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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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사상자 1100명… 올해 봄 전멸 가능성도

러시아, 北 병력 ‘총알받이’ 앞세워 우크라이나군 화력 소모 유도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1-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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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2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3명의 시신과 위조 신분증. 신분증에 ‘리대혁’ ‘반국진’ ‘조철호’라는 한글 서명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2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3명의 시신과 위조 신분증. 신분증에 ‘리대혁’ ‘반국진’ ‘조철호’라는 한글 서명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처]

    2024년 6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얼싸안고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그 결과 양측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일명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상당 부분이 북한과 옛 소련이 맺은 조·소 동맹조약과 유사해 사실상 북·러 군사동맹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양국은 냉전 때보다 각별한 ‘혈맹’으로 거듭나게 됐다.

    두 나라 지도자는 전례 없이 밀착했지만 정작 주민들 생각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 최근 북한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군 입대 뒤 소식이 없는 가족이 이역만리 타지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필자가 러시아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전선 부대는 물론이고, 북한군이 활동하는 후방 각 도시에서도 이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군이 주요 전장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한 것은 2024년 10월 중순부터다.

    러시아 전후방 병원 수용 북한군 부상자

    이들 병력이 가장 먼저 배치된 곳은 쿠르스크 돌출부 서부를 맡은 러시아 공수군 부대인 제11근위공중강습여단이다. 그런데 해당 부대에 북한군이 배속되기 시작한 직후 갈등이 빚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북한군의 갈등 원인은 식량 배급 문제였다고 한다. 양국 장병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자 레닌그라드 군관구 소속 장성인 메블류토프 소장이 중재자로 급파돼 러시아군 식량창고를 강제 개방하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장병의 갈등은 북한군이 전선에 대량 투입되기 시작한 2024년 12월 중순부터 급격히 심화됐다. 12월 17일(현지 시간) 쿠르스크 시립응급의료병원에 북한군 부상자가 대거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군 특별대우에 불만을 품은 병원 직원이 외부에 흘린 정보였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북한군 부상병을 수용하려고 부상이 더 심각한 자국 군인을 쫓아냈다고 한다. 아예 병동 몇 개 층을 통째로 할애해 집중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군 의료체계는 자국 장병이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어도 치료를 거부당할 정도로 엉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은 가벼운 파편상만 입어도 입원이 허용되자 러시아군 장병은 물론, 병원 관계자마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북한군 부상병 200여 명이 열차로 후송된 모스크바 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이 감청한 정보에 따르면 모스크바 여러 병원에도 북한군 부상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 부상병들이 병원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감청한 녹취에서 한 간호사는 “왜 북한군이 이런 특혜를 받아야 하나. 그들이 마취 주사를 요구하면 거부할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자들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말하고 있다”며 북한군에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러시아 여론은 전후방을 막론하고 북한군 부상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의 전황 브리핑에 따르면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본격 투입된 2024년 12월 중순부터 러시아군 하루 사상자는 1500~2000명에 달한다. 최근 쿠르스크 전선에서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각 부대도 드론으로 촬영한 교전 영상을 매일같이 공개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력이 문자 그대로 몰살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국가정보원도 12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군 누적 사상자가 약 1100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력은 북한군 최정예라는 ‘폭풍군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들이 이처럼 많은 사상자를 내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우크라이나군 “러시아군 하루 사상자 2000명”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품에서 발견한 편지를 공개했다. 한글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품에서 발견한 편지를 공개했다. 한글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처]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면 인명피해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은 진즉에 나왔다. 처음부터 러시아는 북한군 병력을 건제(建制)를 유지한 독립 부대로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2024년 11월 초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과 일선 부대의 관측대로 러시아는 북한군을 옛 소련 시절 형벌대대(штрафной батальон)처럼 편성해 총알받이로 쓸 준비를 해왔다. 북한군 30명을 1개 조로 편성하되 여기에 러시아 측 통제·지원 인력 6명을 붙이는 방식이다. 러시아 측 인원 6명 중 통제관은 3명이다. 옛 소련 시절 형벌대대의 지휘관·정치장교·독전관(督戰官) 편성과 일치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서 소련은 형벌대대를 정규군 공격에 앞서 적 방어선을 흔드는 총알받이로 썼다. 2024년 12월 중순부터 쿠르스크 전장에서 확인된 북한군의 전술은 총알받이 그 자체였다.

