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법에서는 ‘공인중개사는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는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3조 제6호)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48조)고 규정하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찾으러 온 고객에게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팔면 처벌받는데 해당 부동산 매매계약은 유효한지 여부가 문제다.
2월 3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의뢰인 A씨가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한 계약금 반환소송(2016다259677)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대전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13년 4월 전원주택을 사려고 부동산사무소를 찾아온 A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대전 유성구의 한 다가구 주택을 소개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B씨에게 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건물 7개 호실이 모두 임대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의뢰인과 직접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에게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는 중개인이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거래를 하거나 그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투기행위를 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부동산 거래질서를 분란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고, 이 규정을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규정은 강행법규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위반해 체결된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런데 대법원 재판부는 제33조 제6호 규정을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으로 보고 매매계약을 무효로 인정한 원심(2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의 규정 취지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거래상 알게 된 정보 등을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데 이용해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막자는 것이다. 그런데 위 규정을 위반한 거래행위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또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한 거래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단지 중개 거래인의 직접 거래라는 이유로 그 효력이 부인돼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A씨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의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반해 체결한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계약금 반환을 구하는 사안에서, 위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보고 개업 공인중개사가 자신의 부동산사무소에 찾아온 의뢰인에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매도한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