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은행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고 보니 회복세가 완연하다. 이제 은행들은 위기의 악몽을 떨치고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참이다. 그러나 환경이 은행 경영 개선에 마냥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예금은 은행으로 몰려들지만, 대출할 곳이 마땅찮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시중 은행들은 틈새영업 전략을 찾는 동시에 내년 초 벌어질 인수합병(M·A)전에 대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 ‘어닝 서프라이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이른바 ‘빅4’ 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421억원으로 2분기(7658억원)보다 49.1% 늘었다. 시중 금리가 올라 순이자 마진(NIM)이 개선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경기 회복에 따라 연체율이 낮아져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아놓는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어든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리은행의 파란이 주목된다. ‘빅4’ 은행에서 자산 250조원대로 덩치가 비슷한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중 우리금융이 가장 많은 순익을 내며 약진한 것. 우리은행은 올 들어 9월까지 7498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국민은행은 6180억원, 신한은행은 564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국민은행 1조8292억원, 신한은행 1조900억원, 우리은행 9251억원의 순익을 낸 바 있다. 1년 사이에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 것.
경쟁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깜짝 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특별이익 덕에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익에는 잠실 전산센터 부지 매각대금인 1383억원(세전)이 포함돼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리은행은 월급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유치해 실적이 개선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뼈아픈 상처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영업을 뛴 결과라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실적이 양호했다. 3분기 당기순익 2880억원은 전분기보다 868억원(43.0%) 증가한 수치. 또한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신한은행 순익이 신한카드 순익보다 적은 창피를 당했지만, 반년 만에 신한카드 수익을 추월했다.
반면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은 체면을 구겼다. 자산규모가 280조여 원인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익은 2312억원으로, 자산 150조여 원인 하나은행 순익 2111억원과 비슷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6.2%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다른 은행에 비해 순익 회복이 더뎠다. 2분기에 374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3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4056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경쟁 은행들의 경우 충당금이 대거 환입되거나 전입액이 줄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국민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그만큼 느리게 개선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국민은행은 순이자 마진 회복 속도도 가장 느렸다. 다른 은행에 비해 개인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특성 탓에 하락할 때도 속도가 가장 느렸지만, 회복도 굼뜨게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 1위’ 체면 구긴 국민은행
내년에도 은행들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은행의 핵심 수익인 순이자 마진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올 상반기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마진 축소 현상은 완전히 해소됐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들은 바짝 엎드려 리스크 관리와 내실 경영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영업 모드’로 본격 전환할 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우선시하고 예금 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업 전략이 퇴직연금, 대출, 기타 펀드, 카드, 방카슈랑스 등 전 방위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M·A가 은행 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외환은행을 1년 안에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주가와 환율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당국과의 문제도 풀려 매각의 걸림돌이 사라졌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쳤던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월17일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내년 초 다시 한 번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다. 강 행장은 현재 공석인 KB금융지주의 유력한 회장 후보여서, 그가 회장직에 오르면 이 전략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우리금융의 민영화 논의도 연초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권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간 합병설이 파다했다. 합병설은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을 해소할 뚜렷한 대안이 없고,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며,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과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 등 몇 가지를 근거로 증권 금융계에서 ‘있을 법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0월 하나금융이 대규모 증자를 검토한다는 대목에서 합병설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다 하나금융이 주식시장의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일단 증자 카드를 접었고, 우리은행과의 합병설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빅3’에 한참 처지는 어중간한 규모로 생존 전략이 불투명한 하나은행은 언제든 M·A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물론 외환은행 M·A전에도 참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현재로선 신한은행만이 M·A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은 최근 “M·A 계획이 없으며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내년 다른 은행들이 M·A로 몸살을 앓는 동안 영업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빅4’ 은행 경영진들은 이 같은 합종연횡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거나, 다른 은행의 대형화에 맞설 전략을 짜는 등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은행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내년에도 은행들의 실적 회복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빅4 은행들은 내실 경영을 벗어나 본격적인 ‘영업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이른바 ‘빅4’ 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421억원으로 2분기(7658억원)보다 49.1% 늘었다. 시중 금리가 올라 순이자 마진(NIM)이 개선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경기 회복에 따라 연체율이 낮아져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아놓는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어든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리은행의 파란이 주목된다. ‘빅4’ 은행에서 자산 250조원대로 덩치가 비슷한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중 우리금융이 가장 많은 순익을 내며 약진한 것. 우리은행은 올 들어 9월까지 7498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국민은행은 6180억원, 신한은행은 564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국민은행 1조8292억원, 신한은행 1조900억원, 우리은행 9251억원의 순익을 낸 바 있다. 1년 사이에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 것.
경쟁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깜짝 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특별이익 덕에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익에는 잠실 전산센터 부지 매각대금인 1383억원(세전)이 포함돼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리은행은 월급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유치해 실적이 개선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뼈아픈 상처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영업을 뛴 결과라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실적이 양호했다. 3분기 당기순익 2880억원은 전분기보다 868억원(43.0%) 증가한 수치. 또한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신한은행 순익이 신한카드 순익보다 적은 창피를 당했지만, 반년 만에 신한카드 수익을 추월했다.
반면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은 체면을 구겼다. 자산규모가 280조여 원인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익은 2312억원으로, 자산 150조여 원인 하나은행 순익 2111억원과 비슷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6.2%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다른 은행에 비해 순익 회복이 더뎠다. 2분기에 374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3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4056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경쟁 은행들의 경우 충당금이 대거 환입되거나 전입액이 줄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국민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그만큼 느리게 개선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국민은행은 순이자 마진 회복 속도도 가장 느렸다. 다른 은행에 비해 개인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특성 탓에 하락할 때도 속도가 가장 느렸지만, 회복도 굼뜨게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 1위’ 체면 구긴 국민은행
내년에도 은행들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은행의 핵심 수익인 순이자 마진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올 상반기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마진 축소 현상은 완전히 해소됐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들은 바짝 엎드려 리스크 관리와 내실 경영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영업 모드’로 본격 전환할 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우선시하고 예금 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업 전략이 퇴직연금, 대출, 기타 펀드, 카드, 방카슈랑스 등 전 방위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M·A가 은행 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외환은행을 1년 안에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주가와 환율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당국과의 문제도 풀려 매각의 걸림돌이 사라졌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쳤던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월17일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내년 초 다시 한 번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다. 강 행장은 현재 공석인 KB금융지주의 유력한 회장 후보여서, 그가 회장직에 오르면 이 전략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우리금융의 민영화 논의도 연초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권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간 합병설이 파다했다. 합병설은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을 해소할 뚜렷한 대안이 없고,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며,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과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 등 몇 가지를 근거로 증권 금융계에서 ‘있을 법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0월 하나금융이 대규모 증자를 검토한다는 대목에서 합병설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다 하나금융이 주식시장의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일단 증자 카드를 접었고, 우리은행과의 합병설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빅3’에 한참 처지는 어중간한 규모로 생존 전략이 불투명한 하나은행은 언제든 M·A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물론 외환은행 M·A전에도 참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현재로선 신한은행만이 M·A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은 최근 “M·A 계획이 없으며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내년 다른 은행들이 M·A로 몸살을 앓는 동안 영업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빅4’ 은행 경영진들은 이 같은 합종연횡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거나, 다른 은행의 대형화에 맞설 전략을 짜는 등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은행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