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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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불황 속 호황 질주 5인의 비결 … 남다른 도전정신 거품 빼고 트렌드 읽어 ‘고객 만족’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8-20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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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에도 남들에게 ‘미안할 만큼’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결코 우연히 성공을 끌어안은 것이 아니다. 눈앞이 캄캄한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부지런함, 집념, 열정, 도전정신으로 집약된다.

    그 결과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성공 포인트를 찾아냈다.

    고객 편에 서서 생각하고, 유통구조의 거품을 뺐으며, 트렌드를 읽고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주간동아’는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 서홍철 사장, ‘효소 치킨’ 바로쿡 황사진 사장,

    ‘가격 파괴 삼겹살’ 돈데이 김태진 대표, 인터넷 소호몰 골드버그 운영자 황윤정씨,

    홈케어 서비스업체 메스토 김수현 대표 등 성공가도를 달리는 5인을 만나 불황을 이기는 비결을 들었다.

    에누리닷컴 서홍철사장, “한푼이라도 싸게 … 고객 마음 콕 찍어”

    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불황 중에도 가격비교 사이트는 인기가 높다. 같은 품질이라도 파는 곳마다 가격이 조금씩 차이 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직접 가격을 비교해보고 사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 가격비교 사이트 초창기 3인방 가운데 한 곳인 ‘에누리닷컴’(www.enuri.com)은 현재 이 분야 선두주자다.

    에누리닷컴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5월 중에만 209만6000명에 이를 만큼 대중화됐고, 월 총 거래 규모도 6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제휴 쇼핑몰만 800여개이며, 지난해는 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양대 물리학과를 나온 서홍철 사장(45)은 LG반도체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 1998년 이 회사를 세웠다. 사업의 아이디어는 생활 속에서 나왔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다니다 쇼핑광이 됐습니다. 당시 이곳저곳 할인점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같은 품목인데도 가격 차이가 큰 제품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게 된 게 계기가 돼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출발은 초라했다. 당시 서사장은 자금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뒷받침 없이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다가구주택 반지하에서 직원 1명과 일을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주목은 받았지만 오랫동안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에게서 빌린 돈 1억원, 하이텔이 투자한 돈 3억8000만원을 다 쏟아 붓고 쇼핑몰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2001년 초 쇼핑몰에서 입점료를 받으면서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후 에누리닷컴을 통해 발생한 쇼핑몰의 매출 가운데 2%를 수수료로 받고,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를 붙이면서 회사 매출은 몰라보게 늘어났다. 지금은 직원 80여명에 홍익대 근처 빌딩의 두 개 층을 쓸 정도로 사세가 확장됐으며 올해 상반기에 벌써 전년도 매출의 80%를 넘어섰다.

    서사장은 성공 비결로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한 것’을 꼽았다. 상세한 제품 정보, 일목요연한 상품 분류를 통해 고객들이 쉽게 가격비교를 할 수 있게 한 것. 이것이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법에 의해 인터넷 거래에 대한 매매보호장치가 갖춰진다면 가격비교 사이트의 성장은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사장은 “남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불황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바로쿡 황사진사장, 담백 … 매콤 … 효소 치킨 아이디어 대박

    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바로쿡 황사진 사장과 영등포지점 최문정 사장(왼쪽).

    ‘닭들도 놀랐다.’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 야탑동에서 참살이(웰빙)형 치킨 전문점 ‘바로쿡’(www.barocook.co.kr) 1호점을 차린 황사진 사장(44)이 붙인 카피다. 바로쿡은 ‘얼마나 맛있으면 닭 자신도 놀랐겠느냐’는 뜻의 이 카피뿐 아니라 한국산 케일, 당근, 감귤, 민들레 등으로 만든 ‘야채효소 소스’를 이용해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쿡은 입소문이 퍼져 분당에만 10개 가맹점이 생겨날 정도로 반응이 좋다. 2002년 7월 출범한 이래 가맹점은 전국에 40여개에 불과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 참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맹점 가입이 늘고 있어 황사장은 올해 말까지 10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황사장의 동생 태진씨(39)에게서 나왔다. 태진씨는 주방장 출신으로 수십억원대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5년 전 실패한 뒤 분당에서 직접 조리까지 하는 생계형 치킨점을 열었다. 태진씨는 당시 재기를 위해 효소 소스를 개발하고 새벽부터 다음날 오전 2~3시까지 일에 매달려 하루에 150만원대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네 아주머니나 단골손님 등이 가능성을 알아보고 다른 곳에 가게를 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웅진식품에서 17년간 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던 둘째 형 사진씨, 한국양명회 운영위원인 큰형 해진씨가 사업에 동참했다.

    “프랜차이즈라는 게 잘못하면 많은 영세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형제끼리 힘을 모아 튼튼하게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바로쿡의 성공 포인트는 맛과 품질에다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부지런함이 지금의 바로쿡을 낳았지요. 그래서 가맹점도 부지런한 사람에게 주기 위해 창업자들에게 직접 체험해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합니다.”(황사진 사장)

    바로쿡 요리는 야채효소를 발라 튀긴 다음 다시 효소를 바른다. 특허신청을 해놓은 효소는 김해와 양산에서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공급받고 있다. 바로쿡에는 담백한 맛, 매콤한 맛이 구비돼 있는데 가격은 비싼 편이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있고, 매장에서 손으로 먹고 손을 씻을 수 있게 개수대까지 준비해둔 가맹점도 있다. 조류독감 파동으로 한때 매출이 떨어지기도 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낮지만, 바로쿡은 맛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다.

    ‘효소 예찬론자’인 황사장은 “효소 치킨도 좋지만 효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앞으로 가맹점에서 차와 음료수 대용으로, 혹은 조리용으로 효소 원액까지 판매할 계획이다.

