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대구행 고속버스. [최진렬 기자]
3월 6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조모(61·대구 남구) 씨의 말이다.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694명. 전국 확진자(6264명)의 75%가 대구에서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시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면서 대구를 오가는 인파는 확연히 줄었다.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그럼에도 여전히 ‘대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조씨도 그중 한 명. 그는 외손녀 백일잔치 참석차 서울에 올라와 2주간 둘째 딸 집에 머물다 이날 저녁 6시 40분 버스로 대구 집으로 내려가려는 참이었다. 아파트 분양 일을 하는 조씨는 “코로나에 감염될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관리하는 15개 모델하우스(본보기집) 중 13개가 문을 닫았다 아입니까. 그래도 돈 벌라믄 대구 내려가 일해야죠. 모델하우스 앞에서 전단과 물티슈를 나눠주고 싶은데,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서울 거리에는 사람이 많더만….”
서울 소재 유통회사 직원인 김모(46·대구 수성구) 씨는 한 달 만에 아내와 7세, 5세 자녀가 기다리는 대구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김씨는 “아무리 대구가 전시 상황이더라도 가족이 있는데 안 갈 수 있느냐”며 “걱정되고 보고 싶어 간다”고 했다. 그는 또한 “나는 코로나19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TV 뉴스에서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 팀과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며 “정치인들이 세월호 사고 때만큼 대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가 삶의 터전이기에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싣지만, 막상 대구에 가도 할 일은 없다. 모임 참석차 서울에 왔다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길이라는 김모(62·대구 동구) 씨와 이모(66·대구 동구) 씨는 “우리 둘 다 권투체육관을 운영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았다”고 했다. 김씨는 “체육관을 운영해온 지난 30년 동안 명절이 아닌데도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허탈해했다.
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고 마음 편치 않은 이도 있다. 대구 대학생 황모(23·대구 수성구) 씨는 최근 2~3주 동안 집에만 있다 이날 하루 일정으로 서울에 왔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고향 친구를 배웅한다는 핑계로 올라와서 놀다 이제 대구 집에 가는 길”이라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집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아르바이트하던 PC방에서도 해고되고 개강도 연기돼 내내 집에만 있다 답답해서 나왔다.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한편으로는 대구에 쏟아지는 비난에 서운한 감정도 내비쳤다. 황씨는 “대구 사람들이 보수 정치인에게 표를 줘 코로나에 많이 걸렸다는 글은 정말 너무하다”며 “서울 홍대 앞 클럽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기사를 보고 매우 놀랐다. 서울 사람들도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했으면 좋겠다. 대구는 클럽, 호프집 등이 다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빨리 끊기는 대구행 막차
3월 6일 저녁 8시 무렵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대구행 승객대기실이 텅 비어 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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