개돌을 대신한다. 이엉을 엮어 얹거나 너와(너새) 기와 또는 작은 판석을 얹어 놓은 사례도 있다. ‘틈막음돌’은 안팎으로 벌어진 틈을 막는 쐐기 형태의 잔돌이다. ‘속채움돌’은 돌담 안쪽에 채우는 잔돌이나 자갈이다.



돌담 폭은 높이에 따라 달라져 

일 머리 있게 돌담을 쌓으려면 먼저 돌을 용도에 맞게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분류해야 한다. 무작정 쌓기부터 시작하면 우선은 빠르지만 뒤로 갈수록 처진다.

돌담을 높게 쌓으려면 돌담 아래가 위보다 폭이 넓어야 안정적이다. 돌담을 높게 쌓다 보면 중심선이 흐트러지기 쉽다. 사다리꼴 기준대를 사용해 위아래 돌담 폭 넓이로 줄을 달아 쌓거나 수평자를 자주 이용해 돌담 중앙선이 수직이 되도록 쌓아야 한다. 단면을 볼 때 아래 폭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데 대략 10도 경사가 되도록 쌓는다.

돌담 폭은 돌담 높이에 따라 달라진다(그림1 참조). 돌담 높이가 90cm 이상이면 폭은 높이의 3분의 2 정도다. 돌담의 최소 폭은 60cm가 적당하다. 높이가 1.2~1.4m라면 돌담 기초는 폭이 최소 70~90cm여야 한다. 이때 돌담 위 넓이는 40~50cm가 적정하다.

그림 같은 돌담을 지나치며 감탄만 할 뿐 만들어볼 생각조차 못했다면 한 번 엄두를 내보자. 이제 농촌마을에서조차 돌담 장인을 찾기 어렵다. 허술한 듯해도 여유 있고 소박한 멋을 가진 돌담을 앞으로 누가 쌓을 수 있을까. 전통 생활기술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서도, 마을 만들기를 위해서도 도전할 만한 일이다. 전통 생활기술은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검증되고 개선되며 전승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6.04.27 1035호 (p70~71)

김성원 적정·생활기술 연구자 coffeetal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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