    돈데이 김태진대표, 싸고 질 좋은 삼겹살 끝내준데이

    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삼겹살 1인분 3500원.’ 8월12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자리잡은 ‘돈데이’에는 이미 들어찬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건물 맞은편의 텅 빈 음식점과 대조를 이뤘다. 일반 삼겹살의 절반 가격이지만, 고기의 맛은 기대를 넘었다. 반찬은 깔끔한 김치와 양념장, 날달걀이 버무려진 파무침이 전부. 후식으로 먹는 국수는 1500원. 기본에 충실한 저렴한 메뉴가 서민의 주머니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썬미트의 김태진 대표(35)는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프랜차이즈 ‘돈데이’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중적인 메뉴인 삼겹살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김대표의 전략이 그대로 적중했다.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썬미트는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에만 10개 지역에 ‘돈데이’ 매장이 문을 열었고, 8월 현재 전국에 2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의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육류 유통업’에 뛰어든 그는 서울 독산동 우시장 등 현장을 누비며 고기에 대한 안목을 키워왔다. 성장을 거듭하던 사업은 1997년 말, IMF 위기로 한 차례 부도를 겪었다. 하지만 “젊어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3년 동안 지방을 다니며 A급 육류만 선별해 서울의 매장에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육류 유통’에 대한 지식은 ‘돈데이’ 탄생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산지에서 다르게 책정된 가격의 육류가 소비자에겐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것을 보며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을 절감했어요. ‘돈데이’는 가격을 파괴했다기보다 유통구조를 개선해 적정한 가격으로 삼겹살을 판매할 뿐입니다.”

    김대표는 “값이 싸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공급하는 건 자살행위”라고 강조한다. 고객은 항상 ‘싸고 질 좋은 음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또 “고객과 거래업체에 보여준 믿음직한 태도가 위기 극복의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소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소스 멀티 유저 인터넷 소호몰 개척자 황윤정씨, 틈새시장 개척 … 인간미 넘치는 쇼핑몰

    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인터넷 소호몰 운영자, 웹 칼럼니스트, 방송 리포터, 작가, 창업 강사. 남들은 하나도 해내기 힘들 직업을 다섯 개나 너끈히 소화하고 있는 황윤정씨(31).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란 전문 콘텐츠를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전형적 ‘원 소스 멀티 유저(One source, Multi user)’다.

    그는 특히 2002년 9월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 ‘골드버그몰’(www.goldbugmall.com)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소호족(SOHO·재택 소규모 개인 사업자)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쇼핑몰에 하루 2~3시간을 투자해 500만~6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랜서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2001년 IT 벤처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며, 일감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어요. 당시 불안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고, 동시에 ‘나 인터넷에 가게 차렸어’란 책을 냈어요. 창업기를 펴낸 만큼 쇼핑몰 운영에서도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죠.”

    인터넷 창업 전도사로 거듭난 황씨는 ‘골드버그몰’의 성공 요인으로 ‘틈새시장의 공략’을 꼽았다. ‘남성용 목걸이 펜던트’라는 흔치 않은 품목을 특화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탄 것. 별자리 관련 펜던트를 주로 판매하던 초기에는 100만원의 매출조차 올리기 힘들었지만, 다양한 남성용 목걸이 펜던트를 선보이며 가게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간미 넘치는 쇼핑몰 운영은 두 번째 중요한 전략이다. ‘황윤정’이란 운영자의 이름과 얼굴, 프로필을 ‘골드버그몰’ 사이트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메일을 띄워 인간적인 교감을 시도한다. 물건 값을 깎아주거나 소비자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도 ‘골드버그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끊임없는 배움의 열정’과 ‘도전정신’은 그를 항상 앞서가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최근 ‘인터넷쇼핑몰 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종을 개발해 산업인력관리공단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특히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20대 젊은 여성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도서관에 머물러 있기보다 현장에서 부딪히세요. 쇼핑몰을 창업해본 경험 하나만으로도 사회생활에 큰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메스토 김수현대표, 소비자 마음까지 반짝반짝하게 닦아요

    잘나가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메스토의 김수현 대표(왼쪽)와 장성범 과장

    8월12일 오후 경기 과천에 자리잡은 한 20대 부부의 신혼집. ㈜메스토 ‘코도리 사업본부’ 김수현 대표(44)와 장성범 과장(35)은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포자, 박테리아 세균 등을 제거하기 위한 특수 청소에 들어갔다. 이 집 주부가 천식을 심하게 앓고 있는 남편을 위해 특별한 홈케어(home care) 서비스를 신청했기 때문.

    20분이 넘게 침대 매트리스를 돌아다닌 커비(Kirby) 청소기는 상당량의 미세먼지와 진드기를 빨아들였다. 김대표와 장과장은 침대 커버 위에 알레르기 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오투 플러스’라는 기계로 자외선 살균까지 마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와 세균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집주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표는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하나의 병행 치료법으로 침구류와 가구류에 대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새집증후군이나 웰빙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하고 5월 말 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한 ‘코도리 사업본부’는 이미 전국에 4개의 지점(송파, 안양, 대전, 제주)을 탄생시켰다. 770만원의 가맹비와 자동차만 있으면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것도 코도리 사업본부가 연착륙할 수 있었던 요인. 하루 2~3가구 정도 방문하는 각 지점의 운영자들은 월 평균 200만~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작은 작지만 잠재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에는 지갑을 엽니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던 조카가 홈케어 서비스를 받고 한결 좋아지는 것을 보며 이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죠.”

    이들은 자신의 과거 경력을 맘껏 발휘해 사업 추진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대표는 효성의 섬유연구소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섬유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았고, 장과장은 건강식품이나 반신욕 관련 상품을 취급하며 건강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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