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57)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최근 ‘진보의 위기’에 대해 “고통 없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며, 아프지 않으면 반성도 아니다”라며 진보세력의 철저한 자성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6월 19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핵과 북한 인권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좋은 처우를 받는 노동자를 대변했다는 이미지를 만든 것은 우리 책임”이라며 “지금은 진보에 대한 국민의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신당과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안철수 신당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데이트를 신청하느냐”며 “좌표를 분명히 해야 데이트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6월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중심의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정당이었다”고 자기비판을 했다.
“사실 6개월 전부터 진보의 반성과 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혁신과전망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했다. 토론회에서 ‘북한 문제는 빼자’ ‘대기업 노조원 얘기는 왜 하느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나는 위원장으로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유럽 진보당은 핵에 대해 제일 먼저 비판하는데 우리는 북핵 비판도 못 하느냐’ ‘필요할 때만 진보냐’며 그들을 설득했다. 심 의원의 국회 연설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신뢰 잃은 진보, 고통 감수할 때”
▼ 그만큼 진보정당이 위기라는 얘긴데.
“그렇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분당까지 한 마당이다.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새롭게 출발하면 국민 지지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은 필요하지 않나. 무엇보다 진보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숨을 고르고 기력을 되찾으면서 신뢰를 회복한 뒤 외연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 6월 16일 혁신당대회에서 7가지 약속을 내놓았다. 자성의 결과물인가.
“그렇다. 1차 작업으로 혁신당대회에서 노동개념 확장 등 7가지를 약속하고 지도부를 강화했다. 7월 전당대회에선 당명도 바꾸고, 이후 사분오열된 진보세력을 모아낼 계획이다. 당장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무원칙하게 세력을 불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도 경험하지 않았나.”
진보정의당의 7가지 약속은 노동운동 관계 재정립, 북핵 비판, 복지국가 실현, 오만에 대한 반성 등이다. 전국 토론회를 거치면서 마련한 반성문이자 전략이다. 당명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높은 지지를 받은 사회민주당, 민들레당, 정의당 3개 당명을 당원 총투표에 붙여 최종 결정한다.
▼ 노동개념 확장은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민주노총 등 상대적으로 좋은 처우를 받는 노동자를 더 많이 대변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본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처럼 더 힘든 분들을 대변하는 게 우리의 본령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 진보정당의 존재 의미도 있는 것 아닌가. 5월 김제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6월 국회 역시 ‘을’을 위한 입법 국회로 규정하고 시장 정의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법안을 먼저 처리하려고 한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이 대목에서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2월 대법원에서 유죄(통신비밀보호법 위반)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그가 진보의 위기에 대한 처방전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해왔기 때문이다. 두 번의 대통령선거(대선) 패배와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그리고 뒤이은 분당으로 ‘진보의 위기’가 시대적 담론이 된 상황에서 그는 피할 곳도 없다. 좋든 싫든 22년간 진보정치를 추구했고, 이젠 ‘진보의 얼굴’이 된 그가 감내해야 할 천형(天刑)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 안 의원 측과의 야권연대, 야권재편 관련 보도도 나오는데.
“명분과 원칙이 서고 필요하다면 선거연대도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 세력의 방향이라든지, 가고자 하는 길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고 가변성도 크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어떤 스타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데이트를 하겠나. 맞선자리에서 악수만 하고 헤어질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야권연대는 진보가 정신 차리고 자기 자리를 잡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설은 어떻게 생각하나.
“연대와 통합은 구분해야 한다. 그동안 특정 법안을 관철할 때나 청문회, 국정조사를 위해 다른 당과 격의 없이 연대했다. 정책연대, 노동 및 복지와 관련한 사안은 민주당이든 어떤 당이든 다 할 수 있다. 다만 통합과 세력화 부분에 대해선 현재 지켜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볼만 고르는 타자”
▼ 오늘(6월 19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했는데.
“안 의원 측에서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해왔기에 흔쾌히 나갔다. 축사는 축사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느 정당이나 세력이든 좌표가 분명해야 편하다. 좌표가 분명할수록 거리가 분명해지고, 거리가 분명할수록 관계도 분명해진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은 자기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것 같다. 책임 있는 얘기는 안하고, 어렵고 불편한 얘기는 남한테 시킨다.”
