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열지 않고 뇌졸중 수술을 하는 의료진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만 40만~50만명이 뇌졸중에 걸리며, 50대 이후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이 질환이다. 뇌졸중은 발병 즉시 사망하거나 회복되더라도 반신불수, 전신마비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무서운 질환.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완전히 회복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들을 20년 넘게 치료해온 필자는 이 병에 대한 일반인의 무지가 병을 키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뇌졸중은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가 어렵고 후유증도 많이 남기 때문에 예방과 함께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진단과 수술에 모두 쓰이는 뇌혈관 조영술이 도입돼 조기진단을 더욱 쉽게 하고 있다. 뇌혈관 조영술은 첨단 뇌혈관촬영기를 이용해 뇌혈관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허벅지 대퇴동맥에 작은 구멍을 뚫어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넣고 뇌혈관까지 밀어올린 뒤 조영제를 주입해 X-레이상에서 혈관을 관찰한다. 이 조영술은 무엇보다 뇌졸중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CT나 MRI 촬영보다 정확하게 뇌혈관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뇌혈관 조영술을 실시하다 이상 혈관을 발견하면 필요할 경우 곧바로 ‘비침습적 뇌혈관 중재술’을 할 수 있다. 비침습적 뇌혈관 중재술이란 직접 머리를 열지 않고도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비수술적 치료법을 말한다.
대표적인 중재술로는 뇌동맥류(뇌혈관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오른 것)에 백금코일을 채워넣어 출혈을 막는 색전술과 좁아진 뇌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이중 스텐트 삽입술은 좁아진 뇌혈관 부위에 볼펜심 스프링 같은 모양의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스텐트 삽입술은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의 치료법으로 많이 쓰여왔으나, 지금은 심장 동맥처럼 비교적 큰 동맥뿐만 아니라 직경이 훨씬 짧은 뇌혈관 동맥에도 가능해졌다. 기존 수술의 경우 수술은 5~6시간, 회복까지는 2~3개월이 걸렸으나 스텐트 삽입술은 보통 1시간 내에 시술이 끝나고 3~4일이면 퇴원도 가능하다. 또 국소마취를 하고 시술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과 후유증도 적다.
허춘웅/ 명지성모병원 원장 www.myongji-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