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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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석 역할 변화 없을 것”

대선주자 진영이 보는 박지원 향후 행보 … “DJ와 핫라인 굳건 메신저 임무 계속”

  • < 장덕수/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 dsjang@mk.co.kr

    입력2004-11-22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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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수석 역할 변화 없을 것”
    확신하건대 지금도 왕수석(박지원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칭)은 대통령과 핫라인을 갖고 있을걸요.”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있는 참모 K씨는 11월12일 최근 사표를 낸 박지원 전 수석의 향후 역할을 묻자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이같이 말했다. 물론 K씨가 ‘핫라인’을 입증할 만한 증거나 유력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K씨처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 대선 예비주자를 보좌하는 참모들은 이처럼 생각하고 있으며 박 전 수석의 ‘실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대선주자들을 24시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여권 내부, 특히 김대중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실낱 같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대체로 정치 경력이 짧게는 5, 6년에서 10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어서 이들의 정보와 판단은 신뢰할 만하다. 따라서 박 전 수석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들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또 이들을 통해 대선주자들의 ‘심증’도 읽어볼 수 있기에 익히 알려진 유력 대선주자의 보좌진 10명에게 일문일답식으로 알아봤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박 전 수석의 역할이 자신들과 같은 ‘참모나 가신’이어서 그런지 인터뷰중 박 전 수석의 잘잘못을 떠나 동병상련의 심정을 내비쳤다. 우선 사임 후 비서 역할 지속 가능성에 대해 10명 중 8명은 “한번 가신은 영원한 가신”이라며 “구체적인 형태야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일’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보좌관은 “변함없이 여권 각 주자들에게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며 여권 내부 일에 앞으로도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모 보좌역은 “김대통령 주변에 누가 있느냐”면서 “정 주고 키운 사람은 못 버리고 다시 부르게 된다”고 비서로서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J모 보좌역은 “여권에 박 전 수석 같은 역할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당과 대통령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2명은 박 전 수석이 매우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활동하거나 점차 힘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으로 떠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10명의 대답은 모두 ‘NO’. P보좌관은 “미국에서 살았고 집도 있으니 다녀올 수는 있으나 서울을 떠나거나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년 12월 대선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추측하기에는 너무 먼 시간”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마지막으로 사퇴 이후 김대통령과 박 전 수석이 첫 만남을 갖게 된다면 누가 먼저 만나자고 할 것인지 물었다. 이 역시 10명 모두가 김대통령을 꼽았다. H보좌역은 “예의상 대통령이 부르지 않는데 만날 수도 없지만 김대통령의 성격상 박 전 수석을 불러 일을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I보좌관은 “아마 지금 박 전 수석은 김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열심히 페이퍼 워크(보고서 작성)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 전 수석은 퇴임 4일째인 12일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심경을 말했다. 휴일인 11일에는 북한산 산행도 즐기고 지인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등 그야말로 ‘몇 년 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전화도 받지만,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당분간 입을 열긴 힘들 듯하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박 전 수석이 모종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이후 활동 계획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내 차가 사무실”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경우 사무실을 굳이 내지 않더라도 활동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차 자체가 사무실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주자 참모들은 지금 박 전 수석의 차가 어디에 주차중인지 먼저 알아내기 위해 바쁘게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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