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2월31일 온가족이 LPG엔진 카니발 파크를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 그런데 봉화와 태백에서 갈라지는 곳 첫번째 언덕에서 헛바퀴만 돌고 올라가지 못했다. 사람이 많이 탔나 해서 내려도 보고 1단 기어로 올라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 티코나 프라이드, 타이탄은 잘도 올라갔다. 그리고 내 차는 시간제 벙어리다. 라디오나 테이프나 CD가 잘 돌다가 순간적으로 소리가 안난다. 두 번 애프터서비스를 받았지만 지금도 그런다.”(박상길)
“오늘(5월19일) 제 차(현대자동차 트라제XG)의 레버형 시트쿠션 높이 조절장치가 망가지다 못해 분해됐습니다. 시트쿠션을 좀 올리려고 작동을 하던 중 그냥 툭하고 분해되더군요. 99년 9월에 50만원 주고 예약해 그해 12월28일 인도받고 온갖 잡소리와 엄청난 문제들을 그냥 내 탓이려니 하면서 타왔는데…. 또 풋브레이크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 비가 오면 창문은 늦게 개폐되고… 더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김익범)
관련 사이트에 소비자 불만 빗발
사이버상에서 국산차의 결함을 조목조목 따지고 부실한 애프터서비스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안티 기아’(antikia.systeck.co.kr)와 ‘안티 트라제XG’(antihyundai.pe.kr) 사이트에 올라 있는 5월19일자 피해사례다. 이들의 이런 항의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카니발과 트라제XG는 판매 개시 이후 잦은 리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던 RV(레저용 차량). 기아차 내부에서는 RV 붐에 불을 붙였던 카니발이 자주 리콜되자 “카니발은 앞에서는 이익을 보지만 뒤로는 손해보는 차이고, 리콜이 없었던 카렌스야말로 효자 차”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차종 모두 같은 계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RV라는 점.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5%를 넘어서면서 나타난 ‘독점의 횡포’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공룡’ 현대자동차그룹의 ‘안사면 말고’ 식의 소비자 무시 경영태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것.
최근에는 대우차도 RV 리콜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리콜에 관한 한 무풍지대인 것으로 보였던 대우자동차가 최근 미니밴 레조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혀 국내 자동차 3사의 RV 대표주자들이 모두 리콜 대상이 된 것. 국내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RV=말썽꾸러기’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IMF 이후 불어닥친 RV 붐을 타고 너도나도 RV를 출시했다. 기아차가 98년 1월 IMF 사태 이후로는 맨 처음 대형 미니밴 카니발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4월에는 중형 미니밴 카스타, 이어 6월에는 소형 미니밴 카렌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어 현대차가 99년 11월 미니밴 트라제XG를, 올 1월에는 대우차가 미니밴 레조를 각각 시장에 내놓았다.
RV가 IMF 사태 이후 각광받은 것은 저렴한 유지비 등 경제성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RV는 7인승 이상으로 형식승인을 받으면 승합차로 분류돼 승용차보다 자동차세 등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디젤유(경유)나 LPG를 연료로 쓸 수 있어 유류비 절감 측면에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여기에 세금혜택은 2004년까지 그대로 받게 되지만 내년부터 7~10인승이 승용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앞당겨 구입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쳐 RV 인기를 더해줬다.
