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3월 1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콘서트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영대 어디 아프세요?
현모 아뇨. 저 말고 방탄소년단(BTS)이요.
영대 갑자기? 왜, 이제 추위도 가셨는데??
현모 오늘 비 쫄딱 맞으면서 공연했거든요.
영대 아!! 공연 다녀오셨구나.
현모 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SEOUL)’ 보고 왔습니다!
영대 완전 좋으셨겠네요! 어땠어요?
현모 하…. 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콘’(혼자 콘서트 보기)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행콘’(행복한 콘서트)이었어요.
영대 원래 혼자 뭐 잘하시잖아요. ㅎㅎㅎ
현모 혼자 여행도 잘 다니고, 혼자 밥도 잘 사 먹고, 혼자 영화도 잘 보고. ㅎㅎㅎ 많은 걸 혼자 잘하긴 하지만, ‘혼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상상이 안 됐거든요. 근데 어차피 무함성, 무떼창 공연이라 친구랑 같이 신나게 함성을 지를 수도 없었고, 워낙 좋아하는 그룹이다 보니 몰입도 굉장히 잘 되더라고요.
영대 아무리 그래도 무함성, 무떼창이 가능하긴 한가요? 함성은 의식보다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거라….
현모 요새는 클래퍼(clapper)라고, 두껍고 커다란 종이로 만들어 엄청 큰 박수소리가 나는 응원 도구를 나눠줘요. 그걸 부채처럼 접어서 손이나 허벅지에 두드리며 목소리 대신 박수갈채를 보내는 거죠.
영대 그거 영상으로 보니까 소리가 은근 크고 무섭더라고요.
현모 그걸로 그나마 어느 정도 소통하고, 박자를 맞추고, 팔도 움직이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그리고 썰렁할까 봐 중간 중간에 미리 녹음된 함성소리 음향 효과가 나오기도 했고요.
영대 완전히 예전 같은 콘서트는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한국에서 대면 콘서트를 했다는 거 자체가 참 반가운 일이에요.
현모 그니까요. 2년 반 만이었어요. 사실 해외에서 활동하는 BTS를 매체를 통해 자주 봐서 그 기간에 대해 딱히 의미 부여를 안 했는데, 도대체 왜인지 저 자신도 알 수 없게 눈물이 자꾸 나더라고요. ㅜㅜ
영대 라이브의 묘미죠! 근데 싱크로니시티를 평소에 자주 보는 분들이라면 현모 님의 그런 반응이 이상하지도 않을 거예요. ㅎㅎㅎ
현모 공연장에 일찍 가서 기다릴 때도 두근거리면서 설렜는데,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고 멤버들이 걸어 나오니까 갑자기 그때부터 줄줄…. ㅠㅠ ‘Life Goes On’ 부를 때도 눈물이 나고, 무빙카 타고 가까이 올 때 또 핑그르르…. 멘트할 때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전 사춘기도 아니고 갱년기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더라는. ㅠ.ㅠ
영대 전 아쉽게 이번엔 못 갔지만 예전에 미국에서 여러 번 느꼈던 그 에너지를 무척 잘 알고 있죠. 팬이 아니어도 울컥해지는 그 기분.
현모 오늘은 세 번의 공연 중 유일하게 온라인 스트리밍이 없는 날이었어요. 야속하게도 공연 중후반부터 비가 상당히 많이 왔는데도 멤버 모두 이것도 즐거운 경험이라면서 앙코르와 마지막 인사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더라고요. 넘나 놀라운 건 얼굴이 비에 젖으면 메이크업이랑 모든 게 엉망이 될 거 같은데, 오히려 잘생김이 물기에 젖어서 반짝반짝 빛나고 더 잘생겨지더라는….
영대 ㅎㅎㅎ 말모 말모(‘말해 뭐 해’의 준말)!
현모 그 와중에 센스 있게 “저희가 ‘비’티에스잖아요”라고 재치 있게 얘기하는데, ‘깜놀’했답니다. ㅋㅋㅋㅋ
영대 눈 왔으면 눈티에스…. 죄송합니다. 근데 현모 님은 비 안 맞았어요?
