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뇌는 새로운 자극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반면, 나이 든 뇌는 비슷한 자극을 묶어 압축적으로 저장한다. GETTYIMAGES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 상태(neural states) 전환이 감소한다. 젊은 뇌는 새로운 자극을 빠르게 구분해 세밀하게 기록하지만, 나이 든 뇌는 비슷한 자극을 묶어 저장한다. 초고화질 영상이 사진 몇 장으로 압축되는 셈이다. 10대의 하루가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장면으로 채워진다면, 50대의 하루는 단 몇 장면만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기억이 압축되면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험’ 있어야 시간 길어져
심리학자 마르크 비트만 연구팀은 14세부터 94세까지 사람들에게 “지난 10년을 얼마나 빠르게 느꼈는가”를 묻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40세 이상 응답자 대부분이 “한순간 같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사건의 밀도(event density)에서 찾았다. 뇌는 새로움을 경험할수록 시간을 길게 느끼는 반면, 변화가 적으면 짧게 여긴다.그러고 보면 대학생 시절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는 하루가 참 길었다. 요즘은 보통 연구실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엔 TV를 보다 잠들기를 반복하니 한 주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남은 삶에 대한 인식도 ‘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독일 에를랑겐대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인생의 유한함을 인식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려고 한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즘 시간의 속도를 늦춰보려고 퇴근길에 일부러 낯선 골목길을 걷는다. 또 주말이면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도한다. 그 순간만큼은 시계 초침이 느려지는 듯하다. 뇌가 낯선 자극을 받아 다시 세밀한 기록을 시작한 영향일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실제로 시간이 빨리 흐르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세상을 익숙하게 여기느냐, 아니면 새롭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체감 속도가 달라질 뿐이다. 새로운 경험의 밀도에 따라 시간은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한다. 익숙함 속에서는 시간이 달리고, 새로움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