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3역 초청 간담회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대철 대표(오른쪽부터) 등이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신당 창당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까. 민주당 신주류의 개혁신당에 대한 의지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진도’는 생각처럼 잘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신당 창당을 통해 노무현 개혁을 견인할 메인스트림(주류)을 구축한다는 신주류의 방침은 확고하다. 노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500만명의 국민에게 잡초 정치인 제거 편지를 보내 기존 질서 단절 및 새로운 질서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데도 바로 이런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노대통령은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비롯해 정부부처, 공기업, 방송 등에 상당수 자기 사람을 앉혔다. 남은 것은 정치권. 노무현의 부산 사단, 386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와 시민단체 등 5대 수혈처에는 신당호 승선 준비를 끝낸 젊은 피들이 대기중이다. 이들 가운데 “내년 총선을 준비하라”는 청와대 일각과 신주류의 직·간접 메시지를 받은 젊은 피가 의외로 많다. 특히 민주당 취약지였던 부산과 대구, 그리고 대전 및 충청 등 일부 지역은 노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나서 젊은 피들을 관리하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여권 신주류와 코드를 맞추면서 각 지역에서 뛰고 있는 젊은 피 50인을 살펴본다.
부산 경남정윤재(민주당 사상지구당 위원장),김두관(행정자치부 장관 ),박재호(청와대 정무2 비서관 ),조경태(민주당 부산사하을 지구당 위원장) (왼쪽부터)
개혁신당론자들에게 부산은 기회의 땅이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이곳에서 내년 총선의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신당 창당 방정식으로 푼다면 호남은 뺄셈, 부산은 덧셈의 공식이 적용된다. 부산의 젊은 피는 정윤재 사상지구당 위원장에서부터 출발한다. 부산의 노무현으로 불리는 그의 좌우에 최인호(해운대·기장갑지구당), 송인배 위원장(경남 양산지구당)이 포진하고 있다. 부산 젊은 피 ‘3인방’이다. 정위원장은 최근 황인철 전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 등과 함께 노대통령의 ‘386’ 사단에 대한 미국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미 정부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유정동 변호사도 떠오르는 다크호스. 노대통령과 공동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해 신뢰가 남다르다. 서석재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박재호 청와대 정무2 비서관과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와 친분이 두터운 박기환 청와대 지방자치비서관도 노무현 사단의 젊은 피를 자임하고 있다. 이들의 전진배치는 서석재, 신상우, 한이헌, 이기택 등 부산 출신 정치원로들의 병풍역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청·장의 조화를 가능케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전문위원으로 일한 이정호 부경대 교수, 조경태 민주당 부산사하을 지구당 위원장도 노대통령의 부산 인맥으로 손색이 없다. 신인은 아니지만 이철 전 국민통합21 대표도 ‘늙은 젊은 피’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정윤재 위원장 등과 함께 부산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빅3’로 평가받는다. 여창호 전 노무현 후보 선대위원장 등도 동남풍을 일으킬 부산의 젊은 피다. 인물 영입의 최일선에는 정윤재 위원장과 조성래 변호사가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호철 민정수석실 민정1 비서관,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유사시 투입할 수 있는 노무현 사단의 ‘조커’로 통한다.
권형우(민주당 조직국장),이재용(전 대구시 남구청장),배기찬(청와대 정책관리실장)(왼쪽 부터)
대구는 요즘 전쟁중이다. 마치 민주당 내 신·구주류의 ‘파워 게임’을 축소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먼저 시 지부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5월9일 반노(反盧)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활동을 했던 박상희 의원 대신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를 시 지부장에 내정, 주류와 비주류의 자리를 바꿨다. 공교롭게도 그의 등장을 전후해 지구당 물갈이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존의 인맥들이 구명운동 로비와 충성경쟁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이특보는 20여년 이상 대구에서 재야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닦아놓은 ‘인맥’이 상당하다. 이들 중 일부가 최근 정치 아카데미 성격의 ‘화요공부모임’을 만들었다. 대구지역의 386, 노대통령 측근, 학자, 변호사 등 20여명이 모임의 멤버. 이특보의 측근인 권형우 민주당 조직국장이 모임을 주도하며 내년 총선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그는 모임의 성격에 대해 “총선 수혈 창구”라고 말했다. 간사 역을 맡은 김태일 영남대 교수도 노무현 신당의 전사로 손색이 없다. 이재용 전 대구시 남구청장, 배기찬 청와대 정책관리실장도 화요공부모임에 꾸준히 참석한다. 노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인 김준곤 변호사는 화요공부모임의 공부방을 제공하는 등 숨은 주역이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동생인 이준동씨도 화요공부모임의 멤버.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장재원 전 경북대 총학생회장, 박대승 전 영남대 총학생회장도 세대교체 주역으로 거론된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대구지역의 ‘조커’로 통한다.
대구의 신당바람은 이특보의 출마 여부와 직결된다. 두 차례 출마해 고배를 마신 이특보는 자신이 없는 눈치다. 그는 “지역구 출마는 하지 않겠다”는 쪽이다. 대구에 있던 집도 서울로 옮겼다. 대신 총선 ‘코디네이터’ 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반면 측근그룹은 “대표선수가 빠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는 반론을 내놓는다. “장렬히 전사하면 화려하게 부활한다”는 노대통령의 가시밭길 정치행보를 염두에 둔 조언이다.
서울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신당의 또 다른 승부처는 서울이다. 노무현 신당을 노크하는 젊은 피들이 쇄도한다. 386을 비롯해 테크노크라트 그룹 등 질적인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는 게 신주류 한 관계자의 주장이다.
