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1

2017.11.01

기업

이케아(IKEA)의 변신, 성공할 수 있을까

‘불친절’ 접고 ‘친절하고, 작고, 빠른’ 서비스 도입 …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관건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10-30 13: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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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9일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경기 고양시 도내동에 국내 2호점을 열었다. 1호점인 경기 광명점과 동일하게 롯데아울렛이 한 건물에 들어선 복합매장 형태다. 총 4층 규모로 롯데아울렛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 이케아가 지상 2, 3층을 사용한다.

    이케아 고양점 오픈은 인근 주민은 물론 이케아를 ‘애정하는’ 사람에겐 희소식이다. 10월 17~18일에는 ‘패밀리 오픈’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주부 김현숙(41) 씨는 “이케아 광명점도 자주 가는 편인데 집 근처에 매장이 생겨 기쁘다. 앞으로 쇼핑은 주말이 아닌 평일에 해야겠다”며 웃었다.

    이케아는 글로벌 가구 전문업체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공룡기업’이다. 현재 미국, 호주, 독일, 캐나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세계 29개국에 355개 매장을 갖고 있다. 대규모 창고형 매장에서 9500여 개 제품을 판매 중이며, 매년 2500여 개 신제품을 출시한다. 9월 현재 기준 전 세계 매장 방문객 수는 8억1700만 명이며, 직원 수만 14만9000여 명에 이른다.

    광명시에 있는 이케아 1호점은 2014년 개장 이후 꾸준히 방문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360만 명, 멤버십 회원 수는 120만 명을 기록했다. 이케아 고양점은 광명점보다 규모가 작다. 2층에는 홈퍼니싱 액세서리, 3층은 전시실로 구성됐다. ‘미트볼’이 맛있기로 유명한 ‘이케아 레스토랑’과 고객이 아이를 맡기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키즈카페 ‘스몰란드’도 입점했다.





    창고형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후 국내 가구업체들이 덩달아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케아 광명점 개장 당시 국내 가구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최근 국내 가구업계의 매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국내 종합가구업체 1위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1조9345억 원으로, 전년보다 13.1%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샘은 1조164억 원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보다 15.1%(1332억 원) 급증하면서 ‘2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업계 2위 현대리바트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 상승한 73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종합 건축자재 유통회사 현대H&S를 흡수합병하며 단숨에 매출을 1조3000억 원대로 키웠다. 업계 3위인 에넥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7.82% 증가한 3941억 원이었다.

    이는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서 ‘메기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가구업체는 이케아와 차별화를 꾀하며 대형매장(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에 속도를 냈고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 인수합병 등으로 경쟁력도 강화했다.

    이쯤 되면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충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케아의 호황기는 이미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방문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50억 유로(약 46조 원)로 2015년(326억 유로)보다 7.3% 증가했다. 얼핏 나쁘지 않은 실적처럼 보이지만 2015년까지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분명 하향세다.  



    ‘플랫팩 가구’ 시범판매 예정

    10월 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토르비에른 뢰프 인터이케아(이케아그룹 소속)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이케아 제품을 자사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립 이후 74년 동안 대규모 창고형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고수하던 이케아가 급변하는 유통업 환경에 적응하고자 온라인을 수용하기로 결심한 셈이다. 뢰프 회장은 “전통적으로 이케아의 가치는 매장을 통해 전달되도록 설계됐으나 가치 전달 방법이 변하고 있다. 현재 여러 사업 방식을 빠르게 습득해 도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케아의 온라인 진출은 9월 세계적인 완구 회사 토이저러스가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1844년 설립된 미국 대표 백화점 시어스는 고질적인 경영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변화의 핵심 또한 ‘생존’이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모든 것을 ‘온라인 친화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케아는 이른 시일 내 온라인을 통해 ‘플랫팩(flat-pack) 가구’를 시범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상자에 조립용 부품을 넣어 파는 DIY(Do It Yourself) 가구를 가리킨다.

