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개인투자자의 시장 조사와 투자 방향 결정에 중요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GETTYIMAGES
“좋은 종목들로 분산은 이미 잘 해두셨어요. 업종 분산은 돼 있지만 배당주, 방어주, AI·바이오·금융 쪽은 약한 구조예요.”(챗GPT 답변)
주식투자 2년 차인 30대 직장인 A 씨는 올해 초부터 투자에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관리뿐 아니라 주식 책 요약, 매수 종목 선정 등에 챗GPT 도움을 받는다. 챗GPT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유 권한을 이용해 새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는데 한국 증시에는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떤 국내 종목을 사면 좋을까”라거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저평가된 종목을 추천해줘”라고 묻는 식이다. A 씨는 3월 30일 기자에게 “한국 증시가 강세였던 2월에는 한 달간 챗GPT에 물어 추천받은 산업과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약 8%로 좋았다”고 말했다.
주식 책 요약부터 재무제표 자동 다운로드

월 2만9000원짜리 제미나이 ‘구글 AI Pro’ 버전에 “반도체 가격 변동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계획에 관해 설명해줘”라고 입력하자 약 7분 만에 생성된 구글 독스(Docs) 기준 11장짜리 보고서. 임경진 기자
주식투자에 제미나이 ‘딥 리서치’ 기능을 활용하는 40대 직장인 B 씨는 “프롬프트를 잘 입력하기만 하면 AI가 전문가 수준의 양질 데이터를 내놓는다”며 “회계사, 변호사 등 사무직 근로자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 매체에 나오는 주식 전문가도 AI에 의해 대체되는 시대가 온 듯하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업계에서 채권·펀드 매니저 등으로 20년간 일하고 책 ‘AI를 활용하는 스마트한 주식투자’를 쓴 손환락 작가는 제미나이에 “코스피 전체 종목 중에서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종목을 찾고 싶어”라고 입력했다. 제미나이는 종목 선정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부채 비율 50% 미만’ ‘영업이익률 1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 미만’ 등을 제시했다.
손 작가는 “증권맨으로서 제미나이가 내놓은 기준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AI가 최신보다 오래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때 ‘할루시네이션’(AI가 거짓이거나 맥락과 상관없는 내용을 생성하는 것) 현상이 덜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버핏의 실제 투자 사례와 이론이 예전부터 여러 책에 기록된 덕에 제미나이가 적절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항상 시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고 보장할 수 없어 매수·매도 결정을 AI에 온전히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이용재 UNIST(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상용화된 거대언어모델(LLM) ‘GPT-4.1’ ‘제미나이-2.5’ ‘딥시크-V3’ 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S&P500 지수 편입 종목 427개를 사거나 파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더니 모델 대부분이 대형주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모델이 대형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
연구팀은 LLM의 대형주 선호에 대해 “학습 데이터에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기업과 관련된 것이 많아 모델들이 대형주에 더 강한 선호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모델들의 대형주 편향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소형주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주 선호는 종종 확증편향으로 굳어져 반대 증거가 제시돼도 모델이 초기 판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 결과는 LLM이 중립적인 의사결정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이용재 부교수는 투자에 AI를 활용하는 바람직한 방법과 관련해 “여러 AI 모델을 테스트한 결과 모델마다 투자 견해가 상당히 달랐다는 점에 미뤄볼 때 LLM에 특정 종목을 매수할지 말지를 직접적으로 묻기보다 투자자 개인의 견해를 먼저 형성한 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청해 판단을 개선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손환락 작가는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통해 수치적인 매수 종목 선정 기준을 정했다면, 해당 지표를 충족하는 기업을 찾을 때는 AI 도구들에 단순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 아닌 사용자가 제시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답을 내놓게 함으로써 할루시네이션을 줄일 수 있다”면서 “코딩을 전혀 모르는 문과여도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도 AI 도구로 하여금 코스피200에 포함된 모든 종목의 재무제표를 손쉽게 내려받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기준을 만족하는 종목을 선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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