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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할 건데 애는 무슨”

합계출산율 0.9명으로 추락한 건 젊은이들 ‘비혼’ 결심 때문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10-09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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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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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니 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지.” 

    3년 차 직장인 장모(29) 씨가 지난 설 할머니로부터 들은 얘기다. 장씨는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더라도 결혼 비용이 거액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혼도 어려운데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할머니께서 최근 사회 분위기를 잘 모르고 하신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출산 장려책을 쓰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인율을 올려야 출산율도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혼하는 부부가 줄어드니 당연히 출산율도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젊은 층의 혼인율이 낮아진 이유는 역시 돈 문제 때문이었다. 특히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다. 정부도 신혼부부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신혼부부라도 임대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부부가 없으니 한 쌍이 한 명도 못 낳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으로 2016년에 비해 4만8427명 줄었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17명에서 1.05명으로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이혼하지 않고 한 남성과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가정할 때 한 가정에서 평균 1명 정도 아이를 낳는 상황인 것. 



    올해는 1명의 벽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이사분기 신생아 수가 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5% 줄었고,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97명이라고 밝혔다.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사사분기 합계출산율은 0.94명으로 올해 이사분기보다 낮았다. 하지만 월별 출산율 증감을 보면 사사분기 출산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6월 출생아 수는 2만4600명으로 지난해 동월에 비해 8.7% 줄어들었다. 2015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1개월 연속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앞으로도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1명 미만일 것으로 점쳐진다. 

    같은 기간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혼인율은 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조혼인율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2014년 6.0건을 기록한 이후 합계출산율처럼 매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조혼인율이 낮게 집계되는 데는 인구의 문제도 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3월 브리핑에서 조혼인율 관련 통계를 발표하며 “지난해 30대 초반 인구가 전년 대비 5.6% 줄어드는 등 결혼 적령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장은 “20대 후반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인 데다 전세 가격 지수도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혼인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통 결혼하고 2년 후에는 첫아기를 낳는데 2016~2017년 모두 결혼 건수가 5% 이상 감소해 2~3년 후에는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은 오히려 증가세다. 2016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효과성 평가’ 보고서에서도 혼인 인구 비율의 감소를 한국 합계출산율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짚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000~2016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1.7명이던 부부 출산율은 2016년 2.23명으로 늘었다. 반면 2000년 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낮은 혼인율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 결혼하는 사람만 늘어도 출산율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층은 점차 결혼을 꺼리고 있다.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2월 미혼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8%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조사 전문회사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4년제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9%가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2012년 같은 응답은 43.8%에 불과했다.

    살 집 없어 결혼 못 해

    결혼 비용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거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DB]

    결혼 비용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거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DB]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구속받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는 답이 37.3%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은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는 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 여학생의 경우는 ‘구속받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50.9%로 1위였다. 

    실제로 결혼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남성의 수입이었다.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저출산과 청년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상위 10% 남성은 80%가 결혼한 반면, 하위 10%는 6.9%만 결혼에 성공했다. 다른 소득분위에서도 소득이 많을수록 결혼한 사람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여성은 소득분위 하위 10%도 42.1%가 결혼했다. 상위 10%의 결혼 비율은 76.7%로 남성에 비해 소폭 낮았지만, 다른 분위의 결혼 비율은 30~40%로 같은 소득분위의 남성보다 높거나 비슷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웨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온솔커뮤니케이션에 의뢰해 작성한 ‘2017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6년 2년간 신혼부부가 결혼에 쓴 비용은 평균 2억6332만 원. 이 가운데 신랑 측이 65%(1억7116만 원), 신부 측이 35%(9216만 원)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거비였다. 평균 1억8640만 원을 주거비로 쓴 것. 이어서 예식장 비용(1905만 원), 예물 비용(1798만 원) 순이었다. 직장인 유모(30) 씨도 올해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2년 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했고 오래 사귄 여자친구도 있지만 결혼 비용을 아직 충분히 모으지 못했기 때문. 유씨는 “학자금 대출도 많이 남아, 당분간은 돈을 모으기 어려울 것 같다. 여자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1년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기업에 입사했다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임금이 적어 도통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직장생활 5년 차인 이모(27·여) 씨는 “학자금 대출에 자취 비용까지 나가다 보니 한 달에 저축 가능한 돈이 많아야 20만~30만 원 수준이다. 직장생활 이후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안 가고 돈을 모았지만 통장 잔고는 좋게 말해 ‘귀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집 없이 시작하면 평생 민달팽이

