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치열하던 선거운동이 끝나고 이제 우리나라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선거운동이라는 게 각 후보자의 정책과 됨됨이를 검증하는 과정인데, 그중 됨됨이를 검증하는 일은 결국 후보의 과거 행적을 들춰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 늘 진실 공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들의 취업 과정, 딸의 유학생활 및 재산 명세와 부인의 교수 임용 과정, 자서전에 써놓은 45년 전 ‘돼지 ◯◯◯’ 발언 등 각 대선후보의 사생활 관련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장식해왔다. 공격을 받는 처지에선 ‘가짜뉴스’라 하고, 상대방은 ‘사퇴하라’고 한다. 급기야 세월호 인양 지연에 특정 후보가 관련됐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한 방송사의 보도까지 등장했다. 그 보도는 해당 방송사가 몇 시간 뒤 삭제했다.
후보의 됨됨이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공표된 사실관계가 진실임이 전제돼야 한다. 허위사실은 평가 대상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에서 진실만 공표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을까. 일단 허위사실 공표 행위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타인에 대한 객관적 가치나 평가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을 검증하면서 ‘공적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이라면 위법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는다.
한편 선거법은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를 더욱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공직 또는 당내 선거 과정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후보 혹은 후보의 친·인척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5년 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일반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고, 더 나아가 당선 또는 낙선 목적으로 후보 관련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허위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더욱 중하게 처벌되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까지가 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그러나 공표된 사실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때로는 의혹으로 남기도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결국 그 말의 진위 여부, 그리고 진실인 경우 그 중대성 여부를 가리는 일은 유권자 몫이 된다. 그런데 유권자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경향이 있다.
고질적인 네거티브 전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거기 있다. 언론매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금도 굳이 처벌하자면 처벌 가능한 각종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들을 모두 처벌할 수는 없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 열렬한 지지기반을 가진 권력을 앞에 두고 사정기관이 제기된 의혹의 진위를 제대로 가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일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가 허위사실공표죄로 옥살이를 한 사례도 있다.
흔히 ‘허위사실유포죄’라고 하는 명예훼손 관련 죄의 적용은 신중하고 세련돼야 한다. 비단 선거 과정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크고 작은 집단 안에서 공론은 표현을 통해 형성되고, 뭐든 들어야 판단이 가능하다. 당연히 표현된 이야기 중에는 허위사실도 있을 테고, 진실인 경우라도 지엽적 부분에서 일부 허위사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결국 표현의 주체이자 이를 듣고 판단하는 주체인 사회 구성원, 그리고 여론 조성의 도우미 기능을 하는 언론의 능력과 태도가 더욱 성숙해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