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8

2023.05.05

틱톡으로 날아오른 피프티피프티

[미묘의 케이팝 내비] 숏폼 인기로 빌보드 ‘핫 100’ 50위까지 진입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5-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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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톡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틱톡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고 이제 5주째, 순위는 50위까지 올라갔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다. 짧은 동영상(숏폼)을 공유하는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대대적인 인기를 얻은 결과라고들 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음악산업에서 틱톡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틱톡 생태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곳을 어떻게 이용해야 좋을지 의견이 갈릴 뿐이다.

    틱톡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등 기존 플랫폼에 비해 사용자 참여도가 높다고 할 만하다. 사용자 개개인의 호흡도, 유행의 흐름도, 새로운 인플루언서나 바이럴의 등장과 쇠퇴도 빠르다.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의 장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떤 노래가 틱톡에서 히트할까. 숏폼 영상에 담기는 15초 이내에 청자를 사로잡고, 또한 그 노래를 이용해 자신도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싶어지는 노래다. 많은 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대답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생각보다 애매하다. 짓궂고 유쾌하며 아기자기한 음악이 흥하는가 하면, 게일(GAYLE)의 ‘abcdefu’처럼 친숙하고 순진한 요소에 과격한 반전을 주는 노래가 히트하기도 한다. 대중음악 서브컬처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기도 하고, 틱톡에서 인기 있는 밈(meme)을 활용하기도 한다.

    틱톡 염두에 둔 멜로디와 동작

    그런 와중에도 K팝이 틱톡에 대응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지기도 한다. 사용자들이 따라 하고 싶을 만한 ‘챌린지’를 제작하고, 틱톡에서 활용하기 좋은 노래 부분을 잘 추려 내거나, 사용자가 즐겨 찾는 스페드업(sped-up: 곡을 빠르게 재생) 버전을 제작해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 따라 추기 쉬운 춤을 노리기도 한다. 지수의 ‘꽃’에서 손바닥을 펼치는 대목처럼 간단한 동작으로 재미있는 시각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노래와 안무의 리듬을 단순화해 정박에 ‘차곡차곡’ 진행되는 경우도 더러 눈에 띈다. 아이브의 ‘I AM’은 상반된 무드의 두 대목에서 똑같은 멜로디를 활용함으로써 같은 곡의 두 가지 버전을 듣는 듯한 효과를 내는데, 이 역시 틱톡에서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K팝은 3분 이내에 다양한 감정과 무드를 조합하며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는 포맷으로 진화해왔다. 그만큼 틱톡 트렌드를 노래 일부에 삽입하거나, 정서의 과감한 반전을 보여주는 데는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K팝이 그간 일궈온 음악적 구성의 미학이 숏폼 포맷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종종 보컬과 안무의 기예를 과시하다시피 하는 K팝에서는 틱톡에서 따라 하기 좋은 단순화된 리듬이 무척 캐치(catchy)하면서도 때론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분명한 건 노래방이나 포인트 안무로 대변되는 ‘접근성’은 고도의 기술적 연마와 함께 K팝의 창과 방패로 자리해왔다는 점이다. 틱톡 때문에 K팝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마도 아직은 아껴도 좋을 듯하다.



    정작 역설적인 건 지금까지 틱톡으로 가장 화려한 성과를 낸 K팝인 피프티피프티의 ‘Cupid’는 이런 구성적 요소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대중의 선택과 참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는 ‘바이럴 마케팅’이 갖는 근본적 모순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K팝이 재미없어지게 된다면 그 시발점은 오히려 이런 대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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