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의 목에 결정적인 상처를 준 것은 지난 6월10일 대(對) 미국전. 상사의 눈치를 보며 일찌감치 서울시청 앞에 자리잡고 응원준비 태세에 들어간 김씨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에 둘러싸여 외치고 또 외쳤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한국팀이 슛을 할 때마다 소주 한 잔씩.
결국 경기가 끝나고 무승부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김씨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목젖이 찢어져라 내질렀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집에 갈 수 없어 술집에 들른 김씨는 붉은 색 옷을 입은 손님들과 기분 좋게 과음을 했다. 각자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오늘 누가 잘했다는 둥,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응원단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목이 쉰 상태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목의 통증과 쉰 목소리는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성대에 결절이 생겼고, 그 주변에는 염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3~4일간의 금언(禁言) 처방과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목소리를 잃을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였다.

정상적인 비내점막과 비후되어 있는 비내점막
목소리를 내는 성대는 평생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몸의 한 부분이면서도 사람들이 건강을 이야기할 때 그리 주목하지 않는 기관이다. 하지만 성대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그 결과는 심각하다. 평생 말을 못하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 너무 흔해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성대의 경우도 이상 증세가 생겨야만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통감한다.
그렇다면 큰 소리를 지르면 성대가 상하는 이유는 뭘까. 목안에는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성대주름이라고 하는 근육들이 있다. 그 안쪽 중앙의 좌우 벽으로부터 튀어나온 두 장의 주름이 바로 성대. 호흡할 때 폐에서 나온 공기가 통하는 곳으로, 호흡할 때는 성대의 틈(성문)이 열리고 목소리를 낼 때는 닫힌다. 결국 목 근육을 긴장시키며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성대가 강하게 닫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 성문이 반복적으로 세게 닫히면 성대는 극도의 자극을 받아 멍이 들거나 결절, 염증 등이 생긴다. 마치 매일 꽝꽝 문을 닫다 보면 어느 날 문짝이 찌그러지거나 부서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성대결절과 폴립은 성대 주름에 생긴 혹으로 보통 성대 손상이나 성대 사용이 과도한 경우 생긴다.

응원도 잘하고 목소리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성대가 건조하면 자극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분은 목 점막을 촉촉하게 해줘 성대에 무리가 가는 것을 예방해 준다. 단, 술·카페인 등은 성대를 건조하게 하는 요인. 특히 담배연기는 성대 점막을 직접적으로 상하게 하므로 피한다. 절정의 순간을 위해 큰 소리를 질러야 할 때는 미리 심호흡을 해서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월드컵 응원이 끝나도 목소리는 평생 사용해야 할 소중한 것임을 명심하자. 한 경기의 응원이 끝나면 최대한 2~3일은 목소리를 쉬게 해줘야 한다. 따라서 응원 다음날 되도록 술과 담배, 큰 목소리로 말이나 노래 등을 할 기회가 많은 술자리 모임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 만약 쉰 목소리, 특히 밤에 심한 성대 피로, 거칠고 센 목소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목과 인두가 쓰라리거나 목안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느낌 등처럼 성대 손상의 대표적인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될 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질환들처럼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하는 것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