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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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 또 잡음 … 공정성 묘책 없나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2-12-18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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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상 또 잡음 … 공정성 묘책 없나

    영화 '오아시스'의 제작사인 이스트필름측은 청룡영화상 출품을 거부했다.

    12월 들어 영화계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영화상 시상식이 잇따라 열렸지만 중요한 영화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반쪽짜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올 한해 개봉된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청룡영화상(12월12일)에서는 국내외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영화 ‘오아시스’를 볼 수 없었고, MBC에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제1회 ‘MBC영화상’(12월3일)에도 역시 임권택 감독의 수작 ‘취화선’이 출품되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오아시스’의 협조 거부는 제작사인 이스트필름(대표 명계남)측의 정치적 견해 탓이었다. ‘안티조선’ 운동에 동참해온 명대표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행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시상식에서 ‘오아시스’가 거론되거나 자료화면으로 쓰이는 것까지 문제 삼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오아시스’에서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문소리만이 ‘개인 자격’으로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취화선’의 경우 MBC영화상에서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예 출품조차 되지 않았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대표 이태원)측은 ‘후배 영화인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결과적으로 ‘오아시스’가 이 영화상에서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영화인들은 이들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룡영화상의 경우 관객과 네티즌의 투표로 후보들을 뽑은 다음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대상자가 선정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대상자 선정 거부 논리는 ‘안티조선’의 논리가 아니라 ‘안티관객’의 논리가 된다는 것.



    또한 ‘취화선’의 경우 ‘후배에게 길을 터준다’는 논리는 국내 관객에게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오아시스’와의 경쟁을 비켜가기 위한 변명일 수 있다는 것. ‘오아시스’는 역시 ‘취화선’이 출품되지 않은 춘사영화제(11월26일)에서도 대상을 받았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영평상(11월28일)에서도 최우수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었다.

    한 영화평론가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취화선’과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받는 등 개가를 올린 ‘오아시스’가 맞붙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들 영화제가 모두 빛났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종상마저 심사과정 등에서 불공정성이 제기된 데다 이번 일마저 겪게 되자 영화상 제도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인 아카데미상이나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 등처럼 권위와 명성을 지닌 영화상의 출현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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