그러나 RV에 대한 인기가 높아갈수록 소비자들의 불만도 쌓여갔다. 소비자들은 잦은 리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다른 결함이 많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도대체 국산 RV가 이처럼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국내 메이커들의 낮은 기술력과 ‘밀어붙이기식’ 경영이 말썽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기술력도 부족한 상황에 IMF 사태 이후 RV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개발을 서두른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설명이다. 아직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의 사고방식에 젖어 ‘일단 팔고 보자’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태도로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 치를 충족시킬 수 없어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개방화의 진전으로 외국 선진 업체들이 21세기 자동차업체의 화두인 ‘안전과 환경, 연비’ 향상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비해 국내 메이커들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문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국내 메이커들은 가장 기본적인 품질관리조차도 외국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 이는 작년 11월 이후 ‘경쟁적으로’ 이뤄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리콜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 빚어진 대우차 미니밴 레조의 리콜 사태만 해도 그렇다. 대우차는 협력업체에서 공급하는 LPG 연료탱크 과충전 방지밸브에 일부 이상이 있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때 품질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물론 회사측은 품질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많은 레조 고객들이 LPG 연료탱크 과충전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봐서 샘플조사를 통한 품질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과충전 방지밸브는 LPG 연료탱크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94년부터 모든 LPG 차량에 장착하게 돼 있는 부품으로 연료의 적정 수용량인 85% 이상으로 연료가 주입되지 않도록 해준다. 대우차 기술연구소 정태형 책임연구원은 “일부 방송에서 과충전 방지밸브 오작동으로 연료탱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연료탱크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레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또 있다. 3열 시트가 어른이 앉기에 너무 좁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이는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는 기아차 카렌스보다 레조의 길이가 10cm나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다.
레조가 이처럼 ‘짧은’ 것은 원래 5인승으로 개발됐기 때문. 승합형 RV 붐이 이는 것을 보고 뒤늦게 뒷좌석 짐칸을 시트로 변경해 7인승으로 갑자기 바꾸면서 좌석 배치가 좁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레조는 건설교통부 형식승인 과정에서도 “7인승으로는 너무 비좁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는 등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후문.
RV에 대한 소비자들의 또다른 불만은 엔진 배기량에 비해 차체 중량이 무겁다는 점. 대형 미니밴인 카니발의 경우가 특히 심한데, 현재 카니발에 장착하고 있는 3ℓ 이하 엔진으로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기아측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3.5ℓ 엔진을 장착하면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올라 3ℓ 이하 엔진만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아차가 내년 초부터 공략할 예정인 미국시장에서는 국내용보다 배기량이 큰 3.5ℓ 엔진을 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장에서는 3ℓ 이하 엔진으로는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때문.
카니발은 또 가격 인상을 통해 리콜에 따른 비용 증가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카니발 디젤엔진 파크의 경우 98년 1월 출시 때는 1625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780만원으로, 155만원 인상됐다. 물론 회사측은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장착하는 등 여러 가지 사양이 추가됐으며 상품성 또한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RV 소비자 무시’ 태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케이스는 현대차의 트라제XG. ‘안티 트라제’ 운영자 윤희성씨는 최근 5월10일자로 출고한 친지의 트라제XG와 작년 말 인도받은 자신의 트라제XG를 교환해서 타본 결과 그동안 ‘안티 트라제’ 사이트에서 제기했던 여러 결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윤씨는 “현대차가 충분한 실험과정을 거치는 등 제대로 개발했다면 소비자들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국 현대차는 RV 붐이 일자 이에 편승하기 위해 개발이 미처 완료되지도 않은 차를 서둘러 내놓았음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잦은 리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낮은 기술력에서 비롯된 측면도 많다. 먼저 작년 10월 급가속 초기에 발생하는 과다한 매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한 카니발 디젤엔진 차량의 경우를 살펴보자. 회사측은 리콜 이후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 디젤엔진은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분사하는 신기술을 채용했는데,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카니발 디젤엔진을 담당하는 이경재부장도 이 점을 시인했다.
또다른 예는 현대차 LPG엔진 트라제XG의 경우. 이 차종은 올 4월 이미 한 차례 리콜을 실시했던 점화코일 리콜을 다시 실시했다. 리콜 후에도 여전히 점화코일이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에 따라 현대측은 점화코일 공급사를 프랑스 사젬사에서 세림공업사(이탈리아 FM사와 기술제휴)로 교체하고 과거의 점화코일에 대해서는 리콜을 실시해주기로 했다.