    현재 이케아는 가구 구매 과정의 80%를 고객이 직접 처리하게 돼 있다. 평균 규모가 축구장의 5배인 매머드급 매장에 들어서면 고객은 메모지와 연필로 카탈로그의 제품번호를 기록한 뒤 창고에서 물건을 찾는다. 선반에서 물건을 끄집어내고 카운터로 옮겨 계산한 뒤 자동차에 싣기까지 모든 과정을 고객이 알아서 해결한다. 본격적인 일은 집에 와서 시작된다. 키트 형태의 제품을 설명서를 보면서 조립해야 하는 것. 가구 하나를 장만하려고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불친절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성취감과 희열을 안겨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의 근원으로 꼽혀왔다. 또한 매장 직원의 간섭 없이 고객이 자유롭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터치’ 한 번이면 손쉽게 가구를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소비자는 더는 수고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오래전 DIY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조차 요즘에는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불편한 이케아 가구 조립과정을 비웃는 사진과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플랫팩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은 원할 경우 직접 조립하지 않아도 된다. 9월 말 이케아는 미국 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태스크래빗’을 인수했다. 이 업체 직원들은 시간당 20~60달러를 주면 반려견 산책, 페인트칠하기 등을 대신 해준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단연 가구 조립 대행이다. 앞으로 이케아는 온라인 주문 시 돈을 추가로 지불하면 알아서 가구를 조립해줄 ‘태스커(tasker)’를 집으로 보내준다.  



    이케아 온라인 진출에 가구업계 긴장

    이케아는 지난해부터 영국 런던에서 태스크래빗을 통한 가구 조립 서비스를 시범운영해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구를 구매한 후 직원이나 전용 사이트를 통해 배송 및 조립 날짜를 예약하면 된다. 이러한 온디맨드(on-demand·고객 요구에 즉각 반응하는 형태) 서비스가 좋은 성과를 보이자 이케아는 해당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케아는 상품 카탈로그도 디지털화했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이케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1951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발행된 카탈로그는 연간 발행 부수가 2억300만 부에 달하고 35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 이 카탈로그를 이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볼 수 있다. 이케아는 9월 30일,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앱 ‘이케아 플레이스’를 출시했다. 앱을 실행하면 가구의 크기와 배치 방향을 조정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 가능하다.   

    도시 외곽에 들어선 대규모 매장과 별도로 도심에는 기존 매장의 10분의 1 크기의 소형 매장을 세워 온라인 사업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아가는 곳이다. 이 역시 2015년 영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에서 시범운영된 시스템으로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조세핀 소렐 이케아 대변인은 최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이제 이케아의 목표는 고객이 더 쉽게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고객에게 이케아 매장은 너무 멀다. 대형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고객도 가까운 매장에 들러 제품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이케아의 이러한 움직임에 이케아코리아는 아직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이케아코리아는 이케아그룹 소속으로, 인터이케아 측에 가맹비를 내고 물건을 조달받는 구조다. 이케아 제품을 직접 만드는 업체인 인터이케아의 온라인 사업 진출과 관련해 이케아코리아가 받게 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자칫 하나의 이케아 브랜드를 두고 온라인 대 오프라인 매장의 대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



    기업 DNA 바꿔야 성공

    정작 애가 타는 것은 국내 가구업체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코리아가 고양시에 새로 매장을 낸 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문제는 이케아 본사의 온라인 진출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국내 가구업계에 미칠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더욱이 가구뿐 아니라 소품·생활용품 위주의 홈퍼니싱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이케아코리아가 가구업계를 긍정적으로 견인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일어날 변화가 가구업계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가구업체뿐 아니라 모든 유통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온라인 진출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미 늦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의 전통 방식이 이미 다 깨진 상황에서 아주 특별한 뭔가가 있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루이비통, 구찌 등 세계적인 명품도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지금 이케아의 움직임은 한 발, 아니 여러 발 늦었다고 생각된다. 이케아의 온라인 진출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싸움이 아닌, 같은 ‘온라인 업체 간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짜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의 ‘수직계열화’다. 이케아가 자사 사이트 외 다른 온라인 유통채널로 어디를 선정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이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유통업의 패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케아가 이들 플랫폼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케아는 20세기형 기업으로, 온라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21세기 정보기술(IT) 기반 업체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지라는 문제에도 직면한 상태다. 더욱이 아마존 등 온라인 공룡기업의 오프라인 시장 점령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 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업계는 아마존이 홀푸드마켓 인수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식료품 유통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고자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마존을 뛰어넘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신 교수는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5년 안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돌고 있다. 문제는 전자상거래 메커니즘을 정확히 꿰뚫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최근 월마트는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집 근처 배송을 맡기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우유, 달걀 등 일상 생필품을 고객이 주문하기 전 미리 배달한다. 주요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통 유통방식이 더는 힘을 쓰지 못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온라인 진출이라는 카드 하나를 쥐고 있다고 기업 전체가 온라인 전문기업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뼛속 깊이 박힌 DNA를 바꿔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케아는 온라인 사업에서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까. 신 교수는 “‘전문주의적’ 플랫폼이 아닌 ‘종합주의적’ 플랫폼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케아 가구는 물론이고 홈퍼니싱 제품, 나아가 가전제품까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 자칫 가구 전문업체끼리 한 페이지에 모여 있으면 타사 제품과 단박에 비교돼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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