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목표는 8강, 이상적 목표는 4강이다. 비록 최악의 조 편성으로 고전이 예상되지만, 전력이 워낙 괜찮은 데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임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국내 6개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출전한다. 24개국이 참가하는 U-20 월드컵은 6개 조로 나눠 조별예선을 치르고, 16개국이 토너먼트로 우승국을 가린다. 개최국 한국과 기니의 개막전은 대회 첫날인 5월 20일 전주에서 열리고, 3·4위전과 결승전은 6월 11일 수원에서 갖는다. 이번 월드컵은 총 52경기가 펼쳐진다.
험난한 조 편성, 개최국 프리미엄은 없다
U-20 월드컵의 시초는 1977년 튀니지에서 열린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다. 튀니지 대회 이후 2년마다 개최되고, 2007년 캐나다 대회부터 U-20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95년 카타르 대회까지 본선에 16개 팀이 출전했지만 97년 말레이시아 대회부터 24개국으로 확대됐다. 선수 출전 자격은 대회 개최연도 1월 1일 기준으로 만 20세가 넘지 않아야 한다.성인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월드컵 바로 아래 연령의 선수들이 뛰는 대회라 차세대 축구 스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동시에 세계 축구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1979년 2회 대회에서 우승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91년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95년 스페인 라울 곤살레스, 97년 프랑스 티에리 앙리, 2005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2013년 프랑스 폴 포그바 등이 U-20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최다 우승국은 아르헨티나(6회)이고, 브라질이 5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13년 대회에선 프랑스, 2015년에는 세르비아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역대 U-20 월드컵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은 8강 2회(2009년 이집트·2013년 터키), 16강 2회(2003년 UAE·2011년 콜롬비아)의 성과를 냈다.
이번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남미 예선 4위), 잉글랜드(유럽 예선 3위), 기니(아프리카 예선 3위)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전통 축구 강국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는 물론, 기니 역시 ‘아프리카 복병’으로 평가받고 있어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아르헨티나는 2월 끝난 남미 예선에서 2승1무2패, 4위로 본선에 턱걸이했으나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1993년 호주 대회 3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긴 하지만 강한 체력을 앞세운 특유의 플레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동일 연령대의 경기에선 뒤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는 역대 7차례 맞붙어 3승3무1패로 앞섰고, 잉글랜드를 상대로는 2승1무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국내에서 잉글랜드와 가진 2차례 친선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은 우리 대표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개막전에서 기니를 잡고, 5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잘 견뎌내고, 26일 수원에서 상대할 잉글랜드를 지난해 2차례 평가전처럼 잘 요리한다면 기대대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21명 최종 엔트리, ‘멀티플레이어’가 대세
월드컵 같은 국가대항전의 최종 엔트리는 대부분 23명이지만, U-20 월드컵은 21명만 허용된다. 더구나 U-20 월드컵은 한 경기를 치른 뒤 다음 경기까지 휴식일이 이틀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기 장소도 달라져 이동에 따른 체력 부담도 이겨내야 한다. 빡빡한 대회 일정 속에서 갑작스럽게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경고 누적, 퇴장 등 징계로 인한 출전 정지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신 감독은 최종 엔트리 21명을 구성하면서 최소 2개 이상 포지션을 무난하게 책임질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주로 선발했다. FC 바르셀로나(스페인) 공격 콤비 백승호와 이승우는 윙포워드뿐 아니라 공격 2선의 중앙 등 중원의 거의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홀딩맨(수비형 미드필더)으로 주로 포진하는 주장 한찬희(전남 드래곤즈)와 이승모(포항 스틸러스)는 언제든 전진 배치시켜도 무리 없이 제몫을 해낼 수 있다. 수비 진영에서도 ‘멀티’가 기본 소양이다. 탄탄한 수비는 신 감독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신 감독은 많은 활동량과 빠른 패스를 추구하는 공격적 플레이를 강조하지만, 뒷문 단속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수비진에 가장 많은 멀티 자원이 승선했다. 좌우 풀백을 담당하는 우찬양(포항), 윤종규(FC 서울)는 각각 중앙수비수와 왼쪽 측면 수비수로도 능력을 발휘한다. 백업 풀백인 이유현(전남)도 오른쪽을 맡을 수 있다. 신 감독은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베스트 라인업과 조금씩 변화를 줄 인원은 거의 정했지만, 당장은 누가 주전이라고 꼽을 수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쟁해야 한다”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무한 경쟁을 통해 팀 전력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아들뻘’ 선수들의 기운도 북돋우고 있다.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지낸 그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심리적 요소가 경기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엄한 코치’가 아닌, ‘큰형님’ 스타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사실 내가 꾹 누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대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대회를 앞둔 팀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한 선수는 “감독님은 (백)승호나 (이)승우가 유럽 축구문화를 우리에게 전파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승우가 감독님이 말씀하실 때 ‘짝다리’를 짚어서 놀랐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것을 이해하고 우리에게도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서로 존중하면서 생활해 별문제 없다”고 ‘신바람 축구’의 일면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