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20일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린 ‘2000 헤이리퍼포먼스’. 조각가 전수천씨가 내놓은 이날 작품의 주제는 ‘평화와 생명’이었다. 붉은 황토 위에 ‘군사력’을 상징하는 철모 100개가 거꾸로 박혔고 철모 안에는 활짝 핀 봄꽃들이 자리를 잡았다.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동산에서 무력과 대치가 물러가고 상생과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의식이 열린 것이다.
군사분계선과 가장 인접한 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파주는 지역적 특성에 걸맞게 수많은 군사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 남북정상회담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곳에서 열리는 ‘통일이벤트’에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전쟁의 유물로만 인식되던 소도시의 황토흙에 피어난 생명의 꽃은 과연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장도에도 꽃길을 피워낼 수 있을까.
2000 헤이리퍼포먼스에 전시된 조각가 전수천씨의 작품 뒤로 ‘생명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