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5

..

한국 근현대사에 마침표 찍다

  • 입력2004-10-20 14: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 근현대사에 마침표 찍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이 약진하고 있다.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TV와 영화의 후광을 한껏 누리고 있는 ‘봉순이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을 바짝 추격중이다. 3부로 나뉘어 출간한 ‘한강’ 전 10권의 판매량이 3개월 만에 100만부에 육박했다고 한다.

    사실 장편도 아닌, 원고매수 2만장에 이르는 대하소설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으로 꽃피운 서양 대하소설의 전통은 20세기 초에 끝났다. 인물 구성이 복잡한 데다 지루하기까지 한 대하소설이 더 이상 현대인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반대다.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최명희의 ‘혼불’ 등 대하소설들이 상업적 성공과 함께 저자에게 대한민국 대표작가의 영예까지 안겨주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하소설 3부작을 완간한 조정래도 마찬가지다. 평론가 장석주씨는 작가에 대한 문단의 평가가 ‘태백산맥’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고 말한다. 1989년 ‘태백산맥’을 완간한 후 조정래는 평범한 작가에서 일약 ‘1980년대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다. 3부작을 쓴 20년 동안 위궤양과 오른팔 마비, 탈장 등 수많은 직업병을 앓으면서도 그가 펜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작 ‘아리랑’의 집필을 마친 후 ‘글감옥에서 가출옥’이라는 글에 이렇게 적고 있다. “36년 동안 죽어간 우리 민족의 수가 400여만! 200자 원고지 2만장을 쓴다 해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자 수는 얼마인가!” 한 사람에게 할애할 수 있는 분량은 원고지 한 칸밖에 안 된다. 이런 역사에 대한 책임감이 작가를 멈출 수 없게 만든 것이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 체결과 광복기를 다룬 ‘아리랑’, 광복 이후 한국전쟁까지 분단사를 보여준 ‘태백산맥’, 그리고 1959년부터 광주로 끝맺는 ‘한강’. 외면하고 싶었던 20세기 한국 근현대사 앞에서 독자들은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부채감을 느낀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