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급격한 환경 변화, 정신적 충격이 원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묘도 우울증에 걸린다. [GettyImages]
일주일간의 펫캠 영상 기록을 확인한 저는 크림이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렸습니다. 크림이네 집은 다묘 가정이었으나 영상 속 크림이는 다른 반려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사료를 거부해 심하게 말라 있었으며, 그루밍 같은 기본적인 몸 관리조차 하지 않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반려묘 우울증이라니 아마 좀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요. 반려묘 역시 사람처럼 우울증을 앓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까운 이의 죽음 같은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 큰 정신적 충격 탓에 우울증을 겪는 거죠. 통상 보호자가 반려묘 우울증을 눈치 챌 때쯤이면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전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반려묘가 영향받을 만한 중대 사건이 집안에 있다면 이후 활동량, 식욕(식사량), 배변 상태, 수면 시간 등 반려묘 일상생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묘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반려묘 일상에 다시 자극과 활력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보호자가 반려묘와 함께하는 시간을 평소보다 늘리고, 집 안에 재미 요소를 많이 배치해야 하는데요. 가령 반려묘가 사료를 거부한다면 밥그릇까지 ‘고양이 터널’을 연결하거나, ‘푸드 퍼즐’을 통해 재밌게 사료를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야 하는 거죠. 바깥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반려묘 특성을 고려해 캣타워 위치를 창가로 옮기거나, 반려묘가 쉬는 공간에 캣잎과 마타타비(개다래나무)를 뿌려주거나, 반려묘용 TV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또 보호자가 바쁘다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반려묘가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반려묘를 대신 돌봐줄 가족이나 이웃, 펫시터를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은신처 제공해 스트레스 풀어줘야
반려묘 스트레스 관리에는 은신처 제공이 중요하다. [GettyImages]
반려묘 우울증은 반려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가족의 사망, 이혼, 이사, 질병 등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반려묘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사람의 경우 그런 상황을 예상하거나 이해할 수라도 있지만 반려묘는 그렇지 못해 몇 배는 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죠. 또 아무리 사소한 스트레스 요소라도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평소 밝고 사회성이 좋던 반려묘도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바뀔 수 있고, 나아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 반려묘가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수의사에게 상담 받기를 권합니다. 수의사와 함께 원인을 파악해 제거해 나가는 게 좋지만, 만일 그럴 수 없다면 보호자와 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반려묘가 스트레스로부터 관심을 돌리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