세림공업은 당초 기아차에 점화코일을 납품하던 업체. 그러나 카니발 개발과정에서 현대 트라제XG와 유사한 문제에 부닥쳤던 기아차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안 현대측도 할 수 없이 세림공업에서 점화코일을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이 부문에서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기아차를 인수했던 현대의 체면이 구겨졌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자동차 전문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생각하면 암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업체들이 안방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에 현재와 같은 기술력과 경영마인드로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늘(5월19일) 제 차(현대자동차 트라제XG)의 레버형 시트쿠션 높이 조절장치가 망가지다 못해 분해됐습니다. 시트쿠션을 좀 올리려고 작동을 하던 중 그냥 툭하고 분해되더군요. 99년 9월에 50만원 주고 예약해 그해 12월28일 인도받고 온갖 잡소리와 엄청난 문제들을 그냥 내 탓이려니 하면서 타왔는데…. 또 풋브레이크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 비가 오면 창문은 늦게 개폐되고… 더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김익범)
관련 사이트에 소비자 불만 빗발
사이버상에서 국산차의 결함을 조목조목 따지고 부실한 애프터서비스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안티 기아’(antikia.systeck.co.kr)와 ‘안티 트라제XG’(antihyundai.pe.kr) 사이트에 올라 있는 5월19일자 피해사례다. 이들의 이런 항의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카니발과 트라제XG는 판매 개시 이후 잦은 리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됐던 RV(레저용 차량). 기아차 내부에서는 RV 붐에 불을 붙였던 카니발이 자주 리콜되자 “카니발은 앞에서는 이익을 보지만 뒤로는 손해보는 차이고, 리콜이 없었던 카렌스야말로 효자 차”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차종 모두 같은 계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RV라는 점.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5%를 넘어서면서 나타난 ‘독점의 횡포’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공룡’ 현대자동차그룹의 ‘안사면 말고’ 식의 소비자 무시 경영태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것.
최근에는 대우차도 RV 리콜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리콜에 관한 한 무풍지대인 것으로 보였던 대우자동차가 최근 미니밴 레조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혀 국내 자동차 3사의 RV 대표주자들이 모두 리콜 대상이 된 것. 국내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RV=말썽꾸러기’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IMF 이후 불어닥친 RV 붐을 타고 너도나도 RV를 출시했다. 기아차가 98년 1월 IMF 사태 이후로는 맨 처음 대형 미니밴 카니발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4월에는 중형 미니밴 카스타, 이어 6월에는 소형 미니밴 카렌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어 현대차가 99년 11월 미니밴 트라제XG를, 올 1월에는 대우차가 미니밴 레조를 각각 시장에 내놓았다.
RV가 IMF 사태 이후 각광받은 것은 저렴한 유지비 등 경제성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RV는 7인승 이상으로 형식승인을 받으면 승합차로 분류돼 승용차보다 자동차세 등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디젤유(경유)나 LPG를 연료로 쓸 수 있어 유류비 절감 측면에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여기에 세금혜택은 2004년까지 그대로 받게 되지만 내년부터 7~10인승이 승용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앞당겨 구입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쳐 RV 인기를 더해줬다.
그러나 RV에 대한 인기가 높아갈수록 소비자들의 불만도 쌓여갔다. 소비자들은 잦은 리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다른 결함이 많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 도대체 국산 RV가 이처럼 자주 말썽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국내 메이커들의 낮은 기술력과 ‘밀어붙이기식’ 경영이 말썽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기술력도 부족한 상황에 IMF 사태 이후 RV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개발을 서두른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설명이다. 아직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의 사고방식에 젖어 ‘일단 팔고 보자’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태도로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 치를 충족시킬 수 없어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개방화의 진전으로 외국 선진 업체들이 21세기 자동차업체의 화두인 ‘안전과 환경, 연비’ 향상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비해 국내 메이커들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문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국내 메이커들은 가장 기본적인 품질관리조차도 외국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 이는 작년 11월 이후 ‘경쟁적으로’ 이뤄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리콜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 빚어진 대우차 미니밴 레조의 리콜 사태만 해도 그렇다. 대우차는 협력업체에서 공급하는 LPG 연료탱크 과충전 방지밸브에 일부 이상이 있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때 품질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물론 회사측은 품질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많은 레조 고객들이 LPG 연료탱크 과충전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봐서 샘플조사를 통한 품질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과충전 방지밸브는 LPG 연료탱크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94년부터 모든 LPG 차량에 장착하게 돼 있는 부품으로 연료의 적정 수용량인 85% 이상으로 연료가 주입되지 않도록 해준다. 대우차 기술연구소 정태형 책임연구원은 “일부 방송에서 과충전 방지밸브 오작동으로 연료탱크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연료탱크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레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또 있다. 3열 시트가 어른이 앉기에 너무 좁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이는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는 기아차 카렌스보다 레조의 길이가 10cm나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다.
