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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배우자 실장이 국회의원, 삼권분립은 어디로 갔나

‘김혜경 낙상’ 톺아보기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재명 배우자 실장이 국회의원, 삼권분립은 어디로 갔나

11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측이 인터넷 매체 ‘더팩트’ 사진을 인용해 제작한 반박 자료. [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11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측이 인터넷 매체 ‘더팩트’ 사진을 인용해 제작한 반박 자료. [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한 인터넷 매체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낙상 후 첫 외출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매체는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 망토를 입은 여성이 김씨라고 주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 여성이 탑승한 차량은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동승한 수행원을 내려줬다고 한다. 그 후 경기 성남시 이 후보 자택으로 돌아갔다는 것. “온몸을 꽁꽁 싸매고 나선 이의 목적이 고작 서울에 사람을 내려주는 것이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터넷 매체의 섣부른 오보였다. 이 후보 측은 김씨 낙상을 둘러싼 숱한 추측에 반격을 가했다.

다만 김씨의 낙상을 둘러싼 논란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대장동 게이트’와 민주주의의 대전제인 삼권분립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대장동 게이트 부분이다. 11월 12일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2021년 11월 9일 오전 0시 54분 이재명 후보는 휴대전화를 통해 119에 신고했다” “119에 전화를 한 본인과 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은 이 후보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포인트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당시 경기도지사)는 “들은 바로는 이혼 문제로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압수수색 당시 침대에 드러누웠다는 보도가 있던데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며 알려지지 않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의 근황을 전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압수수색 전날인 9월 28일 (유 전 본부장이) 변호사 상담을 마친 뒤 수면제와 술을 먹고 자 피곤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가 낙상한 후인 11월 6일 이기인 경기 성남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체포되기 전 김혜경 씨와 통화했다는 제보가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 의원은 물론, 해당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유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끝내고 텔레그램 암호도 풀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와 이 후보가 사용한 휴대전화 사이에 통화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씨가 낙상했을 때 이 후보가 사용한 휴대전화가 자기 명의인지, 아니면 이른바 ‘차명폰’인지는 119로 신고한 전화번호를 확인하면 밝혀질 것이다.


국회의원, 국민의 대표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오른쪽), 신현영 의원이 이재명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부상 경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오른쪽), 신현영 의원이 이재명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부상 경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태에서 한국 정치의 또 다른 문제를 짚을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것은 상식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한다. 대통령은 행정부를 통제하는 수반을 겸한다. 따라서 국민 대표자인 것은 같지만 대통령(행정부)과 국회의원(입법부) 사이에 견제가 이뤄진다. 동시에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삼권분립이다.



이러한 대원칙이 정치인의 이해득실로 흔들리고 있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국회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하면서 삼권분립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 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국회의원이 대선후보 캠프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왔다. 대선후보가 선거 전문가를 모아 선거를 치르게끔 한 것이다. 같은 당 의원들도 러닝메이트가 아닌 이상,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 정도만 하고 선거 상황을 지켜본다.

한국의 정치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의원들이 선거대책위원장 등 요직을 차지하고 캠프에 참여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당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패한 후보도 미래 야당의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현역의원들은 캠프를 위해 헌신한다. 입법부가 자발적으로 행정부 하수인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정치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으나, 적어도 적정선은 지켜야 한다.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곧 국민 대표자인 대통령은 아니다. 그러한 대선후보 배우자 실장으로 현역의원을 임명해 수행케 한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왕의 배우자가 권력을 쥐는 것을 막고자 여러 조치를 취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가.





주간동아 1315호 (p16~1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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