현모 저는 지붕이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봤는데, 좌석에 따라서 우비를 입고 보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중간에 먼저 일어난 사람은 없었답니다! 공연 끝나고 우산이 없어서 모자 뒤집어쓴 채 비 맞으면서 왔죠. 아, 맞다! BTS가 자기 전에 반신욕을 하고 자라고 했으니까 이따가 꼭 반신욕해야지~. ㅎㅎㅎㅎㅎ
영대 축하드려요. 가고 싶어도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못 가는데 직관하셨으니.
현모 휴, 그만큼 좋은 기운을 받고 왔으니까 으쌰으쌰 힘내서 BTS 멤버들처럼 열심히 살려고요. 신기하게도 힘이 나네요. ㅋㅋㅋㅋ
영대 이제 코로나19도 끝물인 거 같고, 주변에 안 걸린 사람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독감처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는 거 같으니 머지않아 공연도 정상화되겠죠.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생활 모습도 많이 변화했다. [GettyImages]
영대 언젠가 진짜로 마스크 벗는 날이 오면 새삼 어딘가 허전하고 낯설지는 않을지….
현모 갑자기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가 떠올랐어요. 제목이 ‘코로나 천하’인데, 되게 짧으니까, 들려드릴게요. “예쁜 눈썹 / 고운 이마 / 고즈넉한 음성 / 잦아든다 / 잦아든다 / 맑고도 깊은 / 호수 속으로.”
영대 엥? 그게 ‘코로나 천하’라고요?
현모 네, 코로나 천하에는 모두 눈만 보고 대화하니까요.
영대 아, ㅎㅎㅎ 좋네요.
현모 사실 마스크 때문에 상대 입을 보지 못하니까 표정을 읽기가 힘들고 소리도 정확히 안 들리는 데다, 그것 때문에 실제로 아이들의 언어나 사회 발달이 늦어졌다는 안타까운 뉴스도 있었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난 1~2년만큼 우리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 콘택트를 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특히 한국인은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맞추는 걸 좀 어색해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눈밖에 안 보이니까 할 수 없이 봐야 하고, 그래야 무슨 말인지 전달도 잘 되니까 사람의 눈과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만났던 거 같아요. 이 시를 읽고 깨달았어요.
영대 역시 시인의 눈은 다르군요. 근데 전 왜 ‘마기꾼’(마스크를 쓴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떠오를까요? ㅎㅎㅎ
현모 ㅡ.ㅡ!!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코로나19 사태 때 입술 반영구문신 시술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도 며칠 전 미용실에서 들었네요.
영대 입술에 문신을 해요???
현모 ㅋㅋㅋ 눈썹처럼 검은색으로 문신하는 게 아니라, 립스틱 바른 것처럼 붉은색 염료를 살짝 입히는 거예요.
영대 별게 다 있네요. 아니 근데 마스크 때문에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왜 늘어나죠?
현모 에이. 여자들은 바로 알아듣는데…!
영대 음… 뭐지? 마스크를 써도 입술이 또렷이 잘 보이라고??? 아니, 이건 말도 안 되는데. ;;
현모 푸하하하, 뭐 조커예요? 마스크를 자꾸 썼다 벗었다 하면 립스틱이 마스크에 묻기도 하고, 수시로 지워져 덧발라야 되잖아요. 그니까 아예 반영구화장을 해버리면 그런 걱정 없이 언제나 빨간 입술이 유지되고 편하다는 거죠!
영대 아아, 그렇군요. 저는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마스크를 한 번밖에 못 쓰는 게 늘 아깝다는 생각뿐. ㅎㅎㅎ
현모 마스크는 원래 한 번 쓰는 거 아닌가요?! 요즘은 남자도 눈썹 문신은 물론이고, 머리숱이 적은 분은 두피 문신도 엄청 많이들 해요. 이런 거 알아두면 절대 쓸데없지 않을 거예요. ㅎㅎ
영대 암요. 저도 사실 문신을 생각 중이긴 해요. ㅎㅎ 그나저나 먼 훗날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겪은 우리 세대가 이 모든 크고 작은 변화와 촌극을 과연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할지 궁금하네요. 그중엔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것도 있겠고, 영원한 현재형으로 이어지는 것도 있겠죠.
현모 요새는 코로나19도 그냥 감기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떠나는 가족과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 한 수많은 분들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영대 그죠. 우리 감기든, 코로나19든 조심해요. 현모 님도 어서 따뜻한 물에 반신욕하시고요.
현모 네. 요즘 미세먼지도 극성이니 우리 모두 건강 조심~!!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