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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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수 ‘썸’으로 곱셈 효과

컬래버 전성시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7-28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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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가수 ‘썸’으로 곱셈 효과

    6월 24일 부산 한 공연장에서 듀엣 무대를 선보인 가수 김창완(왼쪽)과 아이유.

    남녀가 썸을 탄다. 목소리로 썸을 탄다. 정기고와 소유가 부른 노래 ‘썸’의 대성공이 시작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선 알아주는 보컬리스트였으나 대중적으로는 무명에 가까웠던 정기고는 이 노래 하나로 단숨에 ‘블랙 뮤직’의 기수로 떠올랐다. 소유는 효린 등 다른 씨스타 멤버보다 더 강하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2월과 3월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은 사실상 ‘썸’이 지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든 하나만 터지면 유사한 형태가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무한 복제되는 한국 가요계에서 이런 ‘꿀 조합’을 놓칠 리 없다. 7월 둘째 주 음원 차트를 살펴보면 역시나 그렇다. 에일리와 투엘슨의 ‘I'm In Love’, 산이와 레이나의 ‘한여름밤의 꿀’, 허각과 정은지의 ‘이제 그만 싸우자’, 정인과 개리의 ‘사람냄새’ , god와 메건리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 울랄라 세션과 아이유의 ‘애타는 마음’, 아이유와 김창완의 ‘너의 의미’까지. 20위권 안에서 7곡이 컬래버레이션(컬래버)으로 채워져 있다.

    이 컬래버 현상은 몇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아이돌과 뮤지션, 남성 래퍼와 여성 보컬, 선배와 후배로 나뉜다. 정기고와 소유가 첫 번째를 대표한다면 산이와 레이나, 김창완과 아이유는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조합의 상징적 사례다. 형태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좋은 노래’가 성공을 거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슈를 만들거나 트렌드에 묻어가야 한다. 그래야 이름이라도 알릴 기회가 생긴다. 아이돌 붐, 오디션 붐으로 이어진 최근 몇 년을 떠올려보라. 아이돌 시장은 포화상태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고 투자하기엔 한 주 단위로 성패가 갈리는 가요계의 속도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썸’이 터졌다. 묻어가기 딱 좋다. 신인 아이돌처럼 기획과 자본의 힘을 크게 빌릴 필요도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려 기를 쓸 필요도 없다. 그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 된다. 아이돌이라면 실력파 뮤지션 목소리에 올라탐으로써 아쉬운 음악성을 채울 수 있다. 뮤지션에게는 아이돌의 지명도가 얹어진다. 남성 래퍼와 여성 보컬 조합은 리듬과 멜로디, 대조되는 음색이 탄생할 수 있다. 신인에게는 선배가 갖고 있던 기성세대 팬이, 선배에게는 신인이 누리고 있는 젊음이 선물로 따라온다.



    음악을 발표하고 홍보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전 성패가 결정되는 지금, 쉽게 화제를 모으면서 안정적으로 대중에게 흡수될 수 있는 남녀 컬래버 신드롬은 필연일지 모른다. 트렌드는 있으되 스타일은 없는, 아니 스타일을 용납하지 않는 ‘시장’의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 논리 안에서도 옥석은 있다. 아이유와 김창완의 ‘너의 의미’가 그렇다. 조숙함을 넘어 ‘애늙은이’의 신파적 애수를 표현하는 아이유, 여전히 청춘의 연민 같은 한숨으로 노래하는 김창완의 조화다. 아이돌을 넘어 스스로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영원히 현재에 머무르려는 욕망, 이 둘의 조합은 단순한 덧셈이 아니다. 곱셈이다. 진정한 컬래버는 그래야 한다.

    팝 역사에서 듀엣은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스탠더드였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낸시 시나트라의 ‘Something Stupid’부터 퍼프 대디와 페이스 에번스의 ‘I'll Be Missing You’에 이르는 많은 듀엣곡이 히트곡을 넘어선 명곡으로 남았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트렌드가 지금의 컬래버 붐을 밀어내고 난 후 과연 어떤 노래가 대중의 기억 속에 하나의 페이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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