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비공개 문건은 2005년 12월29일 NSC 상임위 회의록 내용 중 일부와 같은 해 4월5일 작성된 NSC 내부 문건.
NSC 상임위 회의록 내용 중에는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당시 이종석 사무차장 간의 질의응답 부분이 문제가 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 차장은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으로 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조약 대신 ‘공동성명’ 형태로 가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종석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12월29일 회의를 주재하고 결론을 내린 사람은 이 장관 내정자가 아니다. 바로 전임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됐던 지난해 4월5일자 NSC 내부 문건은 국정상황실의 문제 제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즈음 국정상황실은 외교부와 NSC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4월6일과 15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NSC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사람도 바로 정 전 장관이다. 책임을 져도 정 전 장관이 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정 전 장관은 이번 전략적 유연성 파문에서 ‘쏙’ 빠져 있다. 회의록상 과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정 전 장관의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회의록을 공개한 최 의원은 이에 대한 질문에 “매우 민감한 내용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 지금은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정 전 장관 측에 입장을 물어봤다. 그런데 답변이 아리송했다. 처음에는 “그 문제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재차 묻자 얼마 후 다른 답변을 보내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같다는 것인지 좀더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지만 정 전 장관 측은 “장관님의 답은 거기까지였다”고만 말했다.
주간동아 523호 (p6~6)