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태현씨(46)는 여름만 되면 이런 부채질에 스스럼없이 동참하는 맥주 예찬론자. 일주일에 너덧 번은 회사 앞 생맥줏집에 들러 맥주를 마신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본다면 김씨는 어지간한 주당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김씨가 마시는 맥주량은 하루 평균 500cc. 친구들에게 ‘뭐 하러 술을 마시느냐’고 퉁바리를 맞으면서도 꼭 이 선을 유지한다. 김씨에게 맥주는 생에 활력을 주는 ‘보약’으로, 과하면 오히려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
100cc 맥주는 약 40kcal 열량

일단 맥주는 호프가 함유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위를 차지할 만한 음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호프는 진정효과를 가지며 수면에 도움을 준다. 또 맥주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미네랄, 미량의 필수원소 및 인체에 중요한 유기산류와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 공급원으로도 그만이다. 더군다나 맥주가 가진 단백질에는 생체구성에 쓰이는 필수아미노산류가 많아 ‘고급영양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 1000cc의 맥주에는 하루에 필요한 마그네슘의 50%, 인의 40%, 칼륨의 20%는 물론 비타민 B6의 35%와 비타민 B2의 20%, 니아신(Niacin)의 65%가 들어 있다.
맥주가 이렇게 영양덩어리로 칭송받을 수 있는 까닭은 맥주의 주원료가 되는 맥아 때문. 맥아는 이러한 각종 영양소뿐 아니라 항암 작용을 하는 사실로도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맥주의 항암 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맥아로부터 유래한 맥주 내 석탄산계통 물질은 암 발생을 촉진하는 프리 라디칼(활성산소)을 잡아줘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오카야마대 연구팀은 맥주 중에서도 흑맥주가 발암물질 억제효과가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장일단(一長一短)의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맥주도 때로는 독이 된다. 요로결석이 그 결정체다. 지금까지 맥주는 작은 요로결석을 자연스레 배출시키는 특효약쯤으로 대우받았다. 땀을 많이 흘려 생기는 수분부족이 결석 생성의 원인이니, 마시기 어려운 물 대신 맥주를 마셔주면 자연스레 결석이 배출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의사들 역시 맥주의 이런 효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 신장 및 배뇨질환 센터는 호프 속에 결석 생성 요소의 70~80%를 차지하는 옥살레이트가 다량 함유돼 있다고 발표해, 맥주가 결석 예방에 좋다는 속설을 완전히 뒤엎었다.

‘산고’(産苦)보다 심한 통증을 부르는 통풍에도 맥주는 좋지 않다. 통풍은 혈액 속의 요산이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결정(結晶)이 되어 생기는 질환. 이 결정은 뼈를 침식·파괴시키고 만성신염과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원흉이 된다. 이 결정을 만드는 데 한몫하는 것이 바로 맥주 속에 든 퓨린 성분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이 있다고 맥주를 포기하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를 잃는 것. 김씨처럼 자신만의 음주 철학을 정립해 맥주의 혜택을 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간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몸무게 65~70kg인 남자 성인 기준으로 약 80g. 맥주 2000cc 정도에 해당한다. 이에 기준해서 음주달력을 만들어 마신 맥주량을 일일이 기재한다든지, 맥주 공급 권리를 아내에게 위임해 과음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체질에 따라, 혹은 질환의 유무에 따라 이런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도록 한다.
만약 이런 계획 없이 한치 혀의 이끌림에 자신의 건강을 내맡길 생각이라면 차라리 술을 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