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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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DJ가 해야 할 일

  • < 김석준 / 이화여대 교수·정치행정학 , 비전@한국 공동대표 >

    입력2004-11-23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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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DJ가 해야 할 일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임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집권여당이 내부적으로 인사쇄신과 차기 후보를 둘러싸고 진통을 거듭한 지 오래지만 대통령의 결단은 일반인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만이 아니다. 집권여당의 쇄신운동 당사자나 최고위원 등 당직자들도 이렇게 진전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심지어 그런 조치를 1년 전부터 주장해 온 필자를 위시한 학자들이나 시민단체, 야당의 입장에서도 의외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번 김대통령의 결단은 다른 의도나 술수가 숨어 있지 않다면 국정혼란과 정치권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어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를 결정하기 전에 여당 총재직을 버린 것이 처음이었듯, 김대통령이 앞으로 하기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최소한 다음의 네 가지를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실질적으로 민주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정계개편이나 신당창당 등 정치적 활동과는 무관하게 국정운영에만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이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차기 후보 선출이나 정권재창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당내외에서의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정계개편이나 신당창당에 관여한다면 그 결과는 예상조차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일부에서 김대통령의 ‘아홉 번 당을 깨고 나오고 아홉 번 신당을 창당했던’ 경력을 들추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나서고 있어 국민의 의혹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점은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신뢰회복의 문제다. 이미 여러 차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어진 일이 있었던 만큼 이번만은 실천을 통해 결단의 실질적인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의심스런 일이 있어도 그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조속히 중립 거국 행정내각을 구성하고, 제도적으로 대통령과 내각이 국정에만 전념하여 산적한 국가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 민생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개각 시기를 연말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이달중으로 단행하고, 정치인 출신이 아닌 행정전문가나 사회적인 신망이 높은 중립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거국적으로 행정내각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참신한 인사들’보다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으면서 경륜이 충분히 검증된 유능한 인사들이어야 한다. 이미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어 ‘공무원들도 일손을 놓은’ 만큼 역설적으로 중립 거국 행정내각을 출범시킴으로써 국정운영의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내각은 중립적인 대선관리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국정운영과 마무리 행정에 초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루어질 수 없는 김정일의 답방에 지나치게 연연하여 국정이 상당부분 왜곡된 것도 사실인 만큼 이제 답방으로부터도 초연한 모습으로 내정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남남갈등을 심화시켜 국가위기와 국정난맥의 주요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미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김대통령 개인이나 정부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 만큼 이제는 차기 정부나 대통령이 기여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평화공존과 남북통일은 김대통령 스스로 진단하였듯 한두 대통령이나 정권이 이룰 수 있는 단기적인 과제가 아니다. 지금은 청년실업, 경기불황, 복지정책, 지역갈등, 계층갈등, 교육문제 등 대통령이 전념해야 할 단기적인 민생문제가 산적해 있고 국민통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넷째, 김대통령은 남은 1년여 동안 국민의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조폭 관련’ 권력형 비리사건들에 대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엄중하게 처벌하여 그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별검사제를 과감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미 공적자금의 부담만으로도 차기 정부는 누가 맡더라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비리척결’이나 ‘민생위기’ 문제는 김대통령의 임기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김대통령은 총재직 사임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부디 이번만은 모두를 위해 국민들의 기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과욕이나 ‘음모와 술수’에서 초연한 김대중 대통령의 의연한 모습을 국민과 역사 앞에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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