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운동선수나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축구팀 골키퍼는 팀 마스코트나 인형을 들고 나온다. 수호신처럼 골대 뒤에 두면 골을 안먹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감독은 경기 직전에는 아무와도 악수를 하지 않는다. 경기가 있는 날 아침, 장의차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내를 몇 바퀴고 돈다는 프로축구단 단장도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경기에 손기정선수와 함께 출전해 3위를 한 남승룡선수도 미신을 믿는 점에서 꽤나 유별났다.
그도 경기 당일 상여나 장의차를 봐야 안심이 됐다. 여기에다 반드시 찹쌀떡을 먹어야 하는 습관까지 갖고 있었다.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마라톤선수들은 출발 직전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남승룡은 달랐다. 굶주림의 한이 깊어서인지 배가 든든해야 잘 달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베를린올림픽 때 그는 상여는 볼 수 없었고 기대했던 장의차도 만나지 못한 채 경기장에 도착했다. 더구나 찹쌀떡을 먹지 못해 뱃속이 영 허전한 게 힘이 나질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베를린까지 따라온 일본인 후원자 기다바라케씨가 찹쌀떡 비슷한 과자 몇개를 구해왔다. 남승룡은 그것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고 한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축구대회 때의 일이다. 본선에 오른 페루팀은 형제 주술사를 고용했다. 이들 아우구스토 카나레아`-`라몬 카나레아 형제에게 주어진 임무는 약초와 찰흙으로 만든 인형, 기적의 딸랑이를 이용해 상대 선수들에게 마법을 걸어 전력을 약화시키는 일. 이들 덕분인지 폐루팀은 아프리카의 강팀 카메룬과의 1차전 경기를 0대 0으로 마쳤고 강팀 이탈리아와도 1대 1로 비겼다. 그러나 마지막 폴란드와의 경기에서는 5대 1로 대패, 결국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프로축구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미신과 얽힌 일화가 있다.
이 대회에서 부산 대우를 누르고 우승한 수원 삼성의 김호 감독은 이번에도 정장 대신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는 유독 붉은색 점퍼만 입는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지만 사실 그 옷이 승운을 부른다고 김감독은 믿고 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열린 날은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였다. 김감독은 파란색 방한복을 입고 나왔다. 그러나 언뜻언뜻 붉은색이 비쳤다. 그는 이날 붉은색 점퍼를 입고 그 위에 방한복을 걸치고 나온 것이다.
연장전에서 삼성의 샤샤는 손으로 공을 골대 안으로 넣었다. 주심도 부심도 그것을 잡아내지 못했고 챔피언 결정전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때도 김감독의 그 점퍼가 ‘승리의 마술’을 부린 것일까.
긴장의 연속인 스포츠.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면 한 두가지의 ‘버릇’은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닐 것이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