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음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이 생로병사의 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인류는 고대로부터 이 자연스런 과정을 거부하고자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늙지 않고 영원한 삶’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역사 이래 수많은 장수양생법을 만들어냈다. 고대 인도인은 호랑이의 고환을 먹었고, 히브리인과 시리아인은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그 피로 목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까지 불로장생약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수백 살을 살았다는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오랜 옛날에도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드물기는 하지만 70세를 넘게 산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미수(米壽·80세), 망백(望百·90세), 백수(百壽·100세)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드물지만 100세 정도까지 산 사람도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4.4세에 불과하다.
많은 의학자들은 21세기의 질병으로 꼽히는 노인성 치매 같은 난치병이 극복되면 평균 수명 100세도 곧 달성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발표되는 생명공학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염원이 단순한 희망 사항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4일 아이슬란드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장수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 생명공학 업체인 드코드 제네틱스사의 연구진은 바이킹 시절부터 아이슬란드 국민 중 90세를 넘긴 장수자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장수자 1200명과 같은 수의 평균 수명자 혈액 샘플을 비교한 결과, 장수자에 공통적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메수셀라’라고 이름 붙여진 이 유전자는 단일 유전자로서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메수셀라 유전자의 단백질이 인체 내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수명을 연장하는지, 또 그것의 정확한 DNA 배열과 인체 내 다른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장수유전자는 지난 2001년 8월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발견됐다. 하버드 의대 토머스 펄스 박사와 보스턴 아동병원의 루이스 쿤켈 박사는 100세 이상 노인의 가계 조사연구를 통해 사람의 4번 염색체에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가 최소 1개 이상 있음을 밝혀냈다. 이처럼 생명공학을 이용한 장수유전자의 발견은 인간 수명을 둘러싼 ‘자연’과 ‘과학’의 지루한 싸움에서 인간 쪽에 날아든 반가운 승전보의 서곡임이 분명하다.
현대과학은 무엇이 인간을 늙게 하는지에 대한 해답으로 크게 세 가지 학설을 제시한다. 노화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예정설’과 쇠파이프에 서서히 녹이 슬듯 노화는 일생 동안 활성산소 같은 유해한 자극이 몸 안에 누적돼 신체 기능이 약화된 결과라는 ‘오류설’, 그리고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다양한 요인에 따라 노화가 나타난다는 ‘복합설’이 그것이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장수유전자의 발견은 이 세 가지 학설 중 예정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예정설에 따르면 노화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발달의 일부로 생물체의 유전자 시스템에 입력돼 있으며, 이 유전자는 미리 프로그램된 시기에 작동을 개시한다. 일단 작동이 시작되면 노화유전자는 세포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느려지게 하거나 멈추게 만든다. 사춘기나 폐경기가 오듯, 우리 몸에 일종의 생물학적 시계가 있어 ‘삶의 가을’이 찾아드는 것이다.
유전자에 의한 노화이론은 1980년 초반 ‘텔로미어 가설’이 제기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인간의 세포는 평생 동안 50~100번 분열한다. 염색체의 양쪽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뚜껑 구실을 하는 텔로미어라는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텔로미어가 어느 한도 이상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 복제양 돌리가 조로 현상을 보이는 것도 텔로미어가 짧아져 있는 어미의 염색체를 이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가늠하는 수명시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노화유전자가 있다면 이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거나 수명을 연장시키는 장수유전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슬란드와 미국 과학자들의 이번 발견은 이 같은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장수유전자의 발견이 곧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오류설과 복합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다.
오류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활성산소에 의한 체내 구성물질의 손상이 노화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한평생 음식물이라는 땔감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활성산소(자유기·라디칼)라는 불청객이 생겨나 DNA나 불포화지방산, 단백질 등을 공격한다. 이를 막기 위해 세포 내 항산화 효소들이 작동하지만, 역부족으로 손상이 고쳐지지 않고 남아 세포 내에 쌓이게 된다. 특히 전자전달계가 있어 몸 안 에너지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 라디칼이 다량으로 생산되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손상에 취약하다. 미토콘드리아가 다량으로 손상돼 생체 에너지가 저하되고 세포가 죽는다.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오류설을 지지하는 증거도 많이 발견됐다. 쥐의 먹이를 반으로 줄이면 수명이 대폭 길어지고, 장수한 노인에게 소식가가 많은 것은 음식물 제한이 대사를 늦춰 산소 라디칼 생성을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초파리나 선충에서 유해 산소를 없애는 효소의 유전자를 과다하게 발현시키면 수명이 50% 정도 늘어나는 것은 오류설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다.
