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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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인사이트

유럽 축구 ‘쩐’의 전쟁, 거침없다

선수 인당 1000억 원대 계약 쏟아져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입력2019-08-19 10: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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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생제르맹 FC의 네이마르. [AP=뉴시스]

    파리 생제르맹 FC의 네이마르. [AP=뉴시스]

    유럽 축구는 이번 여름도 뜨거웠다. 눈길을 사로잡은 대형 이적이 여러 건 나왔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가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FC 등 각 리그를 선도하는 클럽들도 자금을 꽤 풀었다. 

    이적시장의 화두는 역시 ‘돈’이다. 계약 기간을 포함해 여러 조건도 조명되지만, 이적료나 바이아웃(일정 액수를 부담하면 현 소속팀이 이적을 막을 수 없는 제도) 금액 등 수백억,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숫자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선수 영입에 거액을 들이붓고도 고전을 면치 못해 조롱거리가 되는 팀이 있는 반면, 싸게 사온 뒤 비싸게 내다팔아 거상(巨商) 타이틀을 얻는 팀도 있다.

    네이마르가 쏘아 올린 이적료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적이 있다. 유럽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었다. 때는 2017년 여름. 파리 생제르맹 FC가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를 품는 데 무려 2억2000만 유로(약 3000억 원)를 내놨다. 리그 간 이적이 활발한 데다 세계 자본까지 모인 유럽 축구계는 이적설만으로도 스토리가 형성된다. 터무니없는 헛소문이 판치는 것은 물론, 자극적인 이야기가 유령처럼 세간을 떠돈다. 처음에는 네이마르의 파리행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거래가 현실이 되면서 ‘불가능한 이적은 없다’는 풍토가 생겨났다. 기존 세계 최고 이적료는 2016년 폴 포그바에게 붙은 1억500만 파운드(약 1544억 원)였으니, 얼마나 파격적인 사건이었는지 감이 올 것이다. 조제 모리뉴(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 위르겐 클롭(리버풀 FC 감독) 등 일선 지도자들은 죄다 “미쳤다”고 했다. 

    당연히 너도나도 이적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기준치가 높아졌다. 적게는 3~50%, 많게는 100% 이상 뛴 느낌이다. 가령 이강인이 1군으로 승격하면서 발동된 바이아웃 금액은 8000만 유로다. 1000억 원이 넘는다. 10대 후반 선수에게 이 정도 액수가 붙기 시작한 것도 죄다 네이마르 사건 이후다.

    그렇다 보니 요즘 이적시장에서는 기존 최고액을 뛰어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치열하기로 소문난 EPL은 늘 ‘쩐(錢)의 전쟁’이다. 이 리그는 상위 6개 팀이 경쟁하는 구도로 접어들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FC의 양강 구도 속에서 토트넘 홋스퍼, 첼시 FC, 아스날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등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 중 4개 팀이 이번 여름 클럽구단 통산 최고 이적료 기록을 깼다.



    구두쇠의 지갑도 열게 한 영입 경쟁

    토트넘 홋스퍼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왼쪽)과 탕귀 은돔벨레(맨 앞). [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왼쪽)과 탕귀 은돔벨레(맨 앞). [AP=뉴시스]

    한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토트넘이다. 이 구단이 발표한 마지막 영입 대상은 지난해 1월 루카스 모라였다. 대니얼 레비 회장은 부인했으나, 이후 경기장 신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구단 특유의 ‘짠돌이’ 근성도 한몫했다. 토트넘은 그간 중상위권 성적에 만족했다. 그릇이 큰 팀은 아니었다. 되려 월드클래스로 거듭난 개러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을 레알 마드리드 같은 큰 클럽에 넘기면서 이적료 수입을 챙겼다. 이를 쪼개 여러 자원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다 보니 전력 면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질 못했다. 

