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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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비점 여전한 시행 2년 차 ‘동물진료비 공시제’

[이학범의 펫폴리] 진료비 조사 항목 늘었지만 게시 기준 모호한 항목도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5-01-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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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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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병원 주요 진료비 공시제’(동물진료비 공시제) 2년 차(2024)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동물진료비 공시제는 정부가 전국 동물병원이 게시한 진료비를 전수 조사한 뒤 지역별로 중간비용과 평균비용, 최저비용, 최고비용 등을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지난해 기준 동물병원은 총 11개 항목의 진료비를 게시하게 돼 있는데요(표1 참조). 이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게시하지 않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게시하거나, 게시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청구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진료비 조사 대상 동물병원 4배 증가

    동물진료비 공시제는 2023년 처음 시행됐고 지난해 2년 차를 맞았습니다.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 1008개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첫해와 달리 2년 차 때는 조사 대상이 4159개로 늘었습니다. 가축이나 야생동물을 주로 진료하는 곳, 동물진료비 의무 게시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를 하지 않는 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 거의 모든 반려동물 대상 동물병원이 조사 대상이 된 겁니다. 조사된 진료비는 ‘동물병원 진료비용 현황조사 및 공개 홈페이지(www.animalclinicfee.or.kr)’에서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년 차 동물진료비 공시제 조사에서는 1년 차 때 지적됐던 몇 가지 사항이 개선됐습니다. 예를 들어 1년 차 때는 반려동물 체중에 따라 진료비 금액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습니다. 체중별로 진료비가 다르기에 최저가~최고가 범위로 진료비를 게시했는데, 딱 떨어지는 금액이 아니다 보니 조사 결과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2년 차 조사 때는 초·재진료와 X선 촬영 등에 체중 구분을 추가했습니다. 반려동물 체중이 ~5㎏, ~10㎏, ~20㎏인 경우로 구분해 반려동물 체중별 비용을 검색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X선 촬영의 경우 체중뿐 아니라 촬영 횟수, 부위에 따른 차등도 반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일 주간에 내원한 동물의 흉부 방사선 2회’라는 기준을 세우고 조사한 거죠. 입원비도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평일 주간에 입원해 24시간 머문 후 이튿날(평일) 주간 퇴원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동물행동의학, 영양학 전문 진료 등 일반 진료와 구분되는 진료도 조사에 반영했습니다.

    ‌그렇게 조사된 2년 차 동물진료비 공시제 결과는 ‘표2’와 같습니다. 이때 양 극단에 있는 금액을 비교하면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매우 크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일례로 전국 동물병원 초진료 최저금액이 1000원이고, 최고금액은 7만5000원이다 보니 ‘최대 75배 차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동물진료비를 조사할 때 수의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답변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주로 찾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판단하고 싶다면 최저비용이나 최고비용보다는 중간비용 혹은 평균비용을 비교해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정확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들이 점수를 매길 때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3년 차 공시제 조사 항목 더 늘어날 듯

    지역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각 진료 항목의 평균 진료비를 시도별로 비교할 때 가장 격차가 컸던 것은 재진료 평균값으로, 약 2배 수준(제주 1만3487원, 세종 6700원)이었습니다. 그 외 지역별 진료비 평균값은 대부분 1.2~1.5배 격차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진료비 공시 사이트를 보니 초진료 1000원인 곳도 있던데 여기는 1만 원이나 받다니 10배나 비싸다”라는 식의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동물진료비 공시제 3년 차(2025)부터는 동물진료비 조사 항목이 기존 11개에서 20개로 늘어납니다. 진료비 게시 대상 항목이 올해 1월 1일부터 20개로 확대됐기 때문이죠(표3 참조).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3년 차 동물진료비 공시제 조사에는 더 많은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진료비 게시 기준이 모호한 항목도 있습니다. 혈액화학검사는 “종합검사를 기준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병원마다 다른 혈액화학검사 기기를 사용하고 종합검사 때 패널 수도 다르기에 규정이 쉽지 않습니다. 심장사상충 예방비와 광범위 구충비의 구분도 불분명합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의 경우 바르는 약, 먹는 약, 주사제 등 형태가 다양합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제조사나 제조 국가에 따라 원가도 달라지죠. 오리지널약인지 제네릭(카피약)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주사제의 경우 효과가 6개월간 지속되는 제품이 있고, 1년간 지속되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예방약이 존재하는데 심장사상충 예방비를 게시하라고 하니 일선 동물병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여러 논란이 남아 있는 동물진료비 게시제 및 공시제. 앞으로 어떻게 시행될지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