또한 복합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노화는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이들은 유전자가 관계된다 하더라도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주장한다. 불로장생의 문으로 들어서는 열쇠는 하나일 수 없다는 얘기다. 세계의 장수마을이나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환경을 연구해 장수의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 보아 21세기 끝나기 전에 인간은 인간 수명 연장의 결정적 단서를 쥐게 될 것이다. 죽음이라는 인간 숙명의 한계를 현대과학은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오랜 옛날에도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드물기는 하지만 70세를 넘게 산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미수(米壽·80세), 망백(望百·90세), 백수(百壽·100세)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드물지만 100세 정도까지 산 사람도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4.4세에 불과하다.
많은 의학자들은 21세기의 질병으로 꼽히는 노인성 치매 같은 난치병이 극복되면 평균 수명 100세도 곧 달성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발표되는 생명공학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염원이 단순한 희망 사항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미토콘드리아와 인간의 염색체
지난 2월4일 아이슬란드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장수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 생명공학 업체인 드코드 제네틱스사의 연구진은 바이킹 시절부터 아이슬란드 국민 중 90세를 넘긴 장수자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장수자 1200명과 같은 수의 평균 수명자 혈액 샘플을 비교한 결과, 장수자에 공통적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메수셀라’라고 이름 붙여진 이 유전자는 단일 유전자로서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메수셀라 유전자의 단백질이 인체 내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수명을 연장하는지, 또 그것의 정확한 DNA 배열과 인체 내 다른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장수유전자는 지난 2001년 8월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발견됐다. 하버드 의대 토머스 펄스 박사와 보스턴 아동병원의 루이스 쿤켈 박사는 100세 이상 노인의 가계 조사연구를 통해 사람의 4번 염색체에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가 최소 1개 이상 있음을 밝혀냈다. 이처럼 생명공학을 이용한 장수유전자의 발견은 인간 수명을 둘러싼 ‘자연’과 ‘과학’의 지루한 싸움에서 인간 쪽에 날아든 반가운 승전보의 서곡임이 분명하다.
현대과학은 무엇이 인간을 늙게 하는지에 대한 해답으로 크게 세 가지 학설을 제시한다. 노화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예정설’과 쇠파이프에 서서히 녹이 슬듯 노화는 일생 동안 활성산소 같은 유해한 자극이 몸 안에 누적돼 신체 기능이 약화된 결과라는 ‘오류설’, 그리고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다양한 요인에 따라 노화가 나타난다는 ‘복합설’이 그것이다.
DNA 분석장치
유전자에 의한 노화이론은 1980년 초반 ‘텔로미어 가설’이 제기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인간의 세포는 평생 동안 50~100번 분열한다. 염색체의 양쪽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뚜껑 구실을 하는 텔로미어라는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텔로미어가 어느 한도 이상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 복제양 돌리가 조로 현상을 보이는 것도 텔로미어가 짧아져 있는 어미의 염색체를 이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가늠하는 수명시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노화유전자가 있다면 이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거나 수명을 연장시키는 장수유전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슬란드와 미국 과학자들의 이번 발견은 이 같은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장수유전자의 발견이 곧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오류설과 복합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다.
오류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활성산소에 의한 체내 구성물질의 손상이 노화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한평생 음식물이라는 땔감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활성산소(자유기·라디칼)라는 불청객이 생겨나 DNA나 불포화지방산, 단백질 등을 공격한다. 이를 막기 위해 세포 내 항산화 효소들이 작동하지만, 역부족으로 손상이 고쳐지지 않고 남아 세포 내에 쌓이게 된다. 특히 전자전달계가 있어 몸 안 에너지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 라디칼이 다량으로 생산되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손상에 취약하다. 미토콘드리아가 다량으로 손상돼 생체 에너지가 저하되고 세포가 죽는다.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오류설을 지지하는 증거도 많이 발견됐다. 쥐의 먹이를 반으로 줄이면 수명이 대폭 길어지고, 장수한 노인에게 소식가가 많은 것은 음식물 제한이 대사를 늦춰 산소 라디칼 생성을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초파리나 선충에서 유해 산소를 없애는 효소의 유전자를 과다하게 발현시키면 수명이 50% 정도 늘어나는 것은 오류설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다.
또한 복합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노화는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이들은 유전자가 관계된다 하더라도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주장한다. 불로장생의 문으로 들어서는 열쇠는 하나일 수 없다는 얘기다. 세계의 장수마을이나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환경을 연구해 장수의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 보아 21세기 끝나기 전에 인간은 인간 수명 연장의 결정적 단서를 쥐게 될 것이다. 죽음이라는 인간 숙명의 한계를 현대과학은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