서울의 젊은 피는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여권 핵심부가 일정 부분 코디네이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386과 주변인사들은 지난 4월 한 사석에서 “2004년 총선까지만 노대통령을 돕고 이후에는 제 갈 길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들 가운데 진로를 내년 총선에 맞춘 인사들이 많다.
최재천(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황이수(민정수석실 국장 ),유종필(전 노무현 후보 언론특보)(왼쪽부터)
윤후덕씨는 지난해 대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옮긴 김원길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김의원이 탈당할 때 “명분 없는 탈당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보좌관직을 내던졌다. ‘소신 보좌관’이란 별칭이 붙으면서 공석이 된 김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지구당을 맡을 적격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응징하라는 의미다. 시사평론가 이재경씨는 ‘꼬마 민주당’ 출신으로 웬만한 통추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 노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활동하는 황이수씨도 수도권 전사로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문용식 나우콤 사장의 경우 44세라는 젊은 나이와 성공한 벤처인이라는 상품가치를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 노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유종필씨도 방황을 끝내고 서울 출전을 준비중이다. 김대업 사건의 변론을 맡은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도 386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신주류 인사들과 접촉 범위가 넓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중인 조원봉씨, 이인영 전대협 초대 의장도 노무현 개혁코드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물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신주류 인사들로부터 “총선을 준비하라”는 밀명을 받았다고 한다.
김만수(청와대 홍보수석실 보도지원 비서관 ),윤석규(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사무처장) ,문학진(청와대 정무1 비서관 )(왼쪽부터)
과거 후단협에 가담했던 반노(反盧) 비노(非盧) 성향의 원내외 위원장들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신당 창당으로 내년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수도권의 젊은 피들도 이런 당내 역학구도를 분석, 허점을 파고든다.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이 네트워크를 총가동해 신진 인사 발굴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태년씨가 이런 흐름의 선봉에 서 있다. 개혁당 전국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기 성남 수정구 출마를 저울질한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동교동계이자 반노 후단협 활동을 한 이윤수 의원. “표적 출마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부천시의회 의원을 지낸 김만수 청와대 홍보수석실 보도지원 비서관 겸 부대변인도 젊은 피로서는 모자람이 없다. 부천에는 “(노무현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 후보를 교체하라”는 반노의 말을 남기고 민주당을 떠난 안동선 의원의 지역구가 있다. 윤석규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사무처장, 문학진 청와대 정무1 비서관의 이름도 나온다. 이명식 민주당보 주간을 비롯해 김두관 장관의 동생인 김두규 당 개혁특위 국장도 경기도의 젊은 피로 거론된다. 만일 김두관 장관이 경남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차출되고 김국장이 출마한다면 형제가 나란히 출마하는 진기록도 세우게 된다. 민변 소속의 정성호 변호사도 개혁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대전 충남북대전 충남 지역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월9일 대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창당에 관한 입장 발표 및 공동 추진을 결의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박영순 전 노무현 후보 정책보좌역, 선병렬 선대본 행정수도 홍보위원장 등은 대전 충청 지역의 대표적인 젊은 피. 여기에 보건복지부 장관 비서관을 지낸 김서용씨(인수위 전문위원)를 세우면 충청의 젊은 피 3인방이다. 당초 충청권 총선의 코디네이터는 논산 출마 입장을 밝힌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활동이 위축됐다. 수사결과에 따라 젊은 피 자격과 출마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 복기왕 전대협 동우회장(서울지역), 박재구 제천 시민개혁포럼 기획정책실장, 박범계 청와대 민정2 비서관도 출전 가능한 젊은 피. 김주현 변호사(대전 새날합동법률사무소)도 판만 벌어지면 칼을 뽑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신주류 일각에서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철 전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도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물. 이규희 전 노무현 후보 충남 천안갑 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탄 전용학 의원을 응징하는 전사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임종인(변호사)
광주 전남의 세대교체와 젊은 피 수혈은 일정 부분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과 관련이 있다. 그의 역할은 지역 정가를 장악하고 있는 구주류 중심의 흐름을 6(신주류)대 4(구주류) 정도로 바꾸는 일. 정보좌관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이런 흐름을 유도했지만 몇 차례 ‘에러’를 범했다. 오랫동안 광주에서 재야활동을 해온 탓에 그의 주변에는 가용 인재가 넘쳐난다.
광주는 현재 신당 갈등의 내홍이 지역구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주류측은 신주류의 텃밭에, 신주류측은 구주류 아성에 ‘저격수’를 매복시킬 계획이다. 이 때문에 신당 공방 와중에도 매주 3~4일씩 지역구에 머무는 현역의원들이 많다.
구주류의 핵심인 정균환 원내총무(전북 고창ㆍ부안)가 우선 표적이 됐다. 저격수를 자임하는 인사는 노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장세환씨.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대통령과 가까운 임종인 변호사가 그 역을 맡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미운털 박상천 의원(전남 고흥) 앞에도 386 정신으로 무장한 저격수가 매복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인물이 광주 부시장을 지낸 송재구 국민개혁당 위원장. 그가 진로를 바꿀 경우 송갑석 전 전대협 의장이 다시 단죄를 칼을 거머쥘 태세다. 통합신당론자인 김상현 고문(광주 북갑)도 마찬가지. 개혁당 소속으로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강기정씨가 김고문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선거 당시 위력을 발휘했던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라는 컨셉으로 젊은 피의 상품성을 높일 계획이다. 운동권 출신인 나병식씨(전 풀빛출판사 사장)는 동교동계인 전갑길 의원(광주 광산)에 맞설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인 함운경씨, 청와대 국가균등발전위원회 김영집씨도 젊은 피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