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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서울대 법대 전성시대’ 열렸다

尹 대통령 당선인에 서울대 법대 동문들도 대거 활약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新서울대 법대 전성시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맨앞 왼쪽에서 두 번째), 권영세 부위원장(맨앞 오른쪽), 원희룡 기획위원장(맨앞
왼쪽)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맨앞 왼쪽에서 두 번째), 권영세 부위원장(맨앞 오른쪽), 원희룡 기획위원장(맨앞 왼쪽)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소위 ‘뺑뺑이 세대’다. 추첨으로 고등학교가 결정됐다. 그곳에서 다양한 환경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로 대표되는 이전 선배들과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엘리트 딱지 거리감 줘”

“윤 당선인이 ‘서울대 법대 징크스’를 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신용락 변호사가 3월 16일 ‘주간동아’에 한 말이다. 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의 고교·대학 동문이다. 오랜 기간 윤 당선인과 교류하며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첫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한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대 법대는 그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붙는 엘리트 딱지가 오히려 대중에게 거리감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이런 징크스를 깬 데 이어 서울대 법대 출신 동문들도 새 정부 구성에서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각 분야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의 신(新)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계에는 그동안 ‘서울대 법대 필패론’이라는 징크스가 있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정치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정치인이 대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 부각된 현상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연패했다. 역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에서도 서울대 법대 출신 낙선자가 여럿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에서는 최재형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대 법대 징크스가 별다른 실체는 없다고 말한다. 비슷한 내용의 ‘경기도지사 무덤론’과도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과거 언론 등의 관심에서 밀려난 측면이 있어 대권 도전 과정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며 “반면 서울대 법대 징크스는 문자 그대로 이유가 없는 결과론적 해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중과 소통 및 공감이 중요한 정치인에게 엘리트라는 시선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과거 이미지컨설팅 전문가들은 이회창 전 총리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차가운 이미지’를 꼽았다. 이런 이유 탓인지 그동안 서울대 법대는커녕 서울대 출신 대통령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엘리트 의식 없는 엘리트”

과거 서울대 법대 출신 인사들은 정권에서 실무를 맡으며 국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군사정권 시절 서울대 법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청와대 및 내각에서 두루 활동하면서 ‘육법당(陸法黨)’이라는 호칭도 생겨났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 이 같은 이야기도 옛말이 된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서울대 법대 징크스를 깬 요인 중 하나로 ‘서울대 법대생 같지 않은 삶의 궤적’을 언급한다. 윤 당선인의 오랜 친구인 신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그 나름 고민이 많지 않았을까”라며 “엘리트 의식 없는 엘리트가 윤 당선인을 가장 잘 수식하는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은 고교 동창 중 영세 자영업을 하거나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과도 우정을 이어갔다”며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삶의 태도가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부터 서울대 법대 동문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표 참조).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위기에 빠진 윤석열 캠프를 수습한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대표적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윤 당선인의 2년 선배로 77학번인 권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신임을 얻고 있어 ‘신윤핵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권 부위원장은 최근 차기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권 부위원장 외에도 서울대 법대 출신 정치인이 인수위에 여럿 있다.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파고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박수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각각 지난 대선 기간 ‘대장동 1타 강사’ ‘대장동 저격수’로 불렸다. 당선 이후 원 전 지사는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차기 정권 국정 과제의 얼개를 짜는 중책이다. 원 기획위원장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존재감을 부각한 만큼 차기 정권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의원 역시 윤 당선인 특별보좌역에 임명돼 일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74학번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 역시 차기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 외교통인 박 의원은 197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이어갔고, 김영삼 정권 시절 대통령비서실 해외담당 공보비서관을 지냈다. 국회 입성 후에도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미국통 정치인이다. 2008년 7월 미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대학 후배이자 검사 선배

서울대 법대 70학번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에 선임됐다. 박 준비위원장은 대표적인 검찰 출신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을 도왔다.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에 임명된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역시 서울대 법대 82학번 출신. 거시경제·금융경제 전문가인 최 전 차관은 인수위에서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연금개혁 등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을 위해 사전에 정부 부처와 협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창원지검장 출신인 유상범 의원 역시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인수위에서 차기 정부 사법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윤 당선인과 관계가 특이하다. 서울대 법대 후배이지만, 검사로서는 선배다. 다만 사석에서 윤 당선인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과 초중고 함께한 인물은 누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중고 동창들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성북구 대광초, 은평구 충암중·고교를 나온 윤 당선인은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초교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이 아주 크고 외향적인 성격이었다”고 회상했다.

학창 시절 대인관계가 원만해서였을까. 지금까지 윤 당선인과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도 많다. 개중에는 윤 당선인의 정계 진출을 도운 인물도 더러 있다. 이철우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아들로, 윤 당선인과 초교·대학 동문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정계 입문을 결정한 배경에도 이 교수의 부친인 이 전 원장의 조언이 있었다. 이 교수도 윤 당선인에게 정계 인사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윤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 “2027년 5월 퇴임해 청와대를 나온 뒤 다시 만나자”며 “이게 마지막 연락이 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에 임명된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차관은 윤 당선인의 대광초 동창이다. 김 전 차관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수시로 윤 당선인을 만나 외교·안보 현안을 조언했다. 윤 당선인이 잇달아 북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천명한 배경에는 김 전 차관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용락 변호사는 충암고 출신으로 윤 당선인과 대입 준비를 함께했다. 학창 시절 그는 수학 난제를 만날 때면 윤 당선인에게 “한 번 풀어보라”며 건넸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윤 당선인과 함께 합격했고,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주간동아 1331호 (p8~10)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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