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켄트 주 샌드위치에 위치한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클럽(GC)이 2020년 디오픈챔피언십(디오픈) 개최지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최근 이 사실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 가지 분석을 내놨다. 첫째는 개최 연도가 내포하는 R&A의 장기 계획, 둘째는 성 차별이 이제 소멸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디오픈이 영국 통합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함의였다.
먼저 2020년이 논란이 됐다. 마틴 슬럼버스 R&A 총장은 “로열세인트조지스GC는 지난 120년간 꾸준히 대회 성과를 거둔 곳”이라고 무미건조하게 개최 사실을 발표했다. 그 말만으로는 속뜻을 알기 어렵다. 순서대로 하면 1990년 이래 5년 주기로 디오픈을 개최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가 선정돼야 하는데 그 관례를 깼기 때문이다. 질문이 쇄도하자 R&A는 급기야 사정을 설명했다. 2021년이면 디오픈 150주년이 되는 해라서 대표 코스인 올드코스 개최를 한 해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R&A는 그때를 기점으로 골프의 미래에 대한 새 어젠다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860년 처음 시작된 디오픈은 프레스트윅에서 1870년까지 11년 동안 한곳에서만 개최했다. 1870년 영 톰 모리스가 3회 연속 우승하면서 챔피언 벨트를 영원히 차지하자, 이듬해 우승자에게 줄 벨트를 만들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디오픈이 열리지 못했다. 1872년 드디어 자금이 모여 프레스트윅에서 개최했으나, 1873년부터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대회장이 옮겨졌다. 이후 링크스를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방식이 확립됐고 우승자에게 주는 부상 역시 벨트에서 클라레 저그로 바뀌게 됐다. 이때부터 올드코스는 ‘골프의 종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디오픈은 1915년부터 19년까지 제1차 세계대전 5년간, 40년부터 45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 6년간 열리지 못했다. 결국 디오픈이 시작된 연도와 현재까지 개최 햇수 사이에는 11년이라는 격차가 생겼다. 올해 디오픈은 시작한 지 157년째지만 개최 햇수로는 146회가 된다.
두 번째는 성 평등의 미래다. 로열세인트조지스GC는 1887년 개장한 유서 깊은 명문 코스다. 2011년 14번째 개최한 디오픈에서는 북아일랜드 대런 클라크가 우승했으나, 이 골프장은 여성의 회원 가입을 금지하는 정책 탓에 그해를 끝으로 디오픈 순환 개최지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골프장은 회의 끝에 2015년부터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다시 디오픈 개최지에 포함됐다.
이는 2013년 필 미컬슨이 우승한 뮤어필드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1744년 개장한 뮤어필드는 1892년을 시작으로 디오픈을 16번이나 개최한 명소다.
마지막은 국가 통합의 기제다. 2020년 15번째를 맞는 로열세인트조지스GC는 디오픈을 처음 개최한 1894년 이후 스코틀랜드 밖에서 처음 개최한 코스이기도 했다. 또한 남부 잉글랜드에서는 유일한 디오픈 개최지다. 근처 로열싱크포트GC는 두 번(1909, 1920) 개최했고, 담을 맞댄 프린스GC는 한 번(1932) 개최해 진 사라센이 우승했다.
디오픈은 단순히 골프대회가 아니라 대영제국 통합의 상징이 될 개연성이 있다. 2019년에는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GC에서 1951년 첫 개최 이래 68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자마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유럽연합에 남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디오픈은 분열되려는 국가를 통합하는 좋은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