레조가 이처럼 ‘짧은’ 것은 원래 5인승으로 개발됐기 때문. 승합형 RV 붐이 이는 것을 보고 뒤늦게 뒷좌석 짐칸을 시트로 변경해 7인승으로 갑자기 바꾸면서 좌석 배치가 좁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레조는 건설교통부 형식승인 과정에서도 “7인승으로는 너무 비좁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는 등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후문.
RV에 대한 소비자들의 또다른 불만은 엔진 배기량에 비해 차체 중량이 무겁다는 점. 대형 미니밴인 카니발의 경우가 특히 심한데, 현재 카니발에 장착하고 있는 3ℓ 이하 엔진으로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기아측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3.5ℓ 엔진을 장착하면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올라 3ℓ 이하 엔진만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아차가 내년 초부터 공략할 예정인 미국시장에서는 국내용보다 배기량이 큰 3.5ℓ 엔진을 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장에서는 3ℓ 이하 엔진으로는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때문.
카니발은 또 가격 인상을 통해 리콜에 따른 비용 증가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카니발 디젤엔진 파크의 경우 98년 1월 출시 때는 1625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780만원으로, 155만원 인상됐다. 물론 회사측은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장착하는 등 여러 가지 사양이 추가됐으며 상품성 또한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RV 소비자 무시’ 태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케이스는 현대차의 트라제XG. ‘안티 트라제’ 운영자 윤희성씨는 최근 5월10일자로 출고한 친지의 트라제XG와 작년 말 인도받은 자신의 트라제XG를 교환해서 타본 결과 그동안 ‘안티 트라제’ 사이트에서 제기했던 여러 결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윤씨는 “현대차가 충분한 실험과정을 거치는 등 제대로 개발했다면 소비자들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국 현대차는 RV 붐이 일자 이에 편승하기 위해 개발이 미처 완료되지도 않은 차를 서둘러 내놓았음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잦은 리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낮은 기술력에서 비롯된 측면도 많다. 먼저 작년 10월 급가속 초기에 발생하는 과다한 매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한 카니발 디젤엔진 차량의 경우를 살펴보자. 회사측은 리콜 이후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 디젤엔진은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분사하는 신기술을 채용했는데,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카니발 디젤엔진을 담당하는 이경재부장도 이 점을 시인했다.
또다른 예는 현대차 LPG엔진 트라제XG의 경우. 이 차종은 올 4월 이미 한 차례 리콜을 실시했던 점화코일 리콜을 다시 실시했다. 리콜 후에도 여전히 점화코일이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에 따라 현대측은 점화코일 공급사를 프랑스 사젬사에서 세림공업사(이탈리아 FM사와 기술제휴)로 교체하고 과거의 점화코일에 대해서는 리콜을 실시해주기로 했다.
세림공업은 당초 기아차에 점화코일을 납품하던 업체. 그러나 카니발 개발과정에서 현대 트라제XG와 유사한 문제에 부닥쳤던 기아차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안 현대측도 할 수 없이 세림공업에서 점화코일을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이 부문에서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기아차를 인수했던 현대의 체면이 구겨졌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자동차 전문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생각하면 암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업체들이 안방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에 현재와 같은 기술력과 경영마인드로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