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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

글로벌 관광업계 덮친 코로나19 쓰나미…관광대국 이탈리아, 전국에 이동제한령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었다. [ansa]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었다. [ansa]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유명 관광지에 가면 중국인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1억6300만 명에 달했다. 인구 규모 기준으로 세계 9위를 차지한 러시아 인구(1억4593만 명)보다 많다. 이들이 지출한 돈은 2770억 달러(약 332조 원)로, 중국은 세계 최대 관광 지출 국가다. 전 세계 관광객 수는 14억 명(도착 기준)이며, 각국의 전체 관광 수입은 1조7000억 달러(약 2038조8100억 원)다. 이 가운데 유커가 사용한 돈은 전체의 16%나 된다. 그러다 보니 각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자 유커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유커 해외여행 금지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각국을 찾는 관광객이 격감해 세계 관광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큰손’ 노릇을 하던 유커가 사라지고 있다. 중국발(發) 코로나19로 각국이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단체 해외여행 금지 등 자국민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관광대국인 프랑스의 경우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치가 1억 명이고,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5%인 50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3%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국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100만 명이 방문한 국가였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200만 명도 채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의 올해 관광 수입은 최소 500억 바트(약 1조9000억 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홍콩과 마카오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인은 빈 가방을 들고 홍콩으로 여행 가 명품들을 가득 채워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홍콩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의 개인 관광객 입경을 금지하고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8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 중단과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인 및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관광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찾은 유커는 290만 명으로, 일본인과 영국인 관광객에 이어 세 번째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미국에서 지출한 돈도 350억 달러(약 41조9000억 원)에 달했다. 호텔 정보 분석업체 STR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올해 460만 명에 달하는 호텔숙박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도 미국과 비슷하다. 중국인 관광객 140만 명이 지난해 호주를 방문해 134억 달러(약 16조706억 원)를 소비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따라 호주 관광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쑥대밭 된 이탈리아 관광산업

이탈리아 병사들이 롬바르디아주로 들어가는 차량을 막고 있다(왼쪽).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A, 징데일리]

이탈리아 병사들이 롬바르디아주로 들어가는 차량을 막고 있다(왼쪽).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A, 징데일리]

관광대국으로 불리는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최대 피해국이 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3월 10일자로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3월 8일부터 4월 3일까지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 에밀리아로마냐주, 피에몬테주 등 북부와 동부 14개 주를 전면 격리·봉쇄한 이후 더욱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 6000만 명은 업무,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 모든 문화·공공시설을 폐쇄하고,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전면 중단시켰다. 음식점 등은 영업을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콘테 총리는 “우리는 코로나19 창궐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조치를 내리게 됐다”며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달라”고 호소했다. 



중국인 관광객 350만 명을 비롯해 각국에서 연간 6200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13%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현재 각국의 이탈리아행 직항노선 운항 중지 및 급격한 관광객 유입 중단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탈리아 관광협회는 연인원 기준으로 관광객이 3162만 명이나 급감하고, 이에 따른 누적 손실액은 74억 유로(약 10조116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이탈리아 관광산업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초강경 조치에 따라 이탈리아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올해 1∼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확실시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日, 4000만 명 유치 계획 물거품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출국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텅 비어 있다(왼쪽).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CNN, DPA]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출국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텅 비어 있다(왼쪽).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CNN, DPA]

올해 세계 관광산업은 도쿄올림픽 등으로 3∼4% 성장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각국 관광객들도 해외여행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관광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내년까지 이어지고, 회복하려면 1년 반~4년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통상 바이러스 발병 이후 세계 관광객 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19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전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산하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볼 때 미국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기까지 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특수로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지만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사실상 입국 금지 조치로 양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959만 명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558만 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각국 관광객들도 일본을 찾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1500만여 명이 일본에서 2조1900억 엔(약 25조4500억 원)을 소비했다면서 일본 정부의 한국인과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일본 관광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한다면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될 수밖에 없어 일본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국내 관광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내 관광업계는 일본인 관광객마저 끊겨 ‘줄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7만여 명으로, 국내 관광시장의 20%를 차지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도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항공사가 입을 매출 피해액이 1130억 달러(약 135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피해 전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항공사들이 입었던 피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IATA는 117개국을 대표하는 290개 주요 항공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 항공사는 전체 항공 교통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 주요 항공사는 대부분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이탈리아행 노선도 크게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역시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 등으로 해외 노선이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세계 관광 및 항공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230호 (p32~35)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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