▼ 안철수 신당의 좌표가 모호하다는 건가. 모호하면 외연을 넓히는 데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외연 확장을 위해)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가는 건지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은 선거캠프에서나 하는 방식이다. 외연을 넓혀 몸집을 키우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공당인데 동서남북 다 들어오게 하면 당이 오래 가겠나. 선거 한 번 하면 당은 없어진다. 1인 정당, 일회용 정당은 정당정치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 세대주가 바뀌었는데 가옥까지 없어진다면 얼마나 불안한가.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도 아니고….”
▼ 안 의원 측은 노동문제를 강조한다.
“노동을 강조하는 건 환영한다. 진보정당 입지가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이제까지 다뤄지지 않은 분야가 활성화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실은 커질 것이다. 그런데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안 의원이 표방한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정치 노선도 정치학적으로는 생소한 개념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00년 출간한 책 제목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와도 비슷하다.”
▼ 안 의원에 대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는데.
“대선 때 국민은 새 정치에 공감했다. 그런데 막상 새 정치 내용이라고 공개한 것이 의원정수 축소 등 이미 나온 내용들이었다. 국민 반응을 의식해서 한 거 아닌가. 정치개혁과 관련한 깊이 있는 의미도 없었고, 자기성찰도 부족했다. 대선 때도 난 그렇게 말했다. 다만 이제 6개월 흘렀으니 그런 식(포퓰리즘) 말고 내용을 채워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 내용에 따라 검토하든 제휴하든 할 거 아닌가. 새 정치가 뭔지 정해진 게 없다. 정치 발전 차원에서라도 각 당이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안타는 없고 볼만 고르는 타자 같다. 집권 초기에 홈런은 못 쳐도 2루타는 쳐야 할 거 아닌가. 경제민주화 문제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공약 절반 이상을 집권 초반기에 실현해야 한다. 돈이 들어가는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돈이 들어가지 않는 분야는 지금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 있었거나 과도하게 특혜를 줬다면 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특혜 받은 것을 게워내라는 게 아니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을 경험한 만큼 인사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밀실인사는 처리비용이 크다.”
▼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6월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중심의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정당이었다”고 자기비판을 했다.
“사실 6개월 전부터 진보의 반성과 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혁신과전망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했다. 토론회에서 ‘북한 문제는 빼자’ ‘대기업 노조원 얘기는 왜 하느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나는 위원장으로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유럽 진보당은 핵에 대해 제일 먼저 비판하는데 우리는 북핵 비판도 못 하느냐’ ‘필요할 때만 진보냐’며 그들을 설득했다. 심 의원의 국회 연설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신뢰 잃은 진보, 고통 감수할 때”
▼ 그만큼 진보정당이 위기라는 얘긴데.
“그렇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분당까지 한 마당이다.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새롭게 출발하면 국민 지지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은 필요하지 않나. 무엇보다 진보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숨을 고르고 기력을 되찾으면서 신뢰를 회복한 뒤 외연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 6월 16일 혁신당대회에서 7가지 약속을 내놓았다. 자성의 결과물인가.
“그렇다. 1차 작업으로 혁신당대회에서 노동개념 확장 등 7가지를 약속하고 지도부를 강화했다. 7월 전당대회에선 당명도 바꾸고, 이후 사분오열된 진보세력을 모아낼 계획이다. 당장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무원칙하게 세력을 불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도 경험하지 않았나.”
진보정의당의 7가지 약속은 노동운동 관계 재정립, 북핵 비판, 복지국가 실현, 오만에 대한 반성 등이다. 전국 토론회를 거치면서 마련한 반성문이자 전략이다. 당명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높은 지지를 받은 사회민주당, 민들레당, 정의당 3개 당명을 당원 총투표에 붙여 최종 결정한다.
