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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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성능으로 무장한 EV 핫해치 

[조진혁의 Car Talk] 강력한 주행 성능에 안락한 승차감… 실내 공간도 넉넉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12-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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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주황빛이 인상적인 제네시스 GV60 마그마. 현대차 제공

    강렬한 주황빛이 인상적인 제네시스 GV60 마그마. 현대차 제공

    작고 가벼운 차체에 적당히 강력한 엔진을 얹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마니아에게 운전 재미를 선사했던 ‘핫해치’의 정의가 전기차(EV) 시대를 맞아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최근 공개된 양산형 제네시스 ‘GV60 마그마’는 자동차 경주로(서킷)를 지배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자랑한다. 동시에 주말 장보기와 아이들 학원 픽업에 최적화된 조용한 EV 기능도 수행한다. EV 핫해치가 늘어날수록 일상과 서킷을 오가는 차량이 늘어날 것이다. 슈퍼카급 성능과 가성비로 무장한 EV 핫해치 시대 주역은 누가 될까. 

    용암처럼 강렬한 제네시스 GV60 마그마

    먼저 제네시스가 선보인 GV60 마그마는 용암이라는 이름처럼 강렬한 주황빛을 시그니처 컬러로 내세운다. 예상 출력 650마력(478㎾)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초대에 주파하는 폭발력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산 슈퍼카들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스티어링휠에 달린 부스터 버튼을 누르면 15초 동안 쏟아지는 최대출력이 마치 로켓에 올라탄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외관 역시 정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솟아오른 리어윙과 넓은 펜더, 공기역학적 효율을 극대화한 범퍼 디자인은 이 차가 ‘질주 본능’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대변한다. 하지만 GV60 마그마의 진가는 트랙을 벗어나는 순간 오히려 드러난다. 제네시스 특유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은 거친 노면의 충격 및 소음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뒷좌석 승객도 스포츠카의 딱딱한 승차감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 등 제네시스가 꾸준히 선보여온 품격이 그대로 담겨 있다. 

    GV60 마그마가 럭셔리한 신사라면,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혈기 왕성한 싸움꾼이다. 이 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통설처럼 여겨지던 “전기차는 빠르기만 하고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순 기념비적 모델이다. 이 차의 특별한 점은 내연기관차를 운전할 때 느껴지는 고동을 디지털 기술로 되살려냈다는 데 있다. N e-시프트 기능은 전기차에 없는 변속 충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운전자가 RPM(분당 회전수) 바늘을 꺾으면서 변속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가 더해지면 2.0 터보엔진의 거친 숨소리와 팝콘 터지는 배기음이 귓가를 때린다. 분명 가짜지만 뇌를 속일 만큼 정교하다. 

    현대차가 올해 선보인 아이오닉 6 N은 해치백 스타일의 5 N보다 더 낮고 날렵한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 형태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고속 주행 안정성이 한 차원 더 높다. 아이오닉 5 N이 EV 핫해치 시장을 열었다면 6 N은 그 시장을 지배하러 온 셈이다. 



    정교한 핸들링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폭스바겐 ID.3 GTX. 폭스바겐 제공

    정교한 핸들링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폭스바겐 ID.3 GTX. 폭스바겐 제공

    현실적인 드림카 폭스바겐 ID.3 GTX

    전통 강호들도 뒷짐 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내연기관 시대에 핫해치라는 장르를 정립했던 미니와 폭스바겐은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전동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신형 더 뉴 올-일렉트릭 미니 JCW는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필링을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와 결합했다. 차체는 작지만 약 258마력의 출력은 가벼운 덩치를 튕겨 나가게 하기에 차고 넘친다. 짧은 오버행과 휠베이스 덕분에 요리조리 골목을 누비는 도심 주행에서 이보다 더 즐거운 차를 찾기는 힘들다. 

    폭스바겐은 ID.3 GTX를 통해 골프 GTI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후륜 구동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섀시와 정교한 핸들링이 장점. 일상에서는 편안한 출퇴근용 차로, 주말에는 와인딩 로드를 공략하는 스포츠카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가 될 것이다. 

    단, 해치는 4인 가족이 타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아우디 SQ6 e-트론은 핫해치의 이상적인 진화형이라고 할 만하다. 형태는 해치를 부풀려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가깝지만, 그 성능과 민첩함은 덩치를 잊게 만든다. 포르쉐 마칸 EV와 공유하는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SQ6 e-트론은 517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아우디의 자랑인 e-콰트로 시스템은 네 바퀴를 노면에 끈적하게 붙들어 매고, 어떤 코너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게 한다. 100㎾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는 장거리 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버렸다. 넉넉한 적재 공간과 아우디 특유의 빈틈없는 조립 품질, 세련된 디자인은 덤이다. 

    10년 전만 해도 600마력 넘는 차는 수억 원을 호가해 부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런 차는 대부분 뒷좌석이 없거나 있다 해도 짐을 싣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능과 공간의 반비례 공식이 깨졌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낮추고, 엔진룸을 비워 실내 공간을 넓힌 EV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핫해치에 최적화돼 있다. 이제 우리는 1억 원 안팎 혹은 그 이하 가격으로 과거 슈퍼카가 선보이던 성능을 누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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