    7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구로구 한 행복주택 아파트 광장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  ·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아DB]

    7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구로구 한 행복주택 아파트 광장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  ·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아DB]

    주거비가 이토록 높아진 이유는 신혼부부의 주거유형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결혼하면 어떤 집에 살고, 왜 이사를 할까’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결혼 기간 1년 미만 신혼부부 중 자가에 사는 비율이 37%로 전세 비율(35.1%)을 추월했다. 2010년 전셋집에 사는 신혼부부가 44.1%로 절반에 가까웠고, 자가 비율은 32.2%에 불과했지만 5년 새 역전된 것. 물론 지역별로 차이는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집을 마련해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의 비율이 각각 31.3%, 37%였다. 한편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비수도권은 자가로 시작하는 신혼부부의 비율이 52.8%에 달했다. 

    최근 결혼을 약속한 김모(33) 씨도 집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5년간 직장생활하며 알뜰살뜰 모아둔 돈은 1억 원 남짓. 그는 “대출까지 생각해 2억 원 후반대 아파트를 찾고 있다. 여자친구 직장은 판교 쪽이고 내 직장은 종로 근처이니 중간 지점에 집을 구하고 싶지만 지금 예산으로는 마땅한 곳이 없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구로구나 금천구, 관악구 외곽도 생각은 해보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직장이 멀어 탐탁해하지 않는다. 아예 판교가 가까운 성남에 자리 잡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성세대는 주거를 해결한 뒤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의 박모(62) 씨는 “우리 세대는 작은 월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부부가 함께 노력해 집을 넓혀갈 생각을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 후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집 풀었지만 턱없이 부족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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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청년층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떠돌기는 어렵다는 것. 직장인 최모(28 · 여) 씨는 “매년 연봉 협상을 거칠 때마다 내 연봉은 많아야 10% 오르지만, 서울 시내 집값은 한 주에도 6~7%씩 오른다. 물론 서울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결혼한 선배들은 하나같이 ‘서울 벗어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게 어렵다’며 무리해서라도 서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생활주기와 출산간의 연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혼인 당시 주택 점유 형태가 전세나 월세 등 자가가 아니었던 부부 중 결혼 기간 5년 안에 자가 전환에 성공한 사례의 비율은 6.9%뿐이었다. 

    신혼부부 주거유형은 출산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보유한 신혼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출산율이 높았던 것. 같은 연구에서 전세에 사는 결혼 기간 5년 이하 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0.78명, 계획 평균 자녀 수는 1.56명이었다. 반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0.86명, 계획 평균 자녀 수는 1.66명으로 소폭 높았다. 한편 무상임대에서 사는 부부는 평균 자녀 수와 계획 평균 자녀 수가 각각 0.94명, 1.78명으로 가장 높았다. 

    혼인율과 출산율의 증가를 막는 원인 중 하나가 주거비라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이에 신혼부부 관련 주거 혜택을 마련해놓았다. 국토교통부가 7월 발표한 ‘신혼부부 · 청년 주거지원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8~2022년 5년간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매년 2만5000호 이상 늘려 총 12만5000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임대주택 지원 자격은 결혼한 지 7년이 안 된 부부의 수입이 평균 소득의 70% 이하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행복주택과 매입 임대리츠, 분양전환임대주택은 평균 소득 100% 이하인 부부도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책은 마련됐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 한 해 서울에서 결혼하는 부부만 해도 연간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량을 훌쩍 넘는다. 7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출생 · 결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 혼인 건수는 5만3776건으로, 이는 2016년에 비해 6.73%p(3867건) 감소한 수치다. 2017년 전국 혼인 건수는 약 26만4500건. 결혼한 부부 중 10%도 채 안 되는 인원만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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