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에 ‘친노(親盧) 낙하산 인사’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기자는 최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김하경(59·사진) 이사장에 대한 국무조정실 비공개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국가유공자 등의 진료,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해 1981년 설립된 특별법인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산하에 5개(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보훈병원과 보훈원, 보훈휴양원 등이 있으며 직원 3000명, 연예산 4229억원(2006년 기준)인 기관이다.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 “인사권 남용”
2005년 12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광주행복재활병원장과 나주종합병원장을 지낸 의료인 출신. 또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 광주전남 공동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열린우리당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냈다.
김 이사장에 대한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는 기관장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확실히 보여준다. 먼저 그는 2006년 6월 공석 중인 보훈원 의무실장으로 자신의 아내 오모 씨를 채용했는가 하면, 규정까지 바꿔가며 오씨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하게 했다. 보훈원은 무의탁 및 생계곤란, 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양로업무를 담당하는 시설로 수원에 자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오씨의 이력서를 주면서 “채용하기로 했으니 특별인사위원회에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상 보훈병원의 전문의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 채용된다. 그런데 오씨는 공개모집 과정이 생략된 채 특별채용이 이뤄졌다. 또한 채용과 관련한 모든 공문서에 김 이사장이 직접 서명 결재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한 실무진을 전보 조치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은 “이는 배우자를 채용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후 오씨는 세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서 과도한 임금을 받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오씨는 채용 직후인 2006년 6월30일 연봉 6696만원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이 액수는 전 의무실장의 연봉 4748만4000원에 비해 40% 이상 인상된 액수다. 김 이사장은 오씨가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전임 의무실장 역시 2개 이상의 전문의 자격증이 있었다. 또한 근로조건이나 실적 면에서 월급을 올릴 요인이 없는 상태였다고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은 지적했다.
그 후 오씨는 6개월 만인 2007년 1월 연봉을 1억238만4000원으로 인상해 새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 의무실장보다 2배 이상 오른 액수다. 김 이사장은 ‘계약직 전문의에 대한 보수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정부 지침(계약직 전문의 보수 복지지원 기준)에 의거해 정규직 전문의와 같은 연봉으로 맞춘 것이라 주장했지만, 오씨는 계약직이 아닌 촉탁직이기 때문에 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2007년 6월29일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센터로부터 예산 낭비(부적절한 임금인상)라는 지적을 받고 채용 시 급여 수준으로 환원해 다시 계약을 체결한 오씨는 같은 해 9월 사직했다.
김 이사장도 공단의 공금을 자신의 쌈짓돈 쓰듯 했다. 그는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시킨 뒤 강의료를 받았는데, 그 액수가 1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보훈병원 노조는 “강의가 근무시간에 이뤄진 탓에 직원들은 일이 밀려 야근과 휴일근무까지 해야 했다. 반면 이사장은 근무시간에 강의를 해놓고도 월급과 별도의 강의료까지 챙겼다”며 반발했다. 김 이사장은 “규정에 그렇게 돼 있어 당연히 받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김 이사장은 복권기금을 통해 지원되는 장비구입 비용(2006년도 183억원) 중 68억원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자 대전병원을 제외한 4개 보훈병원에 엑시머레이저 장비 등을 구입해서 비용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엑시머레이저 장비는 광주보훈병원에선 전혀 요청한 바가 없었고, 서울보훈병원에서도 투자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무진의 검토서도 작성되지 않았고, 장비 구입을 위한 의료심의위원회도 개최한 적 없이 구입한 셈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각막을 수술할 의사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구입한 탓에 2007년 3월31일 이후 10월 감사 때까지 수술건수가 18건에 그쳤다. 예산 낭비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김 이사장은 “의사로서 최신 장비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노조 관계자는 “노인들이 주 고객인 이곳에서 그 기계가 절실히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더 시급한 의료기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노조에서 퇴진운동 … 임기는 올 12월까지
또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김 이사장 지시로 2006년 2월24일 구 광주보훈병원 토지 및 건물을 A건설사에 93억여 원에 매각(낙찰)하고 2006년 3월3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3월6일 국가보훈처에 보고했다. 그런데 당시 규정상 거래계약 30일 이내에 관할구청에 실제거래 가격 등을 신고해야 함에도 A건설과 한국보훈의료복지공단 모두 신고기한을 넘겨 각각 과태료 5억5000여 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과태료 부과를 피하고자 매매계약 날짜를 바꿔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 밖에도 김 이사장은 부적절한 인사 등을 지적받았다.
