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 세상을 열어달라는 많은 이의 기대가 모였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진실을 알리지 않은 언론과 정의를 세우지 않은 검찰을 아울러 비판했다. 주어진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최근 블랙리스트 파동까지 겹쳐 뒤숭숭한 법원도 시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의 사명을 되돌아보게 하는 판결이 최근에서야 잇따르고 있다.
4월 28일 대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3개월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공사(KBS) 본부의 간부 3명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적법한 파업이고, ‘무노동-무임금’으로 회사의 손해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역시 2012년 KBS, MBC, YTN 방송 3사 노조의 연대파업 당시 임원실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당시 YTN 노동조합 간부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건 3월 16일이었다. 당시 연대파업 당사자인 MBC 노조 간부들도 2심까지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YTN 노조는 2012년 2월 KBS, MBC 노조와 함께 연대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배석규 사장이 충성심이 높다’는 내용이 담긴 국무총리실 문건이 공개되자, 4월 2일 조합원 60여 명이 배 사장의 해명을 요구하며 임원실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회사는 당시 김종욱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한다며 2년을 끌다 결국 이들을 기소했다.
1·2심과 대법원은 모두 “YTN 노조의 쟁의행위는 정당했고, 임원실 점거농성 등도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며 이들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에 대한 무효 판결은 2015년 나왔다. 그러나 당시 사장 등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못된 권력은 끊임없이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 논란’은 숱한 문제를 낳고도 이처럼 한참 뒤에야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 대체 무슨 법리가 그리 어렵고, 어떤 사실관계가 그리 복잡하기에 5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새로운 정권에서 검찰과 법원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리고 언론은 어떤 말과 붓으로 권력을 대할까. 새 시대는 제발 각자가 제자리에서 반칙 없이 주어진 몫을 다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는 주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기레기’ ‘검새’라는 단어도 사라지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법으로 본 세상’의 연재를 마치며, 진정 그 소망이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그 길에 조금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면 참 기쁠 것이다. 무려 6년여의 긴 시간 동안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