▼ 노동개념 확장은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민주노총 등 상대적으로 좋은 처우를 받는 노동자를 더 많이 대변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본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처럼 더 힘든 분들을 대변하는 게 우리의 본령이고, 또한 그렇게 해야 진보정당의 존재 의미도 있는 것 아닌가. 5월 김제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6월 국회 역시 ‘을’을 위한 입법 국회로 규정하고 시장 정의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법안을 먼저 처리하려고 한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이 대목에서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2월 대법원에서 유죄(통신비밀보호법 위반)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그가 진보의 위기에 대한 처방전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해왔기 때문이다. 두 번의 대통령선거(대선) 패배와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그리고 뒤이은 분당으로 ‘진보의 위기’가 시대적 담론이 된 상황에서 그는 피할 곳도 없다. 좋든 싫든 22년간 진보정치를 추구했고, 이젠 ‘진보의 얼굴’이 된 그가 감내해야 할 천형(天刑)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 안 의원 측과의 야권연대, 야권재편 관련 보도도 나오는데.
“명분과 원칙이 서고 필요하다면 선거연대도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 세력의 방향이라든지, 가고자 하는 길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고 가변성도 크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어떤 스타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데이트를 하겠나. 맞선자리에서 악수만 하고 헤어질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야권연대는 진보가 정신 차리고 자기 자리를 잡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설은 어떻게 생각하나.
“연대와 통합은 구분해야 한다. 그동안 특정 법안을 관철할 때나 청문회, 국정조사를 위해 다른 당과 격의 없이 연대했다. 정책연대, 노동 및 복지와 관련한 사안은 민주당이든 어떤 당이든 다 할 수 있다. 다만 통합과 세력화 부분에 대해선 현재 지켜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볼만 고르는 타자”
▼ 오늘(6월 19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했는데.
“안 의원 측에서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해왔기에 흔쾌히 나갔다. 축사는 축사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느 정당이나 세력이든 좌표가 분명해야 편하다. 좌표가 분명할수록 거리가 분명해지고, 거리가 분명할수록 관계도 분명해진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은 자기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것 같다. 책임 있는 얘기는 안하고, 어렵고 불편한 얘기는 남한테 시킨다.”
▼ 안철수 신당의 좌표가 모호하다는 건가. 모호하면 외연을 넓히는 데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외연 확장을 위해)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가는 건지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은 선거캠프에서나 하는 방식이다. 외연을 넓혀 몸집을 키우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공당인데 동서남북 다 들어오게 하면 당이 오래 가겠나. 선거 한 번 하면 당은 없어진다. 1인 정당, 일회용 정당은 정당정치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 세대주가 바뀌었는데 가옥까지 없어진다면 얼마나 불안한가.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도 아니고….”
▼ 안 의원 측은 노동문제를 강조한다.
“노동을 강조하는 건 환영한다. 진보정당 입지가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이제까지 다뤄지지 않은 분야가 활성화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실은 커질 것이다. 그런데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안 의원이 표방한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정치 노선도 정치학적으로는 생소한 개념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00년 출간한 책 제목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와도 비슷하다.”
▼ 안 의원에 대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는데.
“대선 때 국민은 새 정치에 공감했다. 그런데 막상 새 정치 내용이라고 공개한 것이 의원정수 축소 등 이미 나온 내용들이었다. 국민 반응을 의식해서 한 거 아닌가. 정치개혁과 관련한 깊이 있는 의미도 없었고, 자기성찰도 부족했다. 대선 때도 난 그렇게 말했다. 다만 이제 6개월 흘렀으니 그런 식(포퓰리즘) 말고 내용을 채워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 내용에 따라 검토하든 제휴하든 할 거 아닌가. 새 정치가 뭔지 정해진 게 없다. 정치 발전 차원에서라도 각 당이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안타는 없고 볼만 고르는 타자 같다. 집권 초기에 홈런은 못 쳐도 2루타는 쳐야 할 거 아닌가. 경제민주화 문제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공약 절반 이상을 집권 초반기에 실현해야 한다. 돈이 들어가는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돈이 들어가지 않는 분야는 지금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 있었거나 과도하게 특혜를 줬다면 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특혜 받은 것을 게워내라는 게 아니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을 경험한 만큼 인사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밀실인사는 처리비용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