보훈병원 노조는 지난해 가을 이런 문제 등을 이유로 이사장 퇴진운동을 벌였다. 국무조정실은 2007년 10월8일부터 31일까지 17일 동안 감사를 벌여 문제점을 확인하고 국가보훈처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사안별로 실무진에게 징계 또는 주의 경고를 내렸으며, 김 이사장에게는 ‘엄중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 측은 “부정 비리는 절대 없었다. 일부 음해 세력이 실무진의 착오와 잘못을 이사장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충분히 해명했다. 별문제 없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국가보훈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기관장과 임원들은 사표를 제출했는데 김 이사장만 제출을 거부한 상태다. 김 이사장 측은 “임기를 보장받은 직책이고, 중간에 그만둬야 할 만큼 잘못한 것도 없어 사표를 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국가유공자 등의 진료,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해 1981년 설립된 특별법인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산하에 5개(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보훈병원과 보훈원, 보훈휴양원 등이 있으며 직원 3000명, 연예산 4229억원(2006년 기준)인 기관이다.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 “인사권 남용”
2005년 12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광주행복재활병원장과 나주종합병원장을 지낸 의료인 출신. 또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 광주전남 공동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열린우리당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냈다.
김 이사장에 대한 국무조정실 감사보고서는 기관장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확실히 보여준다. 먼저 그는 2006년 6월 공석 중인 보훈원 의무실장으로 자신의 아내 오모 씨를 채용했는가 하면, 규정까지 바꿔가며 오씨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하게 했다. 보훈원은 무의탁 및 생계곤란, 유공자와 유족에 대한 양로업무를 담당하는 시설로 수원에 자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오씨의 이력서를 주면서 “채용하기로 했으니 특별인사위원회에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상 보훈병원의 전문의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 채용된다. 그런데 오씨는 공개모집 과정이 생략된 채 특별채용이 이뤄졌다. 또한 채용과 관련한 모든 공문서에 김 이사장이 직접 서명 결재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한 실무진을 전보 조치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은 “이는 배우자를 채용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후 오씨는 세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서 과도한 임금을 받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오씨는 채용 직후인 2006년 6월30일 연봉 6696만원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이 액수는 전 의무실장의 연봉 4748만4000원에 비해 40% 이상 인상된 액수다. 김 이사장은 오씨가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전임 의무실장 역시 2개 이상의 전문의 자격증이 있었다. 또한 근로조건이나 실적 면에서 월급을 올릴 요인이 없는 상태였다고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은 지적했다.
그 후 오씨는 6개월 만인 2007년 1월 연봉을 1억238만4000원으로 인상해 새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 의무실장보다 2배 이상 오른 액수다. 김 이사장은 ‘계약직 전문의에 대한 보수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정부 지침(계약직 전문의 보수 복지지원 기준)에 의거해 정규직 전문의와 같은 연봉으로 맞춘 것이라 주장했지만, 오씨는 계약직이 아닌 촉탁직이기 때문에 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2007년 6월29일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센터로부터 예산 낭비(부적절한 임금인상)라는 지적을 받고 채용 시 급여 수준으로 환원해 다시 계약을 체결한 오씨는 같은 해 9월 사직했다.
김 이사장도 공단의 공금을 자신의 쌈짓돈 쓰듯 했다. 그는 직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시킨 뒤 강의료를 받았는데, 그 액수가 1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보훈병원 노조는 “강의가 근무시간에 이뤄진 탓에 직원들은 일이 밀려 야근과 휴일근무까지 해야 했다. 반면 이사장은 근무시간에 강의를 해놓고도 월급과 별도의 강의료까지 챙겼다”며 반발했다. 김 이사장은 “규정에 그렇게 돼 있어 당연히 받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국무조정실 비공개 감사보고서(가운데)가 김하경 이사장의 처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는 “중간에 그만둬야 할 만큼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노조에서 퇴진운동 … 임기는 올 12월까지
또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김 이사장 지시로 2006년 2월24일 구 광주보훈병원 토지 및 건물을 A건설사에 93억여 원에 매각(낙찰)하고 2006년 3월3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3월6일 국가보훈처에 보고했다. 그런데 당시 규정상 거래계약 30일 이내에 관할구청에 실제거래 가격 등을 신고해야 함에도 A건설과 한국보훈의료복지공단 모두 신고기한을 넘겨 각각 과태료 5억5000여 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과태료 부과를 피하고자 매매계약 날짜를 바꿔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 밖에도 김 이사장은 부적절한 인사 등을 지적받았다.
보훈병원 노조는 지난해 가을 이런 문제 등을 이유로 이사장 퇴진운동을 벌였다. 국무조정실은 2007년 10월8일부터 31일까지 17일 동안 감사를 벌여 문제점을 확인하고 국가보훈처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사안별로 실무진에게 징계 또는 주의 경고를 내렸으며, 김 이사장에게는 ‘엄중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 측은 “부정 비리는 절대 없었다. 일부 음해 세력이 실무진의 착오와 잘못을 이사장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충분히 해명했다. 별문제 없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국가보훈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했다. 대부분의 기관장과 임원들은 사표를 제출했는데 김 이사장만 제출을 거부한 상태다. 김 이사장 측은 “임기를 보장받은 직책이고, 중간에 그만둬야 할 만큼 잘못한 것도 없어 사표를 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