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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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재공조… 다음은 영남후보

“경제 연착륙하면 위력 배가”… 김중권 대표 행보에 관심

  • 입력2005-03-11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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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P 재공조… 다음은 영남후보
    “레임덕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십시오. 이대로 계속 갑니다.”여권 한 핵심 인사의 단호한 어조다. 최근 정국 기류와 관련한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그대로 묻어난다. 1월11일 청와대 연두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장악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의혹은 떨칠 수 없다. 청와대와 여권은 무엇을 믿고 저렇게 자신감이 있는 것일까. 어떤 요인들이 김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핵심 인사들로 하여금 강력하게 밀고 나가도록 하는 것일까. 김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내려앉고, 민심 이반 현상도 심화되는 이 시점에서 이토록 ‘원칙과 법을 준수하는 강력한 정부’를 외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현재 야당은 무려 1200여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과거 집권 여당(신한국당) 시절에 총선 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검찰 발표대로 정말 안기부 예산을 총선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정당이 ‘국민 혈세’를 횡령한 전대미문의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한나라당이 이를 ‘정치자금 사건의 하나’로 그 의미를 희석하고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해 초점을 흐리고자 애쓰지만 예산 횡령 혐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180명이 넘는 정치인들의 안기부 자금 수수 문제도 그냥 덮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실로 한나라당은 창당 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여권의 강공책이 이런 야당의 위기상황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고만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번 사건만 해도 ‘예산 횡령 의혹사건’이라는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사안’의 잣대로 판단하는 국민들 시각이 상당하고, 이는 거꾸로 여권에 대한 지지도가 더욱 하락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간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영남권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비록 영남권 조사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도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일주일 전의 ‘리서치&리서치’ 자체 조사와 비교할 때 무려 21.1%나 낮아졌다(다음 기사 참조).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사건의 본질이 아닌 감정적 차원의 대응이 심한 것.

    따라서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는 96년 총선 때의 안기부 자금 수사라는 일개 사안만을 그 배경으로 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임기 후반기를 관통하는 장기적인 플랜, 특히 2002년 대통령선거와 재집권 전략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인 대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사실 여권의 임기 후반 전략은 ‘DJP 재공조’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적인 질타와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1차 3명의 의원에 이어 2차로 다시 장재식 의원을 자민련에 이적시켜 기어코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준 여권의 의지는 ‘DJP 공조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DJP 재공조’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물론 일차적으로는 원내 다수 세력 확보의 중요성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도 “(한나라당이) 툭하면 국회를 버리고 밖으로 나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치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불안정은 경제 악화와 사회 혼란의 근본 원인”으로 “양당 공조는 IMF 때처럼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경제적’ 차원의 논리도 동원했다. 사실 김대통령이 계속 강조하는 4대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는 우선 국회에서 실질적인 물리력(의석수)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DJP 재공조… 다음은 영남후보
    그러나 DJP 공조의 의미는 이것 하나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때를 뒤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시 김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호남권의 고정 득표에 충청권의 전폭적인 지지, 여기에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로 인한 영남권의 분열 등이었다. 다시 말해 오는 2002년 대선에서도 역시 DJP 공조로 호남-충청권이 재결합하고 영남의 일부만 ‘우군’으로 돌릴 수 있다면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아주 현실적인 계산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서 ‘영남권 후보론’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다시 호남 출신 후보가 나온다면 DJP 공조의 위력도 반감되는 것은 물론 영남의 지지 세력 확보도 매우 어렵지만, 영남 출신 후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TK 출신인 김중권 대표 체제의 등장은 이런 영남 후보론을 촉발시킨 측면이 크다. 김대표 기용의 배경에는 그의 업무 장악력이나 실용적인 리더십 등을 높이 산 측면 이외에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김대표의 ‘지역 대표성’을 배양해 차기 대선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려는 정권 핵심부의 의도가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는 당내 다른 예비주자들의 캠프에서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주간동아’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야당 후보로 가정하고 여권의 각 예비후보들을 1 대 1로 맞붙인 가상대결 결과, 대표 취임 두 달이 채 안 되는 김중권 대표도 10.8%(김대표) 대 57.2%(이총재)의 경쟁력을 보였다(상세 결과는 다음 기사 참조). 이는 과거 김대통령의 영남권 대선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앞으로 김대표의 정치력 배양 여부에 따라 ‘유력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각각 18.0%(이위원) 대 56.9%(이총재), 20.0%(노장관) 대 54.9%(이총재)의 경쟁력을 보였다. 특히 이총재의 득표율이 모두 60%가 안 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총재의 영남지역 득표율 역시 58% 선(TK 66.2%, PK 52.4%)이었다.

    물론 영남 후보론의 함정도 없지 않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영남권 잠식에 따른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총재에 대한 결속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한 대통령 후보는 ‘인위적으로 키운다고 해서 마음대로 키워지지 않는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 예로 김영삼 정권 시절 여권 핵심부에서 이홍구씨를 신한국당 대표로 기용해 대권주자로 키우려 했으나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위적으로 영남 출신을 후보로 내세우려 할 경우 현 단계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앞서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어려운 숙제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여권 핵심에서는 경제가 연착륙하고 하반기에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면 영남 후보론의 위력이 더 강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비치기도 한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사실상 올해가 경제 회생과 개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김대표는 이에 모든 것을 던진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영남 후보론이 어떤 파장을 그리면서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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