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사한 봄날, 특이하게도 러시아 클래식 음악들이 넘쳐난다.
3월 BBC필하모닉과 런던필하모닉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悲愴)’을 연주했고, 서울시향(4월16일)과 KBS교향악단(4월24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5월30일)도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5월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의 지휘로 차이코프스키 ‘비창’과 ‘로코코 변주곡’(협연 첼리스트 정명화), 쇼스타코비치 ‘축전서곡’을 연주한다.
봄과 러시아 음악의 만남은 절묘하다. 다른 나무보다 먼저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 앞 다퉈 피어났다 스러지는 봄꽃들의 아름다움과, 운명적인 우수(pathos)와 고독을 딛고 솟아오르는 러시아 음악의 선율은 서로 닮은 데가 있다.
‘비창’은 러시아적 파토스를 가장 완벽하게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곡이다. 풍성한 흡인력의 1악장을 지나면 2악장에서 재즈풍의 4분의 5박자, 일명 ‘절뚝거리는 왈츠(limping waltz)’의 부드럽고 인상적인 선율이 등장한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못지않게 아름다워 한번 들으면 자꾸만 흥얼거리고 싶어진다. 경쾌한 3악장에서 어떤 지휘자들은 도취한 나머지 거의 춤을 춘다. BBC필의 키다리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그랬다. 4악장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일반 교향곡과 달리 아주 우울하게 시작해 슬픔을 한없이 물고 늘어진다. 쇤베르크는 4악장을 “울음으로 시작해 탄식으로 끝난다”고 표현했다.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 곡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어떻게 연주할지 궁금하다. 1931년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라디오 방송사가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1942년 8월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봉쇄했을 때 당당히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를 초연해 시민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태안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환경보존 기금으로 쓰인다. 5월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도 공연이 열린다(문의 02- 3471-6475, 1544-4840).
워너뮤직이 유명한 발레곡과 춤곡 101곡을 모은 음반 ‘발레 101’(6CD)을 내놓았다. 여기에도 러시아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CD 2번)뿐 아니라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 독창적인 러시아(5, 6번) 발레음악들이 담겼다.
우아함, 발랄함, 상큼함을 특징으로 하는 발레(ballet)는 춤을 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발라레(ballare)’에서 온 말이다. 13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발레를 받아들여 독자적인 장르로 완성시킨 곳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지금도 프랑스 발레음악들이 추앙받는다. 아당의 ‘지젤’, 라벨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 들리브의 ‘실비아’(CD 3번) 같은 곡이 그렇다. 이 밖에 ‘아이다’ ‘삼손과 델릴라’ 등 오페라에 등장하는 발레음악을 모은 CD 4번도 흥미롭다.
클래식 음악은 기본적으로 우울함을 씻어내는 힘이 있지만 춤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클래식 발레음악들은 삶을 참 신나게 한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도 발레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춤추게 하는… 에너지의 충전소”라고 표현했다.
3월 BBC필하모닉과 런던필하모닉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悲愴)’을 연주했고, 서울시향(4월16일)과 KBS교향악단(4월24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5월30일)도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5월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의 지휘로 차이코프스키 ‘비창’과 ‘로코코 변주곡’(협연 첼리스트 정명화), 쇼스타코비치 ‘축전서곡’을 연주한다.
봄과 러시아 음악의 만남은 절묘하다. 다른 나무보다 먼저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 앞 다퉈 피어났다 스러지는 봄꽃들의 아름다움과, 운명적인 우수(pathos)와 고독을 딛고 솟아오르는 러시아 음악의 선율은 서로 닮은 데가 있다.
‘비창’은 러시아적 파토스를 가장 완벽하게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곡이다. 풍성한 흡인력의 1악장을 지나면 2악장에서 재즈풍의 4분의 5박자, 일명 ‘절뚝거리는 왈츠(limping waltz)’의 부드럽고 인상적인 선율이 등장한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못지않게 아름다워 한번 들으면 자꾸만 흥얼거리고 싶어진다. 경쾌한 3악장에서 어떤 지휘자들은 도취한 나머지 거의 춤을 춘다. BBC필의 키다리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그랬다. 4악장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일반 교향곡과 달리 아주 우울하게 시작해 슬픔을 한없이 물고 늘어진다. 쇤베르크는 4악장을 “울음으로 시작해 탄식으로 끝난다”고 표현했다.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 곡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어떻게 연주할지 궁금하다. 1931년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라디오 방송사가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1942년 8월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봉쇄했을 때 당당히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를 초연해 시민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태안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환경보존 기금으로 쓰인다. 5월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도 공연이 열린다(문의 02- 3471-6475, 1544-4840).
워너뮤직이 유명한 발레곡과 춤곡 101곡을 모은 음반 ‘발레 101’(6CD)을 내놓았다. 여기에도 러시아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CD 2번)뿐 아니라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 독창적인 러시아(5, 6번) 발레음악들이 담겼다.
우아함, 발랄함, 상큼함을 특징으로 하는 발레(ballet)는 춤을 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발라레(ballare)’에서 온 말이다. 13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발레를 받아들여 독자적인 장르로 완성시킨 곳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지금도 프랑스 발레음악들이 추앙받는다. 아당의 ‘지젤’, 라벨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 들리브의 ‘실비아’(CD 3번) 같은 곡이 그렇다. 이 밖에 ‘아이다’ ‘삼손과 델릴라’ 등 오페라에 등장하는 발레음악을 모은 CD 4번도 흥미롭다.
클래식 음악은 기본적으로 우울함을 씻어내는 힘이 있지만 춤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클래식 발레음악들은 삶을 참 신나게 한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도 발레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춤추게 하는… 에너지의 충전소”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