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건설사 업무총괄이사인 진씨는 2013년 3월 어느 날 부하 직원들과 함께 회사와 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한 거래처 직원들을 만나 1차 막걸리집, 2차 호프집, 3차 노래방 등을 돌며 회식을 했다. 노래방에서는 도우미를 불러 함께 유흥을 즐겼다. 회식이 끝난 후 진씨는 거래처 직원을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고, 길에서 기다리던 중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져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머리뼈가 부러지면서 뇌출혈이 일어났다.
진씨는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공단)은 “2차 호프집까지는 업무의 연장이지만 3차 노래방부터는 사적 행위여서 사고 당시 업무 수행 상태가 아니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재해의 인정 기준)는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가 이어지는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선 업무 수행 중 재해로 인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거래처 직원을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고 기다리던 상황이 ‘업무 수행 중’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진씨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1, 2심 재판부는 “노래방에서 접대부를 불러 유흥을 즐긴 것이 통상의 업무 수행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 2차는 물론 3차 노래방 회식도 ‘업무 수행 중’인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회식 모두 거래처 직원이 동석했을 뿐 아니라 회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참석자에 변동이 없었다. 호프집과 노래방 비용을 추후 회사에서 업무비용으로 처리해주는 등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다. 진씨가 노래방에서 회식 직후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상태에서 거래처 직원의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이므로 진씨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이탈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 비슷한 판결이 1998년에도 있었다. “근로자가 구매담당자를 접대한 후 경영주가 제공한 차량에 구매담당자를 태우고 그의 숙소로 가던 도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판결이 그것이다(서울고등법원 1998. 3. 26. 선고 97구41471 판결).
이번 판결은 업무 수행 개념의 외연을 좀 더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 형태만 바뀔 뿐 일과를 마친 후에도 업무가 쉽게 연장되는 근로환경과 우리나라의 독특한 접대문화를 고려한 판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