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이건호와 스테니스호 등 항모 2척이 지난해 11월 남중국해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왼쪽). 중국이 건군절에 대함탄도미사일 DF-21D를 선보이고 있다. [US Navy, china.mil]
中, 대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국이 남중국해 미스치프 환초를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를 조성한 모습. [CSIS]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8월 2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파기한 이후 미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INF는 미국과 옛 소련이 냉전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내놓은 첫 단계 조치로, 1987년 12월 8일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합의한 핵 군축 협정이다. 이 조약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사거리 500〜5500km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846기, 옛 소련은 1846기 등 양국이 중·단거리미사일 2692기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서로 상대국이 INF를 위반했다면서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INF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2017년 실전배치한 SSC-8(러시아명 노바토르 9M729) 순항미사일의 폐기를 요구해왔다. SSC-8은 직경 0.533m, 길이 6~8m의 이동식으로 탄두는 1개이며 450kg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는 500~5500km, 평균 사거리는 2500km이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배치한 유럽 미사일방어(MD)체계의 발사대 MK-41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며 이를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다. 양국은 그동안 INF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결국 INF에서 탈퇴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INF 탈퇴 이유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ASBM을 비롯해 중·단거리 핵미사일 전력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중국은 수천 개의 중·단거리미사일을 동부와 남부지역에 배치해놓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다오롄 전략 vs 항행의 자유
중국 인민해방군의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 사정권. [CSBA]
이에 맞서 중국은 눈엣가시인 미군 항모와 괌 기지를 모두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섰다. 중국이 실전배치를 완료한 세계 최초 ASBM은 DF(東風·둥펑)-21D이다. ‘항공모함 킬러’라 부르는 이 미사일의 제원을 보면 전장 10.7m, 무게 14.7t, 속도 마하 10에 사거리가 1800~3000km에 달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미사일은 바다뿐 아니라 지상 목표도 공격 가능해 일본 열도 전역은 물론,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DF-21D는 수직으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 올라갔다 마하 10 속도로 항모를 향해 떨어진다.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어 요격이 매우 어렵다.
중국은 그동안 INF를 체결한 당사국이 아니라서 마음먹은 대로 중·단거리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DF-21D에 이어 개량형인 DF-26까지 개발해 지난해 실전배치했다. 사거리 3000~4000km로 추정되는 DF-26은 미군 항모는 물론, 일본 열도 전역과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 그리고 괌까지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F-26은 ‘괌 킬러’로 불린다. 길이는 14m, 직경은 1.4m, 중량은 20t으로 추정된다. 핵 또는 재래식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은 1200~1800kg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산둥반도에 사거리 1000km의 DF-16 미사일도 실전배치했다. 경기 평택 주한 미군기지와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DF-16은 핵무기를 포함한 1000kg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목표물 10m 이내에 착탄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중국 정부는 또 대만을 겨냥해 사거리 600~1000km의 DF-15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DF-15는 90kt급 전술 핵탄두 1기의 탑재가 가능해 대만을 핵 공격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중·단거리미사일은 최대 2650기로 추정된다.
중국의 의도는 남중국해는 물론 동중국해와 대만, 한반도까지 군사적으로 자국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 목표는 미국을 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제3 다오롄으로 밀어내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궁극적 목표
지난해 4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에서 관함식을 가졌다. [China.mil]
특히 미국 정부는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협의를 거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후보지로는 한국, 일본, 호주, 괌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푸총 중국 외교부 군축국장은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이나 일본, 호주 등 이웃나라는 자국 영토에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온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든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INF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앞으로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