    그랬던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앉힌 이후로 정상권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도자 한 명의 무게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클럽 가치를 키우면 그에 준하는 운영비가 요구되기 마련. 해리 케인,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등 유수 클럽이 탐내는 이들을 지키려면 처우 개선은 당연했다. 또 경쟁 팀들과 맞설 즉시 전력감도 보강해야 했다. 레비 회장은 이를 두고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빅 클럽으로 올라서든가, 아니면 그저 그런 팀으로 돌아가든가. 그동안은 늘 후자였다. 전자로 접어들려면 팀 철학을 깨는 결단이 필요했다. 구단 기조를 통째로 갈아엎는 중대 기로에 선 셈이었다. 

    토트넘은 꽤 오랫동안 주저했다. 지난해 여름과 올해 초를 빈손으로 보내 팬들의 폭발을 야기했다. 참 웃긴 게, 그 와중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만들어냈다. 주축의 연이은 부상에도 잇몸으로 버텼다. 운까지 꽤 따른 성과. 이를 재현하길 바란다는 건 염치도 없는 일이었다. 이에 레비 회장도 결정했다. 지갑을 열어젖혔다. 올림피크 리옹의 탕귀 은돔벨레에게 구단 최고액 6500만 파운드(약 951억 원)를 썼다. 또 라이언 세세뇽과 지오바니 로 셀소도 불러들였다. 로 셀소는 임대제도를 통해 이적료 부담을 줄였다. 끝내 이뤄지진 않았지만 파울로 디발라, 필리페 쿠티뉴 영입설도 나왔을 만큼 토트넘발(發) 바람은 거셌다. 그동안 돈 쓰고 싶어 어떻게 참았나 할 만큼 광폭 행보를 보였다. 

    돈이라면 맨체스터 시티 FC(맨시티)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에는 무분별한 소비를 제한하고자 수익 대비 쓸 수 있는 상한선을 설정한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이라는 것이 있다. 맨시티는 이와 관련해 늘 의심을 받았다. 이들의 규정 준수 여부를 수면 위로 올려 징계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꽤 컸다. 맨시티는 눈치를 보면서도 구단 최고액을 넘어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일원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은 로드리고 에르난데스(로드리)가 그 대상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바이아웃 금액 7000만 유로(약 950억 원)를 퍼부으면서 “향후 10년을 책임질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극찬했다. 

    아스널도, 맨유도 팍팍 썼다. 아스널이 투자를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슈퍼스타 영입보다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였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꼈는지 선수 모집에 열을 올렸다. 이번에는 릴 OSC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 리그를 호령한 니콜라 페페를 데려왔다. 피에릭 오바메양,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와 전방 삼각 편대를 이룰 전망이다. 예전 바르셀로나의 MSN(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레알 마드리드의 BBC(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상대 견제를 분산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리란 기대로 가득 차 있다. 또 아론 완비사카, 대니얼 제임스 등 어린 선수들을 먼저 품은 맨유는 이적시장 막판 해리 매과이어에게 8000만 파운드(약 1177억 원)를 쏟았다. 단숨에 역사상 가장 비싼 수비수를 보유한 팀이 됐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팀도

    위르겐 클롭 리버풀 FC 감독. [신화=뉴시스]

    위르겐 클롭 리버풀 FC 감독. [신화=뉴시스]

    앞선 네 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구단도 있다. 리버풀은 이렇다 할 추가 영입이 없었다. 클롭 감독은 이적시장 초반만 해도 “남들처럼 돈을 안 쓰고는 경쟁할 수가 없다. 모두가 돈을 끼얹기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우스만 뎀벨레,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과 엮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것도 성사되지 않았다. 기존 자원의 합을 극대화해 또다시 유럽 정상에 도전할 참이다. 첼시는 아예 영입이 불가능했다. 만 18세 미만 외국인 유망주 영입 금지 규정을 어긴 이 구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신입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징계를 받았다. 오히려 에이스였던 에덴 아자르를 레알 마드리드에 보내게 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로는 과열된 느낌까지 풍기는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장을 형성해 파급력을 내뿜는다.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뿐 아니라, 누가 얼마에 어느 팀 유니폼을 입는지를 놓고 떠드는 것조차 일종의 상품이 된다. 이들의 스토리는 내년 5월 모든 리그를 마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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