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부터)가 3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DB
그동안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2023년 1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가 발표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지금 추세라면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고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래세대가 져야 할 부담이었다. 현행 9% 보험료율이 유지될 경우 기금 소진 이후 보험료율이 30%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번 개혁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데, 국민 부담을 고려해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33년 13%에 도달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다가 1993년 6%, 1998년 9%로 조정된 이후 유지됐다. 보험료율 인상은 28년 만의 일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8년 늦춰져
소득대체율은 현재 40% 수준에서 43%로 올라간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졌으며, 법률 부칙에 따라 매년 0.5%p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41.5%, 내년에는 41%로 조정돼야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으로 내년부터 43%로 고정된다.
그런데 보험료율 인상은 인구 구조상 소진되는 국민연금을 지키고 미래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완전히 반대 정책이라 납득하기 어렵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연금 소진 속도를 높이고,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연금개혁을 할 당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어렵게 내렸는데 다시 43%로 올린 것이다. 이는 연금개혁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라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납부하는 젊은 세대가 연금을 수령할 시점에 더 받도록 조정했어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056년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으로 8년 늦춰졌다. 여기에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1%p 향상(4.5→5.5%)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15년 연장돼 2071년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혁은 모수개혁으로 불리는데, 기존 구조에서 요율(모수)만 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특위) 구성 방안에도 합의했다. 연금개혁특위는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개혁하는 구조개혁을 맡는다.
연금개혁 특위의 주요 논의 사항에는 ‘자동안정화장치’가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인구 구조와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도구다. 발동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조건에 부합하면 자동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연금개혁에 따른 사회적·시간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초연금 구조조정도 우선순위가 높다.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가 받고 있다. 단독 가구 기준 월 소득 213만 원 미만 노인은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 셈인데, 이는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222만8000원)의 95.6%에 달한다. 과거에 비해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아진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기초연금 수령 대상을 현행 ‘소득인정액 하위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 이하’로 바꿔 재정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젊은 세대, 세대 간 형평성 위해 목소리 내야
이번 연금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 28년 만에 보험료율을 올림으로써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하지만 당초 연금개혁의 목적인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 강화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기금 소진 시점이 겨우 8년 연장된 땜질식 조치일 뿐이다. 연금개혁 특위가 구성된다고는 하지만, 모수개혁보다 어려운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모른다. 연금개혁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진정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고 세대 간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개인도 국민연금 개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신의 연금 수령 예상액과 재정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기본 노후 소득을 보장하지만 단독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추가적인 노후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라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물가상승과 실질 구매력을 고려해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연금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