    가령 12월 셋째 주 기준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 공세가 가장 많이 확인된 지역은 쿠르스크 돌출부 서쪽 젤레니 슐라흐 마을과 북쪽 말라야 로크냐 마을이다. 젤레니 슐라흐 방면에선 제155근위해군육전여단을 중심으로 제76공중강습사단 예하 2개 연대가 공격을 퍼붓고 있다. 말라야 로크냐 방면은 제810근위해군육전여단을 중심으로 제56근위공중강습연대와 체첸군 제204특수임무아흐맷연대가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중 155·810여단은 북한군 배속이 확인된 부대로, 이들이 투입된 전장에서 북한군 시신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공세에 나서는 북한군이 이른바 ‘알보병’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해군육전여단은 기본적으로 차량화(motorized) 부대다. 궤도형 BMP-2/3 장갑차나 ML-LB 계열 장갑차, 차륜형 BTR-80/82 장갑차가 기본 장비로 편제돼 있다. 따라서 이들 부대가 투입된 전장에선 반드시 장갑차도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155·810여단이 투입된 전투를 촬영한 드론 영상을 보면 묘한 점이 있다. 하얀 눈밭 위로 북한 보병들이 걷거나 뛰어가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포병이나 항공기의 화력 지원은 물론, 전차나 장갑차의 엄호도 없었다.

    최근 북한군 병사들은 다음과 같은 공격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우선 공격개시선에 모인 뒤 돌격 명령이 떨어지면 총만 든 채 들판을 뛰어간다. 눈 내린 쿠르스크의 새하얀 들판에서 짙은 녹색 러시아군 전투복 차림의 북한군 병사들은 쉽사리 노출된다. 자연스레 이들의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모두 포착된다. 결국 돌격 몇 분 만에 박격포탄과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들이 북한군을 덮치는 것으로 전투가 끝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전방 진지의 박격포·유탄·드론 등 중화기 탄약 소모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쓰러진 전장에 러시아군은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탄 부대를 투입한다. 최근 러시아군이 잇달아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점령하는 등 전과를 올린 데는 ‘총발받이’ 북한군 존재가 필수였던 것이다.

    北 파병 규모 수만 명 될 수도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6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군 포로.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12월 26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군 포로. [텔레그램 캡처]

    결국 북한군은 전투에 본격 투입되고 몇 차례 전투에서 전체 파병 병력의 10%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최대한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고자 2024년 12월~2025년 1월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군 사상자는 더 늘어날 테고, 현재 파병된 1만1000여 명이 2025년 봄 이전에 전부 소진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이 북한군 추가 파병 첩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강제로 끝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전망대로 북한군 파병 병력은 수만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 측이 양국에 제안한 종전 협상 요지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 지역 탈환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진격을 멈추는 것이다. 그 대신 미국은 유럽연합이 주축이 된 평화유지군 창설을 지원하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한반도 비무장지대 같은 완충지대를 설치한다. 양국 국경 완충지대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 우크라이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협상안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 주장대로 가까운 미래에 이 협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트럼프 휴전안에 양국 모두 반대

    당장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명무실화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라는 전례를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1994년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영국, 러시아가 안전을 보장해주는 게 뼈대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압박이 전면 침공으로 이어지기까지 서방 강대국은 이렇다 할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제 구실을 한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며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해 쉽지 않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러시아도 “트럼프의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제 무기로 군사력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이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대로 유럽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면 러시아 입장에선 모스크바로부터 5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방 군대를 마주하게 된다. 500㎞는 미국과 유럽 각국이 보유한 전술미사일의 사정권이다.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지원이 끊겨도 2025년 말까지 쓸 무기와 탄약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허풍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2024년 12월 19일(현지 시간) 이사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공언했다. G7 국가도 러시아 동결 자금을 이용해 2025년 1월부터 매달 15억 달러(약 2조2200억 원)씩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극적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5년에도 지루한 소모전 형태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은 더 커지고 이에 따른 북한군 사상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을 상대로 심리전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투항하면 음식과 돈을 주고 탈북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북한 군인도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국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병력을 많이 보낼수록 그가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전략무기도 많아진다. 그런 점에서 사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을 상대로 한 심리전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정부는 하루빨리 북·러 군사동맹 심화를 막기 위한 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총알받이로 끌려간 북한군 병사들이 더 죽기 전에, 그들의 죽음으로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위협할 더 위험한 무기를 손에 넣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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